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에 비해 2.5배나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비영리단체 포함)는 1565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 늘었다.
반면 개인순처분가능소득(NDI)은 875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증가하는데 그쳤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부터 11년째 가계부채 증가율이 가계소득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
이에 따라 2005년 125% 수준이던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178.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35%)보다 44%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경기·고용 부진으로 소득이 정체되면서 가계는 생계를 위해 빚을 내야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정부가 경기 부양 목적으로 부동산 규제를 완화한 것도 가계가 무리하게 대출을 늘린 이유로 지목된다.
지난해 가계부채는 주택담보대출(12.0%)과 기타대출(11.7%)에서 모두 두자릿수로 늘었고, 카드사용액 등 판매신용도 11.6%나 증가했다.
또 가계부채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자영업자 대출도 12% 이상 늘어 52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임금 근로자들이 자영업으로 밀려나오면서 생계·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고 있지만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떨어지다 보니 추가적으로 자금이 필요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총부채상환비율(DTI)를 완화한 것도 가계부채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계부채의 절대 규모를 통제할 경우 취약 계층이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은 2금융권 등으로 밀려나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은행권 가계대출을 규제하기 시작하면서 금리 수준이 높은 비은행권 대출 증가율(+17.1%)이 은행(+9.5%)보다 2배 가량 높아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가계의 소득을 늘려주면서 취약 계층의 부채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성 교수는 "가계부채의 총량을 무리하게 줄이려고 할 경우 오히려 가계의 소비 여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가계의 소득을 늘릴 수 있는 쪽으로 접근하면서 취약 계층에 대해서는 재정 지원을 통해 부채 구조를 바꿔줄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