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구에 내려오는걸 꺼리는데 거기엔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대구만 내려오면 빨리 결혼하라는 부모님의 독촉아닌 독촉과 -저도 급한건 아니지만 하고는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 하지만 사귀기는 고사하고 만나고 있는 사람도 없건만... 다소 억울하죠- 정치/시사 얘기만 나오면 대립(?)으로 치닫는 부모님과의 관계때문에 대구 내려오기가 참으로 꺼려집니다.
이번에 내려올 땐 반박자료(?)를 준비해서 공부 좀 해서 내려왔습니다. 항상 들어오던 부모님의 논지가 있던터라 거기에 맞춰서 공부 좀 했습니다. 노전각하때의 성과 -경제발전 및 국가안보/국방예산증가중심으로- 와 박통때의 경제발전 실체 중심으로요. 어차피 그분들은 민주주의식과 관련된 분야는 관심이 없으시기에... 워낙에 어려운 시절을 보내신 분들이라 민주주의의식함양 따위(?)는 사치일뿐이거든요. 가시적인 성과만이 중요할 뿐이지요. 안타깝지만...
역시나 예상대로 아까 있었던 아침식사시간... 어머님께서 노전각하의 서거와 관련하여 시청에 갔냐고 물으시더군요. 아... 올것이 왔구나... 긴장까지 되더군요.
부모님의 말씀은... 부모가 죽어도 그렇게는 안슬퍼한다.넌 할머니 돌아가셨을때 가만있다가 광신도냐 대체 왜 그러느냐. 일주일간 전국적으로 장사가 안되서 나라 경제가 더 힘들어졌다. 북한은 핵실험하는데 이럴때 왜 나라를 분열시키느냐. 노전각하께서 박통반만이라도 하면 몰라 한게 뭐가있다고 그러느냐. 그마나 자결(부모님입장에선 자살)한건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네가 철이 없고 몰라서 그러는 거다. 우리가 빙시가(병신이냐). 네가 그러는건 부모까지 팔아먹는 빨갱이들이랑 다를께 없다. 세뇌당한 빨갱이는 애비애미도 없고 예의고 삼강오륜이고 없다. 그래서 이나라가 걱정이다.
아흔의 나이에 연로하셔서 돌아가신 것을 표적수사로 자주가는 삼계탕집까지 세무조사까지 받고 피의사실을 다 까발리는 심리고문에 못이겨 자결하신 분과 비교하면 안된다고... 할머님 돌아가셨을때 공공연히 호상이라고 하신건 어르신들 아니냐고... 일주일간 장사를 못한건 어디 얘기냐고, 대구는 그럴리 없을테고 도대체 어디 얘기냐고... 특별교부금 6조원을 예산으로 환원하신분께 왜 그러냐고... 이제까지 그 많은 특별교부금을 몽땅 환원한 대통령이 도대체 누가 있느냐고... 나라를 분열시키는건 한날당과 조선일보아니냐고... 고인의 죽음을 폄하하고 자꾸 위기론에 부채질하지 않느냐고... 박통때 무역적자를 아시냐고... 흑자만 봐왔지 적자는 얼마나 난지 아시냐고... 국민들을 최악의 근로조건에서 죽을똥 살똥 일시키고 자기한테 반대하면 무조건 족쳤으면서 지는 밤마다 여대생이랑 양주퍼 마신 박통이랑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아무리 사실을 얘기해도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얘기만하면 빙시랑 다를께 뭐냐고... 솔직히 제 눈엔 빙시로 보인다고...
뭐 대략 이런 내용들을 흥분하지 않고 분위기 좋게 얘기하다가... 노전각하의 자결(부모님껜 자살)과 일말의 양심부분에선 저도 모르게 슬슬 흥분하기 시작해서...(아마 부모님도 빙시부분에서 흥분하신듯 했습니다.) 진짜 빨갱이 보신적 있으시냐고 없으면 말씀을 하지마시라고. 부모님 아들네미는 차라리 사실을 얘기하는 빨갱이할테니 걱정마시라고. 빨갱이 여기 있으니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신고하시라고. 그리고 예의운운하시면서 그러는게 아니다라고 하시는데 부모님이야말로 그러시는거 아니라고...
흥분한 부분부턴 기억이 잘 안나네요. 제가 조금만 긴장하거나 흥분해도 기억이 잘 안나거든요. 그러고보니 순국선열과 국방비 얘기랑 제2롯데월드 얘기도 나왔고... 전사자 유해 발굴얘기도 나왔군요. 밥도 먹는둥 마는둥 했는데... 벌써부터 체한 느낌입니다. 밥먹은지 한시간이 지나도록 트림도 안나오네요. 부모님께선 조선일보 받아보시는데 제가 그걸 끊지는 못하고 경향신문도 넣어드리고 있는데... 1년으로는 약발이 안먹히는군요. 부모님께서 조선일보 보시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신문이 다 거기서 거긴데 이왕이면 발행면이 많고 경품주는 신문이 좋지않냐고 하십니다. 경제도 어려운데 경품까지 주는 이런 고마운 신문사가 어디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