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태어난 지 58일째입니다.
제가 출산한 일본의 병원에서는 태어난 날부터 모유/분유/배변 등등을 기록하게 했어요.
요즘은 앱으로도 많이들 하시죠.
저도 앱 깔았다가, 오히려 불편해서 병원에서 받은 용지와 비슷하게 만들어서 손으로 쓰는 방식으로 돌아갔습니다.
작은 노트 한 권이 거의 끝나가서, 엑셀로 표를 만들다보니 예전(이라고 해봤자 아직 두달도 안되긴 했지만^^) 추억이 새록새록해서 글을 써봅니다.
첫날의 기록.
저는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아서 첫 2일 동안은 간호사분이 써주셨어요.
가장 왼쪽은 시간, 그 옆 동그라미들은 직수한 걸 표시해요.
제왕절개 당일에 직수를 했다고?? 네, 했습니다.
침대에 누워, 산소마스크+심전도체크기+혈압측정기+다리마사지기 등등을 주렁주렁 달고 있던 저에게, 목도 못돌리고 누워있던 저에게,
간호사분이 아기를 데리고 오셔서 젖을 물리셨어요.
6시에 입원실로 들어온 후 밤 12시까지 총 네 번을 물리셨군욥... 전 기억도 안나지만 감사합니다........
수술한 지 다다음날부터 모자동실을 시작한 게 이 표를 보면 보이네요. 하하하핫
수술 후 3일째. 이 날은 직수를 12번 했네요.
이 날 기억 나요. 아기가 그 전날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잠을 안자고 칭얼 대서 거의 계속 젖을 물렸던 날입니다.
0시부터 5시까지 직수란에 빼곡한 동그라미들이 그 증거죱.
이 병원 출산 교실에서 간호사분이 그러시더라구요.
모유수유의 관건은 초기에 얼마나 자주 물리느냐에 달려있다고.
아기를 낳고 힘들고 피곤해도 무조건 자주 물리는 것 밖에 답이 없다고.
병원에서 이 악물고 수유하고 퇴원하면 집에 가서 그나마 편하다고.
첫날에는 다들 10번 정도씩 직수한다고.
(이 병원은 자연분만의 경우 당일부터도 모자동실 가능...)
그 때는 "난 못해... 못할거야..."했는데, 닥치고 보니 저도 했군요.
요즘 제가 쓰고 있는 일지입니다.
병원에서 하던 방식에 "잠"에 관한 데이터를 추가했어요.
젤 왼쪽은 시간, 그 옆 BF는 모유, 타이틀이 없는 칸은 분유나 유축한 모유를 먹인 경우, 대변, 소변, 잠잔 시간입니다.
이 날은 직수를 6번하고 분유를 350ml 추가했네요. 큰일 작은일 다 잘 봤고, 잠은 12시간. 낮잠이 좀 적었네요.
모유란에는 대략적인 시간도 적습니다.
15분이라고 적혀있어도 중간에 가슴 위치를 바꾼다든지 하는 시간은 뺀 거라 조금 더 걸립니다.
1개월쯤 되었을 때 가정방문 오신 조산사분이 "먹을 땐 집중해서, 가능한 15분 내로 수유를 마치도록"이라고 하셔서
요즘은 젖 먹는 아기에게 "먹는데 집중하세욥! 잠들면 안되욥!"하며 파이팅 넘치게 수유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열흘 정도는 거의 8시~9시에 잠을 자는 착한 아기지만, 지난 날들 기록을 보다보니 힘들었던 날들 기억도 나네요.
일본어로 ぐずぐず라고 적힌 부분이 계속 칭얼거렸던 때입니다.
그 전까지 젖먹으면 바로 자고, 일어나면 젖먹고만 반복하던 아기가 갑자기 저녁때부터 밤 12시~2시까지 칭얼대고 잠을 자지 않았던 때.
덕분에 이 때 수면교육같은 내용도 공부하고, 아기의 수면패턴도 기록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언제까지 이 기록을 계속할 지 모르겠지만, 이 노트들은 잘 간직해두었다가 우리 딸이 커서 속썩이면 보여주려구요.
내가 이렇게 널 키웠는뎁!!! 어디서 반항이얍!!! 하구요.
언제나 증거자료는 중요하니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