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람을 만난지는 두달이 되가네요. 그렇게 작은 나이도, 그렇게 많은 나이도 아닌, 경계선에 걸친 나이에 태어나서 처음 이성과의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른바 맞선이죠.
늦게 배운 도둑질 날새는지 모른다고 했던가요? 정말이지 가끔 스스로도 놀랄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직장-집만 챗바퀴 돌던 제가 가끔이지만 근교로 여행도 다니고, 술을 좋아하지도 않던 제가 가끔이지만 즐기면서 마시게도 되었습니다.
맞선... 모태솔로인 제겐 '결혼을 전제로한 만남'이라는 고리타분한 선입견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첫만남 이후 서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공통된 생각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만남을 가지고 있었지만... 2주 전쯤부터인가요. 만나자고 연락해도 이런 저런 이유로 거절당하고,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거의 열번에 아홉번은 제가 먼저 문자나 전화를 해야만 연락이 되었었네요. 처음이지만, 아픈일을 겪었던 그사람에게, '이 사람은 지켜주고 싶다'라는 생각도 들었고, 아픈 기억 역시 잊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영화나 글에서나 봐왔던... 주위에서 조언들은 것들을 해주면서 많이도 아닌 '남들처럼' 둘의 사이가 발전하길 바랬습니다. 그러다 용기를 내서 좋아한다는 말도 하고, 결혼에 관한 얘기도 꺼내 봤지만 대답은 '모르겠다'였네요.
시간이 가면 알아주겠지라는 생각에 웃으며 기다려 봤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고슴도치 같이 다가서면 가시를 세우는 그 사람을 포용할 자신이 없어집니다. 지금도 몇일째 연락이 오지 않습니다. 먼저 연락하고 싶지만... 또 거절당할까봐, 부담주고 불편해 할까봐 선듯 전화기에 손이 가질 않네요.
어쩌면 이건 저만의 집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아한다라는 마음에 그 사람을 저만의 잣대에 끼워맞춰서, 제가 원하는데로 되지 않으니 심통 부리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주위에선 '맞선 보고 그 정도 연락 안되면 끝난거야, 사람이 눈치도 필요해'라는 말을 합니다. 역시 답은 정해져 있는걸까요? 어짜피 만날수도 없는데... 조용히 '우리 이제 그만 만나요'라는 메시지 한통으로 끝내야만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