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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미안해” 목놓아 울어버린 생존 학생들
게시물ID : sewol_233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길을걸었지
추천 : 31
조회수 : 1275회
댓글수 : 29개
등록시간 : 2014/04/30 22:28:48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635271.html

세월호 침몰 사고 때 구조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30일 오후 안산시 초지동 화랑유원지의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숨진 친구들의 영정을 보며 울고 있다. 사고 이후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온 학생들은 이날 퇴원 후 첫 일정으로 영면한 친구 158명을 조문했다. 안산/사진공동취재단

잔인한 4월의 마지막 날 생존 학생 70명 ‘눈물의 분향’
이 슬픔도 모르는 듯 영정 속 175명은 그저 웃기만

“친구들아~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은 꼭 한 번 보고 싶었어….”

잔인한 4월의 마지막 날.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야속하기만 했다. 채 피기도 전에 허망하게 져버린 꽃다운 청춘들은 친구들의 흐느낌도 모르는 듯 영정 속에서 환하게 웃기만 했다.

맨 먼저 친구를 만난 생머리 여고생은 울음을 터뜨렸다. 엉엉 소리 내 울다가 쓰러질 듯 엄마 품에 안겼다. 오열하는 딸을 부둥켜안은 엄마도 눈물을 흘리며 분향소 출구로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75명 가운데 70명이 아비규환 속에서 헤어졌던 친구들을 14일 만에 다시 만났다. 하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함께 수학여행길에 올라 선실에서 까르르 웃고 장난치며 추억을 만들었던 친구들은 국화꽃 속에 파묻힌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생지옥에서 살아남은 친구들에게 ‘괜찮아. 내 몫까지 잘 살아주면 돼…’라고 말하는 듯 그저 웃고만 있었다.

30일 오후 2시20분께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세월호 생존 학생들은 퇴원하자마자 6대의 버스를 나눠 타고 경기도 안산시 초지동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정부 합동분향소에 도착했다.

흰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바지 차림의 남학생들과 하얀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치마를 입은 여학생들은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버스에서 차례로 내렸다. 왼쪽 가슴에는 모두 실종된 친구들의 생환을 염원하는 노랑 리본을 정성스럽게 달고 있었다.

인파가 몰려 있는 것을 본 학생들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살아와 줘서 고맙다’는데도, 학생들은 마치 죄인인 양 고개를 숙이고 분향소 안으로 들어갔다. 일부 학생은 친구의 영정을 보기 두려운 듯 입구에서 잠시 머뭇거리기도 했다.

자원봉사자들이 나눠준 꽃 한 송이씩을 받아들고 분향소에 들어선 학생들의 눈에 친구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정겨웠던 친구 158명과 다정했던 4명의 선생님 영정을 따라 20여m 정도를 걷던 학생들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떨리는 손으로 친구의 영정에 꽃송이를 바치던 일부 학생들은 오열하기도 했고, 또다른 학생들은 반가운 친구 앞에서 절대 울지 않겠다던 다짐이 깨진 듯 어깨를 들먹이며 흐느꼈다.

조문 차례를 잠시 양보한 100여명의 조문객은 누구보다 서럽고 힘들었을 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을 훔쳤다. 한 조문객은 “녀석들 친구들을 보러 왔구나…”라며 애써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또다른 조문객은 “그래도 저 아이들에게 우리는 고마워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분향소는 이내 탄식과 한숨, 울음으로 뒤섞였다. 엄마 손을 꼭 잡고 친구들의 영정 앞을 지나던 한 여학생은 숨진 학생을 가리키며 오열하기도 했다. 친구들에게 말 한마디 붙이지 못하고 국화 한 송이만 덜렁 놓고 분향소를 나온 학생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한 남한생은 분향소 밖을 나와서도 눈물을 흘리다,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는 듯 4~5㎝만 남겨 놓고 짧게 깎은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쥐어뜯었다.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구조된 후 입원치료를 마친 단원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30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2014.4.30/뉴스1
분향소 밖에서도 여럿이 모여 흐느껴

생존 학생들 ‘눈물의 분향’

몇몇 여학생은 친구의 이름을 되뇌며 굵은 눈물을 분향소 밖 콘크리트 바닥에 뚝뚝 떨어뜨렸다. 보다 못한 40대 여성이 휴지 몇장을 가져다가 여학생들에게 건넸지만, 눈물범벅이 된 휴지는 금세 젖었다.

영면한 친구 158명은 서럽게 울고 떠나는 친구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듯했다. 상처입은 푸른 청춘들이 피워보지도 못하고 진 꽃들을 애도하는 안타까운 조문은 17분여 만인 오후 2시37분께 끝났다.

