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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23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중없는아이★
추천 : 13
조회수 : 39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08/08/19 20:22:32
웃대의 초록환타 님의 글입니다
글랜 하워스는 평범한 미국인 이었다.
아침 출근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와이셔츠를 입고는, 본사 건물에 들어가서야
도넛에 커피로 아침을 먹는 평범한 샐러리맨 말이다.
시간에 쫓기다 보면 항상 소매에는 커피자국이 남는다.
직장 내에 특별히 친한 사람도 없고, 애인도 없으며, 또 실적또한 그리 변변치 못한 그는
있는지 없는지 구별하기 힘든 존재감 없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취미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물고기 기르기였다.
관상용 어류가 아닌, 열대나 아마존 지역에서 불법 수입해온 커다란 야생 어류들이었다.
"글랜, 너도 어서 배우자를 찾고 결혼해야 하지 않겠니?" 가끔은 가족이 집으로 찾아왔다.
혼자 사는 어머니가 끔찍이 싫어하고, 또 만류했지만 글랜은 물고기 사육을 그만 둘 마음이 전혀 없었다.
커다란 야생 어류의 비늘은 볼수록 매혹적이었다.
인간은 본래 물에서 그 진화를 함께하지 않았나? 인류의 초기 모습과 비슷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
무언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글랜은 그날따라 유난히 회사에서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유는 그가 불법적으로 주문한 또 다른 물고기가 오늘 집으로 배송되기 때문이다.
그가 애용하는 어류 매니아 사이트에서는 비밀스럽게 불법적인 종류의 수출입도 진행중이었기 때문이다.
서둘러 집으로 퇴근한 그는 기쁨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가 주문한 물고기는 아마존에서도 특히 희귀한 민물고기인 피라루크였다.
어린 피라루크는 1m를 조금 못되는 크기였다, 하지만 곧 거대하게 자라날 것이 분명했다.
임시수조에서 느릿느릿 커다란 지느러미로 헤엄치고있는 물고기는 아직 어렸지만 그래도 다른 물고기에게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편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피라루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민물고기 종류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 같으면 이런 대형 어류를 구매할 엄두도 내지 못하겠지만, 다행히
글랜의 집은 그리 작지 않다, 아니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매우 큰편이다.
그가 일하는 직장의 보수가 괜찮고, 또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남긴 유산으로
커다란 지하실까지 딸려있는 큰 이층 집을 샀기 때문이다, 이집을 산 이유는 단 하나다.
물고기 사육을 위한 수조를 들여놓기 위해서이다.
그점 때문에 다른사람이 글랜의 집으로 들어오면 십중팔구 섬뜩함을 느낄것이다.
글랜은 물고기 비늘의 반사광을 보기위해 집 전체의 불을 꺼두고 수조의 내부 전등만을 켜놓는데,
그래서 천천히 헤엄치고 있는 커다란 야생어류들만이 넓은 집에 가득해 보이기 때문이다.
한두 마리가 아니다, 일층은 물론 이층까지 비롯해 수조가 집 내부를 장악하고 있고, 각 수조마다
커다란 야생 물고기가 수십마리 씩 살고있다. 심지어 화장실 욕조에마저 작은 어류들을 기르고 있다.
집에서 예외가 있다면 지하실이었는데, 글랜은 그곳을
자신이 특별히 아끼는 물고기들만을 수용하는 특급수족관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바로 오늘온 피라루크가 제일 처음 그곳에 두고 기르게 될 녀석이었다.
글랜은 들뜬 마음으로 피라루크가 담겨있는 수조관을 집 내부에 소형 엘리베이터에 옮겨 실었다.
그리고 지하실로내리는 버튼을 누른뒤, 자신도 빠른 걸음으로 지하실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실에는 이미 웅장하게 꾸며진 커다란 수족관이 있었다. 방 중앙을 중심으로 벽을 따라 둥그렇게
수조가 있다. 이미 바닥과 벽을 아마존 산지에서 구한 자갈과 모래, 또 물풀과 나무등으로 꾸며놓은 뒤다.
