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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그녀는 시체입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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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thqdn화
추천 : 2
조회수 : 28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2/23 23: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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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자작]그녀는 시체입니다 1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readers&no=23001&s_no=11342061&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433749
 
[자작] 그녀는 시체입니다 2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readers&no=23101&s_no=11381904&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433749
 
[자작] 그녀는 시체입니다 3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readers&no=23200&s_no=11419067&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433749
                                                                                                                                                                                                        
 
다음날 저녁, 지율은 여느때와 같이 등나무 정자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평소와는 달리 어딘가 다른 구석이 있었다. 지율의 곁에는 주 씨가 없었다. 그의 곁에는 소주 2병이 담긴 검은 봉지만 있을 뿐이었다. 지율은 손에 든 소주를 바라보면서 어제 밤, 주 씨가 한 말을 떠올려보았다.
 
내 염쟁이다.”
 
?”
 
염쟁이라고, 염쟁이. 니 염쟁이가 뭔지 모르나?”
 
물론 알고 있었다. 아무리 무식한 돌대가리인 지율이라도 염쟁이가 뭐하는 사람인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가 알고 있는 염쟁이는 분명 마을의 외진 곳에서 혼자 살면서 장례를 치르는 음침한 사람이었다. 설마 이렇게 병원이라는 지식인들이 모이는 곳에 염쟁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뭔지는 압니다. 근데... 병원에서 염쟁이가 할 일이 있어요?”
 
이 무식한 새끼야. 내도 의사는 의사다. 장의사. 의사가 병원에서 일하지 어서 일하나?”
 
그도 그랬다. 지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니 이 일 함 배워볼래?”
 
지율은 선뜻 답할 수 없었다. 시체를 만진다는 거에 거부감이 들었다. 그것도 내 가족도 아닌 처음 보는 사람을...
 
배울 생각 있으면 낼 저녁에 병원 지하로 내려온나. 병원 지하에 내 있는 방 밖에 없을테니까 찾긴 쉬울끼다.”
 
주 씨는 술잔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맞다, 만약 낼 지하로 올거면 소주 2병 사온나.”
 
지율은 집에 돌아가 고민하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 주 씨의 말대로 하긴 하였지만, 여전히 망설여졌다. 그가 살면서 시체를 봤던 건 3번이었다. 첫 번째는 옆집 홍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였다. 마을 친구들끼리 담력 시험으로 상여집에 가서 홍이 할아버지를 만지고 오는 내기를 했었다. 처음 시체를 만졌을 때의 느낌은 차갑다였다. 그때까지 지율은 아직 죽음이라는 개념을 명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에게 죽음이란 단지 더 이상 만날 수 없고, 뭔가 차가운 것일 뿐이었다. 두 번째는 동네 친구 돌이가 죽었을 때였다. 그 해 여름은 유독 비가 많이 왔고, 돌이는 계곡에 가재 잡으러 갔다 온다고 하고는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지율은 그때서야 비로소 죽음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군에서였다.
 
지율은 육군 헌병대에서 수사병으로 첫 군복무를 시작하였다. 그가 막 일병을 달았을 때, 부대 내에서 자살 사고가 있었다. 자살한 사람은 이제 자대 배치 받은지 막 2주차된 김 이병이었다. 김 이병이 자살한 장소는 군부대 보급 창고였다. 그는 창고 서까래에 목을 맨 채 발견되었다. 김 이병의 시신 수습은 지율의 몫이었다. 죽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한 이후 처음으로 목도한 죽음이었다. 홍이 할아버지를 만졌을 때와는 달랐다. 숨이 빠져나가 축 쳐진 김 이병은 차갑다와는 다른 무언가였다. 부드럽지 않고 거친 살결과 창백한 피부... 그 모든 것이 소름끼쳤다. 지율은 이날 이후 끼니를 제대로 잇질 못했다. 음식을 목구멍으로 넘길 때마다 김 이병의 얼굴이, 그리고 감촉이 떠올랐다. 한달 후, 지율은 보직 변경을 신청하였다.
 
과연 내가 평생을 시체를 만지면서 살 수 있을까? 솔직히 지율은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병원 구급차 운전해서 번 돈으로 제대로 된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
 
지율은 최근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꿈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그의 꿈은 평범했다. 여우같이 예쁜 마누라랑 토끼 같은 자식 둘 낳고 알콩달콩 사는 것. 하지만 현재 그의 수준으로는 알콩달콩사는 것은커녕 여우같이 예쁜 마누라 얻는 것도 힘들었다. 만약 주 씨의 일을 배워서 잇는다면... 그렇다면 나의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지율은 후자를 선택하였다. 어차피 한 번 살다가는 거, 꿈에 더 근접한 것을 선택하자고.
                                                                                                                                                                                                        
 
그녀는 시체입니다 네번째 입니다
 
여기서 군대 얘기를 적긴하였지만...
 
사실 이건 군인이셨던 외삼촌께 대략적으로 들은 이야기라...
 
혹시 잘못 표현된 게 있으면 알려주세요
 
즐겁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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