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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도 이런분들이 있네요.
게시물ID : humorbest_2341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솔직히놀랐음
추천 : 56
조회수 : 2608회
댓글수 : 1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9/05/27 14:02:29
원본글 작성시간 : 2009/05/27 13:00:58
어제도 평소와 같았습니다.
퇴근하신 아빠와 엄마와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티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그러셨습니다.
월요일에 학교에 갔는데 아무도 서거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도 않는다고.
그 얘기를 듣고 오유에서 대구에 계시는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쓰신 글이 생각나서
엄마한테 얘기해드렸더니 엄마가 굉장히 공감하셨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밥만 열심히 먹고 있었습니다.
밥을 다 먹을즈음 아빠가 2.28 분향소에 다녀오자고 하시더군요.
그 말을 듣자마자 방으로가서 까만색옷을 찾아입었습니다.
평소에 까만색 반팔 블라우스라도 사둘껄 그랬습니다.
까만색 반팔이 없어서 결국 덥지만 긴팔 블라우스를 입었습니다.
평소에 어디 나가실땐 슬리퍼신고 나가시던 아빠였는데
어제는 정장차림에 까만구두를 신고 나가셨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2.28에 도착했을때가 8시.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있어서 놀랐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학생들도 많아서 놀랐습니다.
제 옆줄에 있던 휠체어를 탄 학생을 보곤 괜히 울컥하더군요.
근조리본을 달고 방명록을 적고 하얀 국화를 받아들었습니다.
국화 향기가 그렇게 따갑고 쓰리다는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옆에 마련된 영상물을 보니 어느샌가 눈물이 맺히더군요.
주위에서 훌쩍훌쩍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저도 참지못하고 주륵주륵 울어버렸습니다.
그때 옆에서 조용히 아빠가 휴지를 건네주시더군요.
그래서 더 울어버렸습니다.
앞쪽으로 보이는 영정사진이 많이 슬펐습니다. 그리고 죄송했습니다. 
저희 순서가 되서 꽃을 조용히 놔두고 절을 하고 그리고 돌아서는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전 몰랐는데 아빠가 한일극장앞에도 분향소가 있다고 거기도 가자하셔서 따라나섰습니다.
2.28에 비하면 작은 분향소였지만 결코 작다고 느껴지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평소에 경상도 = 한나라당 이라는 생각으로 지내왔던 저였지만,
어디가서 대구사람이라고 말하는게 창피하던 저였지만,
그래도 어제는 가슴펴고 당당히 걸을수 있었습니다.
나이드신 분들도 많았지만 그것보다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또래로 보이는 대학생분들이 많아서
슬펐지만 한편으론 안심도 되고.
저희 동네에서 조기게양한곳은 저희집밖에 보지 못했지만, 대구싫다고 이사가고싶다고 이사가서마음껏울고 그리고 당당하고싶다고 엄마한테 투정아닌 투정도 부렸지만 그래도 어제 분향소에 다녀오면서
조금씩 조금씩 변하고있는 대구를 보면서 뿌듯했던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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