피라루크가 담긴 수조통을 힘겹게 수조관으로 돌려 엎자, 첨벙 소리와 함께 물고기가 입수되었다.
어린 피라루크는 잠시 머뭇거리다, 환경을 탐색해보는듯 수조 내부를 한바퀴 돌고 난뒤,
커다란 수족관 내부를 자유롭게 헤엄치기 시작했다. 족히 40m는 될만한 수조였다.
어머니는 이방을 다른 용도로 만들거나 더 가치있게 쓰시길 바라시지만, 글랜은 이 수조에 너무나
흡족했다. 만족스럽게 수족관 내부를 훏어 보는데, 순간 글랜은 미간을 짜푸렸다.
"뭐지..?" 수족관 안에 손바닥 만한 작은 다른 물고기 한마리가 물속을 유유히 헤엄치고
있던 것이다. "피라루크를 어획할 당시에 다른 물고기도 잡힌 건가?" 글랜은 자세히 그 물고기를
살폈지만, 수많은 어류를 섭렵해오며 견문을 넓힌 그조차도 도대체 무슨 종류인가 알수 없었다.
"희귀종일 수도 있겠는데..." 초록색 비늘과 짧은 지느러미를 지닌 그 물고기는 그가 보아왔던
어느 고기와도 닮지 않았다. "한번.. 키워보지 뭐.."
물고기의 수량이나 종류가 실수로 배송된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럴경우 펫샾에 전화를 주면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공짜로 물고기들의 먹이나 생활 용품등을 사과의 의미로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글랜은 이 신비해 보이는 물고기를 길러보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생겼다.
이주일이 지났다. 글랜은 회사에서 서둘러 짐을 챙겨 퇴근했다. 허겁지겁 하는 모습에 동료들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이봐, 무슨일 있는거야?" "별로" 그는 서둘러 대답하며 짐을 마저 챙기곤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글랜은 요즘 크게 흥분하고 있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간 그는 옷도 벗지 않은채
지하실로 빠르게 내려갔다. 보인다.. 여전하다
그곳에는 3m가량의, 매우 커다랗고, 또 기괴하게 생긴 물고기가 유유히 헤엄치고있었다.
정확히 8일 전-
글랜은 집에서 잠을 자던 도중 크게 요동치는 물소리를 듣고는 깨었다. 물고기들끼리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 여긴
그는 각 물고기들은 다른 수조에 넣기 위한 어망을 챙겨들고 침실밖으로 걸어나왔다.
하지만 어느 수조에서도 싸움을 벌이는 물고기는 없었고, 그때 다시 심하게 출렁이는 물소리를 그는 들었다.
지하실 이었다. 눈을 비비며 지하실로 느릿느릿 걸어 내려간 그는 이내 심한 충격에 휩싸였다, 믿을수가 없었다.
피가 엉키며 풀어지는 수족관 내부가 보였다. 처참하게 반토막난 피라루크가 물위로 둥둥 떠있었고,
손바닥만했던 초록색 물고기는 놀랍게도 어른 팔 만해진 크기로 헤엄치고 있었다.
정황을 보건대 그 물고기가 피라루크를 먹어버린것 같았다. 공포보다 놀라움이 더컸다.
외향은 전혀 육식성 고기로 보이지 않았다. 설령 육식성 물고기라도 덩치가 3배 이상 차이나는 피라루크를 먹어치울수
있는 어류는 이세상에 절대 없을 것이다. 또, 세상에 어떤 물고기가 먹이 한번의 섭취로 두배 이상의 크기로
순식간에 자라날 수 있단 말인가.
