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어제의 술자리 덕분에 회사 직원의 차를 얻어타고 회사로 향했다. 중간쯤 갔으려나. 갑자기 찾아온 비보. 대학병원. 물론 출근길 중간에 대학병원이 있어서, 또 마침 그곳을 지나고 있어서 급히 세웠다. 얼굴에선 식은땀이 나고, 부들부들 떨렸다. 동료 직원은 괜찮다고 날 달래며 심호흡하라더라. 먼저 가라고 했다. 기다리겠단다. 정문에 서 있던 경비 아저씨한테 위치를 확인하고, 급히 뛰었다. 눈물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얼굴로 흘러내린 땀 때문인지, 눈물 때문인지 안경이 벗겨졌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뛰었다. 다급한 얼굴로 뛰는 날 병원 로비의 사람들이 쳐다본다.
어찌도 그리 무심하게 찾아오신 걸까? 절로 한숨을 내뱉게 만드는 설사님 때문에 낑낑거리며 화장실에 앉았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더라. 얼마나 긴장했던지 다리에 힘이 풀리고, 눈도 풀리고, 설사도 다 풀렸다.
다시 뛰어서 기다리던 직원의 차에 올랐다.
"시원하냐?" - "어. 시원하다."
"표정이 왜 그러냐?" - "기운이 쭉 빠져서 그런다."
"차는 왜 이리 막히는지 원." - "몰라. 이제 법대로 해라."
"너 때문에 지각할 것 같으니까 사유서에 'BK 똥'이라고 적을 것이다." - "그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