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인터뷰를 하면서 담배를 자주 피웠다. 2007대선이 무르익어가던 당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독주체제였다. 이변이 없는 한 노 대통령은 정권교체를 허용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그는 그런 상황을 답답해하고 있었다. 노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 시대의 도래를 마땅치 않아 하는 것은 그가 구시대적 CEO 출신 때문만은 아니었다. 신뢰를 주지 못한 것만이 아니었다. 노 대통령은 당시 민주주의가 위기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것을 과연 이명박씨가 해결할 수 있느냐?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이 말한 '민주주의의 위기'란? 시청광장이 경찰차벽에 봉쇄되고, 미네르바가 구속되고, 임기 중인 대학총장이 쫓겨나고, 이런 2009년 상황이라면 민주주의 위기라는 말이 실감날 터인데, 참여정부인 2007년에 그것도 현직 대통령이 민주주의 위기를 이야기하니까 처음엔 그다지 다가오지 않았다.
"부자정권이 들어서면 어찌 되는지 맛을 봐야"
2007년 가을, 퇴임을 6개월여 앞둔 대통령 노무현은 초조해하고 있었다. 도덕문제와 신뢰문제가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았는데도 "경제, 경제"하는 후보에 마음을 주고 있는 국민들에게 섭섭해하고 있었다.
"지금 민주주의 문제나 도덕적 가치에 대한 문제를 전부 다 무가치한 것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하고 있어요. 쟁점화가 안 되고 별 필요 없는 것처럼 그냥 묻혀버린 거죠. 그러나 결코 현실상황은 그렇지 않습니다. 상황은 절대 그렇게 만만치 않은데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해서 사람들은 위기감이 없어져 버렸어요."
대통령 노무현은 기자에게 반문했다. "뭐가 해결이 됐나요? 내 속이 탑니다, 미치겠어요."
그러면서 이번엔 자신에게 반문했다. "내가 민주주의를 하지 말았어야 했나요?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감이 없어진 게 참여정부에서 권위주의를 해체하고 민주주의를 확장시켰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그럼 내가 그런 것을 하지 말았어야 했나? 아, 미치겠어."
대통령 노무현은 다음 대통령으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선택하고 있는 국민들을 행해 말했다. "권력이 저쪽으로 넘어가야 이쪽 사람들이 자성도 생기고 투쟁도 생길 겁니다. 지금 사람들이 위기감이 없어지고 전부 관심을 안 갖고 있는 것은 권력이 저쪽으로 안 넘어가 있으니까 그래요."
대통령 노무현은 담배를 피운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또 하나를 집으며 말했다.
"이제 부자정권이 어찌 되는지 한번 맛을 봐야…."
2008년 이명박 시대가 열렸다. 그 후 국민은 그 부자정권의 맛을 톡톡히 보고 있다. 그걸 경고했던 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9년 5월 29일 16대 대통령 노무현 국민장. 수십만 명이 그의 마지막 가는 길에서 눈물을 뿌렸다. 인터넷 공간에는 뒤늦게야 그의 가치를 알았다는 누리꾼들의 고백이 줄을 잇고 있다. 바보 노무현은 그 국민들을 보고 뭐라 말할까? 인터뷰 중 그가 친구들에게 들었다는 말이 국민의 한 사람인 내게 꽂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