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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사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2705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gdam
추천 : 1
조회수 : 30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12/29 11:58:25
오늘도 또 우리 수탉이 막 쫓기었다. 

이번에도 문수가 쌈을 붙여 놨을 것이다. 바짝바짝 내 기를 올리느라고 그랬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고 놈의 도지사가 요새로 들어서 왜 나를 못 먹겠다고 고렇게 아르릉거리는지 모른다. 

나흘 전 전화 건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도지사가 나물을 캐러 가면 갔지 남 울타리 엮는 데 쌩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그것도 발소리를 죽여 가지고 등뒤로 살며시 와서, 

"얘! 너 이름이 뭐니?" 

하고 긴치 않는 수작을 하는 것이다. 

어제까지도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본체 만 척하고 이렇게 점잖게 지내던 터이련만 오늘로 갑작스레 대견해졌음은 웬일인가. 항차 망아지만 한 도지사가 남 일하는 놈 보구……. 

"무슨 용건이십니까?" 

내가 이렇게 내배앝는 소리를 하니까, 

"나 도지삽니다" 

또는, 

"얘! 너 이름이 뭐니?" 

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 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깔깔댄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날씨가 풀리더니 이 놈의 도지사가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게다가 조금 뒤에는 제 집께를 할금 할금 돌아보더니 행주치마의 속으로 꼈던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인사조치 당하고 싶어?" 

하고 생색 있는 큰소리를 하고는 제가 전화한 것을 남들이 알면은 큰일날 테니 여기다 얼른 헬기를 부르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너 이름이 뭐니?" 

"뚜 - 뚜"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일하던 손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랬더니 그래도 가는 기색이 없고, 뿐만 아니라 쌔근쌔근하고 심상치 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그때에야 비로소 돌아다보니 나는 참으로 놀랐다. 우리가 이 동네에 들어온 것은 근 삼 년째 되어 오지만 여태껏 가무잡잡한 문수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법이 없었다. 게다가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핸드폰을 다시 집어들더니 이를 꼭 악물고는 엎어질 듯 자빠질 듯 한나라당으로 횡하게 달아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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