글랜은 호기심에 휩싸였다. 죽어버린 피라루크보다 초록색 물고기가 더 귀하고 소중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그는 그 물고기를 기르는데 모든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 초록색 물고기는
먹이 한번씩을 먹고서는 눈에 띌 정도로 자라났다. 원래부터가 물고기 애호가였던 글랜은 이런 희귀한 어종은
자신만이 가지고 있을 거라는 묘한 자부심과 흥분에 만취되어 자신이 그토록 아끼던 커다란 야생 어류들을 이 물고기의
먹이로 주기 시작했다. 아무리 큰 어류라도, 또 사납고 난폭한 육식어류라도 상관없었다. 모든 물고기는
이 초록비늘을 가진 물고기의 먹이가 되었다. 그즈음되자, 글랜은 그 물고기에게 샤크(shark)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샤크의 정체가 궁금해진 그는 모든 어류백과와 인터넷을 뒤져보았지만, 샤크처럼 스스로 빛을 발하는 듯한 초록빛
비늘과 기이할 정도로 짧은 지느러미, 뾰족하고 긴 머리를 가진 물고기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다른 야생 물고기를 샤크의 먹이로 정해 어망에 담아 온 글랜은
다시한번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전날까지만 해도 3m의 크기를 유유히 자랑하던 샤크는 온데간데 없이
이상하게 생긴 둥그런 고체만이 수족관에 부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고체는 전체적으로 곤충의 고치를 닮았고,
외향이나 질감을 본다면 상어의 알과 비슷한 모양을 가지고 있었다.
"저게 대체 뭐지? 샤크가 저렇게 된 건가?" 그는 의아심을 가지고 그것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글랜은 펄떡거리는 어망의 고기때문에 팔이 아픈걸 느끼고 할 수 없이 지하수조에 그 물고기를 넣었다.
그리고, 괴상한 일은 거기서 한번 더 일어났다. 풍덩- 물에 들어간 그 물고기는 이제야 살겠다는듯 아가미를 뻐끔거렸다.
바로 그때- 잠시 꿈틀거리던 물속의 고치가 재빠르게 촉수를 뻗어 그 물고기를 잡아냈다.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그 물고기는 촉수에 칭칭 감겨 고치쪽으로 당겨졌고, 고치는 순간 아랫 부분을 둥그렇게
벌리고 그안으로 물고기를 밀어 넣았다, 그리고 끝이었다. "이럴수가.. 이런 현상은 대체 처음봐! 정말 이게 뭐지?"
글랜은 놀라워하면서 계속 고치를 바라보았다. 그날부터 글랜은 끊임없이 물고기를 고치에게 가져다 주었다. 고치는
그때마다 촉수를 뻗어 당연하다는 듯 물고기를 잡아 먹었고, 끊임없이 커져갔다.
그렇게 몇일이 흘렀다, 고치는 어느덧 5m육박하도록 자라났다. 그리고 어느 날, 먹이를 주지 않아도
고치가 조금씩 흔들렸다. 그날, 글랜은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 하루종일 지하수족관 앞에 고치를 뚫어져라 지켜보았다.
어느 순간부터 고치가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커다란 그 선홍색의 고치의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찌직- 찍- 그는 벌떡 일어나 수조앞에 다가가 양손을 얹고는 고치를 주시했다. 글랜은 그것이 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치가 상당히 질기다는 걸 깨달았다. 5m 크기만큼 불어난 고치는 무언가가 안에서 요동치는데도 쉽게 찢겨지지
않았다. 장장 반시간여에 걸친 부화의 시간, 이윽고 글랜은 그가 원하던 것을 볼 수 있었다.
찌이이익-! 완전히 찢겨나간 고치.. 그 안에서 힙겹게 헤엄쳐 나오는 것.
"샤크..? 정말 너니..?" 글랜은 믿기지 않는 다는 듯이 조그맣게 내뱉었다.
선사시대의 생물 같았다. 고대어로 보이는 그것은 물고기보다는 오히려 파충류의 외향을 더 닮았다.
