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시의 길을 걸었지
길가에 올망졸망 맺힌 열매들이 시고
분주히 주변을 탐색하는 딱정벌레 더듬이의 촉감도 시다
옹알대는 아가의 입안에서도 시는 태어난다
해의 이름으로 시는 떴다가 지고
사랑하는 언어의 조합, 낯설음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과 순서에도
시는 분명 묻어있다
한낱 쥐구멍에서도 한 편의 시가 몽글몽글 쓰이는 중이고
들판 팔랑이며 양을 치는 나비의 마음에는
우주처럼 너른 시의 공간이 펼쳐져 있다
날갯짓에서 흘러나오는 작디작은 음악과
벽을 타고 오른 담쟁이, 버드나무의 늘어진 자태도 시요,
빨간불 앞에 멈춰 선 자동차의 마음도 시다
내 가슴을 찢고 나온 꽃망울,
한 닢의 꽃 손으로 한 줌 담아내고픈
이 아름답거나 교묘하거나 원망스럽거나 귀엽거나 애처롭거나 말할 수 없는 것들.
나는 감정이 수만 갈래의 뭉치 털처럼 자란다고 믿고 있소
하루의 느긋한 박자, 백색소음의 빽빽한 선율
너무 기쁘기 때문에 슬퍼지는 감정의 골짜기
나는 이 모든 것을 시라는 한마디 말로 전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