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daily.co.kr/news/article.html?no=102202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119 전화 논란이 심각한 수준이다. 비판이 가열된 28일에 이어 29일까지 김지사 사건은 각종 포털과 커뮤니티 검색 최상위권에 오르며 갖가지 패러디까지 쏟아지고 있다.
한미FTA 처리, 디도스 사태, ‘나꼼수’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 등으로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여론이 극으로 치닫는 시점인데다, 그동안 ‘막말’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른 김 지사여서 비판의 수위는 더욱 거세다.
비판을 날리는 칼날의 주체는 ‘네티즌’들이다. 김 지사를 변호하는 주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권위주의에 쩐(물든) 제왕적 도지사’, ‘군대도 안 간 지사가 관등성명은 무슨 소리’, ‘긴급전화에 전화를 걸어 신분 확인만 하려는 무개념’ 등이 비판의 주제들이다.
김 지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소방의 최고 책임자로서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특히 <경향>, <뷰스앤뉴스> 등 좌파 매체들이 전후 사정을 잘라낸 채 몰아세우기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 지사의 전화를 받았던 소방관은 29일 새벽 직접 사과의 글을 올리고 파문 확산이 안 되기를 바란다며 진화에 나섰고, 이날 오후 김 지사 역시 "근무 규정을 어긴 것은 맞지만, 나에게도 책임은 있고 인사 이동은 내가 지시한 것이 아니다"며 이를 취소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항의글이 이어지는 경기도청 홈페이지가 다운되고 김문수 지사와 소방관이 인터넷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 만약 진짜 응급 구조 요청이었다면?
지난 2009년 2월 21일 바로 문제의 남양주소방서에 한통의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친구들과 술을 마신 71살 A씨는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당시 귀갓길에 길을 잃고 시골길을 헤매다 119에 전화를 걸었다.
당시 통화내용이다.
A씨 "여기가 대방리인데, 어딘지 모르겠는데 저 좀 구해주세요"
소방관 "거기 큰 건물 없어요?
A씨 "제가 한 두시간을 헤메고 있는데 어딘지 모르겠어요"
소방관 "선생님께서 모르신다고 하면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정신 바짝 차리시고 날씨가 추우니까 큰 건물이나 어디 불켜진데 찾아보세요"
A씨 "(근처에)하우스가 있어요"
소방관 "선생님이 모르신다면 우린 몰라요. 큰 건물이나 찾아서 전화 주세요"
응급환자 "아이구"
소방관 '전화 끊음'
당시 녹취 파일
http://image.chosun.com/news/2009/0539a.mp3 http://image.chosun.com/news/2009/2255b.mp3 A씨는 이후 7시간 후에도 재차 구조요청을 했으나 남양주소방서는 이를 묵살했고 70대 노인은 들판에서 동사한 채 발견됐다.
위치추적 등 방법을 찾지 않고 안이하게, 그리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소방관의 책임으로 아까운 목숨을 잃은 셈이다. 당시 김 지사는 안이하게 상황에 대처한 남양주소방서의 업무 처리 태도를 크게 질책했고, 소방재난본부는 A씨 같은 어이없는 인명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상황접수 요령에 대한 교육을 수 없이 실시했다.
소방공무원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에 따르면 상황실 근무자는 119 전화신고 접수 시 먼저 자신의 관등성명을 밝히고, 신고내용에 대해 성실히 응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황실 근무자는 모든 신고전화에 대하여 장난전화 여부를 임의로 판단하여 응대하게 될 경우 자칫 진짜 사고에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김 지사의 통화 내용도 앞서의 사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소위 한번 사고를 친 ‘남양주 소방서’가 여전히 안이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에 화가 난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상황실 근무자는 전화를 건 사람이 도지사가 아니라 일반시민이 설혹 장난전화를 했다 할지라도 만에 하나 그것이 사실일 수 있다는 가정하에 성실히 응대해야만 하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잘못을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같은 소방서에서 김지사의 119 전화를 묵살한 경위
지난 19일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요양병원을 방문한 김 지사는 요양원내 암환자의 응급 이송 관련 문의를 위해 남양주소방서 119상황실에 전화를 했다. 요양병원 방문 과정에서 한 민원인이 질문한 내용을 즉각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발 빠른 행정’을 항상 강조하는 김 지사가 현장 방문을 할 때 자주 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김 지사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소방관의 이름을 물었다. 하지만 소방관은 이를 장난전화로 오인하고 전화를 그냥 끊어버렸다. 상황실에 뜬 전화번호가 요양병원인 것을 확인한 소방관의 ‘자의적 판단’이었다.
김 지사는 곧바로 다시 전화했으나 다른 근무자도 장난전화로 판단, 응대하지 않았다. 김 지사는 통화에서 모두 9차례에 걸쳐 신분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 지사는 이를 도소방본부에 통보했고, 지난 23일 자로 해당 상황실근무자 2명을 포천과 가평소방서로 각각 인사발령이 났다. 이 과정에서 두 소방관을 전보조치하겠다는 소방재난본부의 보고에 김 지사는 "그럴 것 까지는 없다"고 했지만, 결국 인사조치는 이뤄졌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상에는 논란이 거세졌고 김 지사는 29일 오후 경기도소방재난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두 소방관의 원대복귀를 지시했다.
다음은 19일 김 지사와 상황실 소방관과의 통화 요약이다.
김 지사 “여보세요. 경기도지사 김문수입니다.”
소방관 “… …”
김 지사 “이름이 누구요?”
소방관 (작은 목소리로)‘아이 씨~ 미치겠네…’ “무슨 일 때문에 전화하셨는데요?”
김 지사 “어허… 내가 도지사인데 거기 이름을 누구냐는데…”
소방관 “그러니까요, 행정전화에 전화를 거셔야죠, 긴급전화에 전화를 거시면 안되죠.”
소방관 ‘전화 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