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일동안 노무현대통령에 대한 죄책감때문에 일도 손에 안잡히고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정책에 괜한 딴지걸기 했던것에 죄스러웠고 깊은뜻을 헤아리지 못함에 죄스러웠습니다. 최근에는 '진보는 노무현이라는 꼬리를 잘라야한다.'는 발언도 했습니다. 이 모든 말들이 제 자신에게 비수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맘속이 답답했습니다. 베개속에서 환청이 들리는 듯했습니다.
야간 분향소 지킴이를 지원했습니다. 밤새도록 영정앞에서 대통령님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같이 밤을 지새기로 하신분들은 술한잔씩 드시고 곁에서 주무시라고 하고 거의 하룻밤을 혼자 지샜습니다. 국화가 시들까봐 물도 뿌려주고 주변도 청소하고 향이 꺼지면 향도 피워드리고 이러저러 하면서 가끔 시간나면 노대통령님과 얘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하룻밤이 후딱 지나가 버렸습니다.
아니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밤늦은 시간은 물론 인적이 드문 새벽까지 각양각색의 시민들은 발길을 끊지 않았습니다.
술에 만취한 50중반의 중소기업사장님 같으신분은 한 30분을 제옆에서 상주 노릇 하시면서 한마디도 안하시더군요. 저는 '이분도 노사모 회원인가?' 생각하면서 그냥 아무말도 안했는데 벤치 한쪽끝에 앉아서 무엇이 그토록 서러운지 울먹이는 목소리로 집에 전화를 하십니다 "내가 싫어하던 노무현대통령이 돌아가셨어. 잠이 안와! 죄송해서 잠이 안온다고!!"
민노당원인 듯한 30대의 어느 형님뻘 되시는 분은 영정앞에 무릎꿇고 앉더니 "절은 안하겠습니다. 막걸리나 한잔 올립죠." "바보같은 사람...허허허 멍청한 사람. 어휴 모질게 살아야지 왜 가셨나요..."라고 말한후 이내 바닥에 엎드리시더니 눈물을 흘리시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를 연거푸 되뇌이셨습니다.
5시쯤 '야근만을 전문적으로 하신다'는 어느 중년의 말씀이 인상 깊더군요. "우리시대에 또다시 이렇게 좋은 대통령은 절대 안생길것 같다. 하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내생에 노무현 대통령을 한번 만난 것 만으로도 나는 만족한다."
동이 틀때까지도 사람들의 행렬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치워도 치워도 분향소 바닥은 노무현대통령께 드리는 막걸리와 담뱃재가 계속 쌓여만 갔습니다.
여러분께 노무현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오늘 생각해보니 저에게 노무현은 희로애락을 함께한 동지인 것 같습니다. 기쁨도 주고 슬픔도 주었고 화도 났지만 노무현대통령 역시 저와 똑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내가 기뻐할때 함께 기뻐했고 내가 분노할때는 스스로에게 화내고 내가 슬퍼할때는 남몰래 눈물 흘렸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