8m정도의 엄청난 크기에 육박하는 그것은 고치안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몸의 크기가 고치의 부피보다도 월등히 컸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고대의 존재..
마치 까마득한 옛날 바다의 지배자를 보는 듯 했다. 심지어 그것은 지느러미가 없는 짧은 꼬리도 가지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푸른색을 지닌 그것은 비늘이 없는 민둥 민둥한 피부를 지니었다. 두 쌍의 지느러미는 물고기 처럼
흐느적 대지 않았다. 반투명하지 않은, 고래나 상어의 것과 같아보이는 지느러미였다,
마치 도마뱀과 흡사한 머리는 작은 이빨들이 가지고 있었다.
"공룡.. 인건가? 대체 이게?" 글랜은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것은 느리게 물속을 활강하며 헤엄치기 시작했다. 그것에게 글랜의 수조는 너무나도 좁았다. 몇번의 지느러미질에
수조의 끝까지 갈 수 있는 엄청나게 큰 바다의 생명체였다.
글랜은 그 생물체에 매혹되어 갔다. 하루종일 지하 수족관 앞에 멍하게 앉아있었다.
며칠째 밖에 나가지 않자 전화가 왔다. 더이상 나오지 않으면
회사에서 자를 수밖에 없다는 팀장의 전화에도 글랜은 그렇게 해달라며 짧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밖에서 초인종소리가 들려와도 그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직 그가 사랑하는 생물에게 먹이를 줄때에만 일어났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그 동물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집에 사들였던 200여 마리에 육박하던 크고 작은 물고기는 모조리 그 어류의 먹이가 되었다.
나흘째 먹이를 주지 못하던 그날,
그리고, 항상 오던 전화도 한통 없이 조용하던 어느 날이었다.
"미안하다, 샤크 더이상 줄게 없다" 그렇게 말하는 글랜의 눈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샤크는 말없이 수족관 내부를 왕복하며 헤엄을 쳤다. "넌 정말 아름다워, 내가 키웠던 물고기중 너만큼 아름다웠던건 없어"
글랜은 애정을 가득 담아 그 파충류, 아니 물고기를 바라보며 계속 이어 말했다.
"널 바라보고만 있어도 기뻐, 넌 대체 무슨 생물체니? 너무나 신비로워.."
구우우웅- 물속에서 작은 울림이 들렸다. 고래가 내는 소리와 흡사한 소리였다.
글랜은 천천히 일어나서 수조에 가까이 갔다. "배고프니 샤크?"
"기다려, 내가 먹이를 줄게" 가만히 미소를 지은 그는 고개를 몇번 끄덕였다.
그는 천천히 1층으로 올라갔다. 지하수족관에 먹이를 넣어주는 수조의 입구로 다가갔다.
그리고 둥그런 수조통의 마개를 돌려서 열었다. 그리고 가만히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간혹 헤엄쳐 지나가는 샤크의 등이 보인다.
글랜은 끝까지 조용히 미소짓고 있었다. 내가 뭘 하는 거지..? 그는 잠시 의아하지만 이내 다시 웃는다.
간단하다.
그냥 그가 정말로 사랑하는 애완동물에게 먹이를 줄뿐이다.
풍덩-!
그리고 그는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반려동물을 물 속에서 마주 볼 수 있었다.
양팔을 부드럽게 벌렸다.
글랜이 힘들여 꾸몄던 그곳에 물고기의 투명한 피가 아닌 정말로 붉은 선홍색 피가 물감처럼 번졌다.
투명했던 물이 삽시간에 선홍색을 띄었다.
비명소리나 고통에찬 신음은 없었다, 다만 물이 몇번 거세게 첨벙거리다 잠시 뒤 잠잠해졌다.
지하 수족관에서는 다시한번 고래와 같은 부드러운 울림이 들렸다.
왠지모르게 만족스러움이 묻어나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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