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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선을 확실하게 그어줘야 가정이 편안해집디다...
게시물ID : wedlock_23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일베살처분
추천 : 14
조회수 : 1627회
댓글수 : 41개
등록시간 : 2016/06/08 10:48:06
40대 초반의, 결혼 햇수로 5년차 남성입니다.
아내는 저보다 3살 연하이고요.

일단, 양가 집안 분위기부터가 다르게 컸습니다.

아내쪽은 친가쪽과는 돈독하지 못하고, 외가쪽(장모님은 세 자매가 형제의 전부입니다.) 식구들과 훨씬 돈독합니다.
그렇다고 사촌 형제들끼리 행사나 기념일에 딱히 뭘 챙겨주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았고요.

하지만, 저희 쪽은 분위기가 완전 달랐습니다.
친가, 외가 모두 돈독하게 지내는 편이었고, 기념일이나 행사 때면 거의 무조건적으로 참석하는 게 관례였죠.
행여 커플 중 한 쪽이 불참하면, '얘들이 무슨 일이 있나...', 아니면 '얘가 왜 안왔지?' 하고 어른들이 내심 걱정하는 분위기이고요.

여튼, 서로 자라온 환경과 생각이 다른 커플이 만나서 결혼했습니다.

결혼 초기에는 집안 행사에 같이 다녔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인천에 직장, 저는 대전에 직장, 출산휴가 전까지 주말부부를 했던 터라,
임신초기와 후기에는 저 혼자 다녔습니다.
(게다가 제 친가와 처가가 모두 다른 지방에 있어서 임신시에도, 육아에 있어서도 부모님들께 의지할 형편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친척 어른들이 이해해 주시는 분위기 였지만, 
횟수가 반복될 수록 '누구는 애 안낳아본 줄 아느냐, 임신해도 다닐 곳은 다 다녀야하고, 그렇게 할 수 있다.' 라는 식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늦은 나이에 임신한 아내와 뱃속의 태아를 생각하면, 욕 좀 먹더라도 내 가족 지키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이런저런 변명아닌 변명을 대며 그때그때 대처했습니다.

그렇게 첫째가 태어나고,
아이가 어릴 때에도 몇 번 집안 행사에 저 혼자만 간 적도 있고, 
때로는 아내는 집에서 혼자 쉬게 하고, 제가 아이만 데리고 행사에 참석한 적도 있습니다.
(아내에게 하루 휴가를 준 거였죠.)
그때마다 이모님들이 뭐라고 하시며 눈치를 주시더군요.
(사실, 저희 외가쪽 식구들이 시골출신이라 유난히 며느리들 군기(?) 잡는 게 심합니다. 솔직히 해준 거는 개뿔 하나도 없으면서...)

그래도 저는 꿋꿋하게 내 아내와 아이가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어떻게 모든 행사를 다 참석하냐, 게다가 우린 다른 지방에 살고 있어서 오기도 쉽지 않다. 우리 가족이 잘못되면 누가 책임지냐?' 라는 식의 항변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다고 제 아내가 저희 친가쪽 행사를 무시하는 건 아니고, 부모님 생신이나 제 친형제들과 조카들 기념일은 꼬박꼬박 다 알아서 챙깁니다.
그리고 저와 각별한 사이인 것 같은 친척들 관련 행사에는 저보다 더 신경써서 챙기고요.
(가끔 기대하지 않았는데, 고맙게 느낀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그거면 됐다고 생각하고, 그 이후로도 가끔씩 일반적인 행사는 저와 첫째만 참석하기도 합니다.
(어차피 장남인 저와, 제 장남인 제 아들이 참석하면 어른들 기준에서는 올 사람 다 온 거나 마찬가지이니까요.)

그리고 어른들도 처음에는 서운해하실 수도 있지만, 
나중에 반복될 수록 그런 서운해하시는 모습도 줄어듭니다.
(저의 변한 모습과, 변화된 사회상을 당신들 스스로 받아들이는 것일 수도 있고요.)

여튼, 얘기가 좀 이상해진 감도 있긴 하지만...
요새는 남편들이 굳이 시댁, 처가 구분하지 않고 아내와 아이들을 우선적으로 잘 챙기면 
그 가정은 평온하게 잘 지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흔히들 아내들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연애 때에는 안그러더니, 결혼하고나서 갑자기 효자노릇하려고 한다.' 라고...

물론 부모님께 효도하고, 집안 어른께 예의를 지키긴 해야 하지만...
나와 내 가족들이 살아갈 날들이 훨씬 더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걸 생각하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그리고 남편들 스스로, 그렇게 아내와 아이들 먼저 챙기면 우리 집안에서 내 위신이 떨어지지나 않을까 우려돼서 그렇게 (특히나 친가쪽) 집안행사들을 챙기려 하는 경우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 스스로의 굴레를 벗어 버리세요.

남의 눈치에 신경쓰며 40여년 가까이 살아 왔지만,
이제는 나와 가족의 인생을 위해서 과감히 버릴 건 버리니, 한결 마음이 편하네요.


p.s.
그리고, 서로에게 포기할 건 포기해야 결혼생활이 수월해집니다.
굳이 누구에게 맞추려고 하지 마세요.
또한, 남편과 아내 관계를 떠나...
친동생(친오빠, 친누나)이라고 생각하고 대하면, 인식의 전환이 생깁니다.
'내가 몇 년 더 살았으니 이해하고 양보하자.' 이런 생각을 가끔 하면,
위기도 넘어갈 수 있고, 전화위복이 되더군요.

결혼은 대우받고 편해지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상대의 부족한 점을 내가 채워주기 위해서 같이 살자하며 불구덩이로 뛰어든 거라는 걸 명심하시길 바라며,
그럴 자신 없으면 애초에 결혼하지 마세요. 피곤해집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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