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中1 일기장 내용 "입학 다음날부터 폭행 악몽 대머리라 놀리고 성추행까지, 방학 하루 남았다… 버티자" 지난달 15일 고소했는데 경찰, 가해학생 아직 조사 안해 지난해 1년간 같은 반 동급생들에게 '왕따 폭행'을 당해 온 중학교 1학년생이 쓴 일기장의 내용이 2일 경찰 수사 과정에서 공개됐다. 이 일기장에는 사소한 폭력이 성추행 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모(13)군은 서울 강서구 K중학교에 입학하고 이틀째 되는 날 한 덩치 큰 학생이 다가오면서 악몽이 시작됐다고 했다. 이군은 이날 일기장에 "학교 1진이 대머리라고 놀리면서 때렸다. 덩치가 너무 커서 어떻게 할 수 없었다"고 썼다. 이군은 이마가 좀 넓은 정도지만, 이날 이후로 '대머리'로 불리게 됐다.
일기장에 따르면 이군은 첫 폭행 이후 갈수록 잔인한 폭력에 시달렸다. "머리에서 가슴과 배, 등, 엉덩이까지 온몸으로 확대됐다"고 했다. 처음엔 1진 한 명만 이군을 폭행했지만 점점 주변에 있는 대여섯 명의 학생들도 폭행에 가담했다. 왕따 폭력은 갈수록 심해졌다.
자료사진 5월부터는 성추행까지 시작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학교 1진들은 심지어 여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이군의 바지를 내리고 성기를 만지는 일까지 벌였다. 이군의 일기에는 "때리는 곳도 교실에서 집, 지하주차장으로 장소를 가리지 않았고, 주머니까지 털어갔다"는 내용이 나온다. 돈을 가져오면 돈을 뺏고 돈이 없으면 팔굽혀펴기와 얼차려를 시켰다고 이군은 일기장에 썼다.
반복되는 폭력과 왕따로 현재 이군은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이군은 일기장에서 교실을 "벗어나야 할 악몽, 지옥, 홀로 내던져진 광활한 정글"이라고 묘사했다. 이군은 지난해 12월 마지막 일기에 "방학이 하루 남았다. 성추행도 참아냈다. 버티자···."라고 썼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이군의 아버지는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아들을 폭행한 6명의 동급생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가해 학생들에 대한 조사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9일 정신병 치료를 받고 있는 이군을 상대로 피해자 조사를 한 게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