이날 조문을 한 세월호 생존 학생들은 그동안 사고의 충격으로 큰 정신적 고통을 겪어왔다. 사고 초기 극도의 불안감과 자책감에 시달렸다는 게 병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생존 학생 어머니는 “딸아이가 ‘엄마, 다른 애들은 어떻게 됐어?’라고 자주 물었지만 차마 답을 해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우성치는 친구들을 남겨두고 홀로 살아남았다는 자책과 슬픔, 극도의 공포감에 시달렸다는 얘기다.

30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 구조된 단원고 학생들이 숨진 친구들을 조문하러 버스를 타고 도착하고 있다. 안산/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8일 고대 안산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권아무개(17)군은 “○○이가 선실 봉을 잡고 매달려 있다 아래로 떨어졌는데 아직도 보이지 않네요…. 중학교 동창이고 학원도 함께 다녔는데, 영영 안 돌아오면 어떻게 하죠?”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아무개(17)군은 “선생님들이 손을 잡아주며 빨리 갑판으로 나가라고 소리쳤는데 결국 돌아오시지 않았다”며 흐느꼈다.

이튿날 같은 곳에서 만난 김아무개(17)군은 “방(선실)에 있던 친구들이 구명조끼를 던져 주며 빨리 입으라고 했는데, 그 아이들은 결국 탈출을 못한 것 같다. 70명이 넘는 친구들이 비좁은 복도에 앉아 구명조끼를 입고 구조를 기다렸지만 결국 몇 명만 갑판으로 간신히 올라와 바다에 뛰어내렸다. 미안하고 괴롭다”는 심경을 털어놨었다. 또다른 학생은 “그때(사고 당시) 구조된 사람은 없었다. 지금 살아 있는 친구들은 사실상 모두 탈출한 것이다. 한 친구는 다른 친구의 손을 잡았다가 놓쳤다. 아직도 그 친구의 소식을 모른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생존 학생들의 조문과 관련해, 이들의 학부모들은 지난 29일 고대 안산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함께 등교하고, 공 차고, 장난치고, 고민을 나누던 친구들이 주검이 돼 돌아오고 있다. 또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지금, 아이들은 더할 수 없이 슬퍼하고 있고 미안해하고 있다. 현재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학생 대표를 뽑아, 이후 닥쳐올 상황을 함께 극복하려고 마음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먼저 떠난 친구들의 명복을 빌고, 하고 싶은 말도 전하고, 또 그 아이들의 몫까지 더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을 친구들 앞에서 하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친구들을 꼭 찾아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이들이 다시 건강하게 학생으로, 시민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배려를 부탁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 이들은 이날 학생들의 조문 직전 합동분향소 기자실에 찾아와 “많은 우려 중 하나는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에 대한 부분이다. 근접 촬영 등 과도한 취재와 인터뷰 요청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입원 내내 자책·불안 시달렸지만 
“친구 몫까지 열심히 살겠다” 다짐 
당분간 합숙하며 심리치유에 전념 

차상훈 고대 안산병원장은 “입원했던 학생 상당수의 상태가 많이 호전됐고 퇴원 후 외래진료가 가능하다고 판단돼 환자 본인과 보호자 동의를 얻어 학생들을 퇴원시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이 오랜 기간 병원에 있는 것보다 하루라도 빨리 일상에 복귀하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차 원장은 “퇴원 후에도 보호자와 함께 외래진료를 받게 하는 등 지속적인 관찰과 치료를 해나갈 것이다. 교육청과 학교에서 마련하는 각종 심리지원 프로그램과 보건소 등의 상담 프로그램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같은 병원 고영훈 교수(정신건강의학과)도 “그동안 아이들이 정신·신체적으로 탈진한 상태였기 때문에 안정을 취하게 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데에 익숙하지 않아 감정 표현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의 치료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 달 후 아이들의 상태를 봐야 할 것 같다. 급성 스트레스는 통계상으로 1~20%가 만성 스트레스로 넘어가게 된다. 아이들이 이렇게 되지 않도록 앞으로 잘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퇴원과 조문을 마친 학생들은 숙소가 마련된 안산시내 한 연수원에서 심리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경기도교육청과 단원고, 학부모들은 당분간 학생들의 심리 치유에 전념하기로 했다. 합숙을 하며 심리 치유 전문가, 의료진, 교육청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자연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의 충격에서 조기에 벗어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경기도교육청 안순억 장학사는 “앞으로 심리 상담과 멘토링, 소그룹 활동을 비롯해 일부 교과 과정 수업도 받게 된다. 치유에 집중하기 위해 연인원 200명이 넘는 전문인력이 투입될 것이다. 기간은 아무리 짧아도 2~3주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30일 현재까지 단원고 학생 157명과 교사 4명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또 정부 합동분향소에는 학생 158명, 교사 4명, 일반인 18명 등 모두 180위의 영정이 안치돼 있다. 안산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은 7일 만에 22만명을 넘어섰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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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친구들 몫까지 열심히 잘 살아다오..
미안하다, 미안해....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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