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게시물ID : humorbest_2350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붕어싸이코♡★
추천 : 85
조회수 : 2025회
댓글수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9/06/03 04:25:00
원본글 작성시간 : 2009/06/01 22:25:15
우리 신랑은 원래 정치, 경제, 역사. 뭐 이런 얘기를 좋아한다.
남들이 보면 박식하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창 콩깍지가 덮여져 사랑을 속삭일때.
우리 신랑은 여당, 야당에 대해서 얘기를 했고.
내가 정치 얘기를 지루해 하면 삼국지 얘기를 하곤 했다.
그마저도 싫어 하면 우리 나라 역사 이야기...
우리 신랑이 가장 중점적으로 얘기를 하던 것은
민주주의. 그리고 권력. 그리고 전쟁.-_-;
한번은 수원역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다.
'자기야. 제갈공명의 업적이 뭐지?'
라고 얘기를 했다가....
수원역에서 동수원 톨게이트를 지나 우리집으로 올떄까지.
난 삼국지의 대한 설명을 들을수 밖에 없었다.
신랑은 집에 오면 가장 먼저 뉴스를 보았는데.
그때마다 정치면을 가장 많이 봤었다.
한,두시간을 뉴스를 꼼꼼히 다 돌려보고 나선.
늘 정치 얘기를 했었다.
그리곤 어디서 구했는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 동영상을 보여주며 들어보라고 틀어줄때가 많았다.
난 정치에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우리 엄마는 특히 노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는,
아니, 싫어 하는 경상도 분이셨다.
듣는둥- 마는둥- 하면 신랑은 혼자 진지 하게
백번도 넘게 본 동영상을 보며 칭찬을 하곤 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정말 자기 생에 누가 소원을 꼭 한가지 말하라고 하면
노 대통령과 만나서 악수를 하고 식사를 하는것 이라고 했다.
23일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뉴스를 보던 신랑은 아무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베란다를 뒤져 창문에 태극기를 달았다.
그리곤 유난히 노 대통령의 동영상을 틀어댔다.
짜증을 한창 부리던 나는 서거 소식을 보고 아무말 하지 않았다.
우리 신랑은 참 마음을 아파 했다.
29일 영결식에 정말 가고 싶어했지만
휴가내기가 쉽지 않아 신랑은 걱정을 했다.
우리 신랑은 군인이다.
군인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므로...
그리고.
조문은 갈수 없다는 통보를 부대에서 받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우리 신랑은 골백번도 더 봐서 연설을 외울것 같은.
동영상을 새벽 내내 틀어서 보았다.
29일 저녁 퇴근 하고 방을 치우고 앉아 있자니
신랑이 퇴근을 했다.
기분을 맞쳐주면서 외식을 하러 나가자고 보챘지만.
신랑은 자꾸만 이런 기분에 나가서 밥 먹을 기분이 아니라고 했다.
억지로 억지로 츄리닝 바지에 티셔츠를 입히고 등을 떠미니
슬리퍼를 직-직- 끌고 차에 탔다.
나는 그길로 집에서 10분도 안걸리는 수원 연화장을 향했다.
11시가 다된 시간이었지만 주차장에는 많은 차가 있었고.
아직 가지 않은 사람들은 곳곳을 정리 하고 있었다.
가는 내내 노란 풍선과 노란 띠가 둘러져 있는 길을 올라갔다.
연화장에 도착해 내려서 인사라도 드리라니
신랑이 차에서 꿈적도 안한다.
츄리닝을 입은 자기가 어떻게 그분 앞에 인사를 드리냐고 했다.
차에 앉아 여기 저기 걸려있는 풍선과 현수막을 둘러보다.
집에 가잔다.
일부러 연화장에서 가장 먼 길로 돌아오는데
연화장에서 분당까지 둘러진 노란 띠를 보던 신랑이.
우직하고 곰 같던 신랑이 내내 울었다.
내내 울면서 그런 사람 다시는 없을거라고 했다.
가슴이 뻥 뚫린것 같고 팔이 떨어져 나간것 같다고 했다.
뭐가 그리 바쁘다고 봉하 한번 내려가지 못했냐고.
자신을 탓하고 있었다.
다 알고 계실 거다.
우리 신랑이 얼마나 존경 했었는지..
우리 신랑이 얼마나 존경 했었는지..
그분은 알고 계실 꺼다.
그렇죠?......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