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생과 사를 달리 하여 소리 없는 외침을 외치지 않을 수 없는 난국이다.
삶과 죽음을 모두 자연의 한 조각으로 돌아가고자 한 사람이 역사의 한 조각이 되도록 강요받는 그런 난국이다.
편히 앉아 “지상에 숟가락 하나” 놓을 자리를 외치던 사람들이 무자비한 연옥의 불길 속에 재로 스러져도 천상(天上)에 자리 하나 잡지 못하는 그런 난국이다.
용산의 참극은 시대의 참극을 증언한다.
사람만이 아니다. 자연도 죽음을 목전에 둔 난국이다.
너와 내가 어우러지고 자연과 우리네 삶이 어우러져야하는 태고(太古)부터 흘러내리던 강줄기가 탐욕의 삽질 앞에 속절없이 맨 살을 드러내어 떨고 있다.
이것은 죄악이다. 응징(膺懲)받아 마땅한 죄악이다.
그래야 우리는 후손에게 얼굴 떳떳하게 들고 말할 수 있다. 우리 세대는 우리 세대의 역할을 다했노라고. 그러니 너희는 너희 세대의 역할을 다 하라고.
불과 반세기를 빼고는 누천년(累千年)을 살 부비고 보듬어 살던 동족에게 다시금 총부리를 겨누어야 하는 그런 난국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헤아리기 전에 한 돌 한 돌 놓아 10 여 년을 쌓아가던 신뢰의 방벽이 가벼운 언사(言辭) 한마디로 무너져가는 형국이다. 민족의 비극이라 밖에 달리 형언할 방도가 없는 미치광이의 승리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비겁하게 용감한 자들이여, 답하여 보라! 용감하게 비겁한 우리가 묻노라!
슬몃 슬몃 그러나 확실하게 옥죄어 오는 삶의 질곡이 우리를 분노케 하는 그런 난국이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고 제대로 대접받으며 일하고 싶어도 비정규 조각일로 연명해야하는 삶이 지천으로 퍼져가는 세상이다. 신자유주의의 망령이 우리를 시장의 맷돌에 갈아 무엇으로 만들려 하는가? 게으르게 부지런한 자들이여, 답하여 보라! 부지런하게 게으른 우리가 묻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