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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의 악몽.... 아직도 잊혀지지는 않네요
게시물ID : gomin_2361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ash
추천 : 2
조회수 : 753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1/11/16 03:10:39

현재 대학생이고, 벌써 11년전 일이지만 아직도 그 섬뜩했던 기억은 잊혀지지 않아요.
당시 초등학교 2학년, 즉 10살도 안 되었던 어린 아이였습니다.
저와 제 동생은 거의 매일같이 저녁에 놀이터로 나가 뛰어노는 평범한 애들이었습니다.
돈 주우면 주인에게 돌려줘야한다, 신호등 건널 때 손들고 건너라, 어른 말씀은 잘 들어라.......
보통 이 나이 때의 아이들은 순수해서 잘 지키려고 하잖아요.

근데 그게 실수였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항상 자나깨나 아이들 걱정이신지라 저희가 놀러나갈 때면 항상 동행하셨지만, 
그날따라 해야할 집안일이 많았던지 먼저 나가있으라고 하셨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끼리 집 바로 앞에 있는 놀이터로 향했지요. 
늦은 밤도 아니었고, 초저녁인 6시 즈음이었습니다.
동생은 지 나이 또래와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고, 저는 친한 동네 언니들과
한발뛰기를 하고있었습니다. (아시려는지....)
그런데 웬 할아버지가 저희 무리에게 다가오더니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으시더라구요.
자기가 이곳 지리를 몰라서 그런데 화장실 위치 좀 알려달라고.
저는 당연히 언니들이 화장실 장소를 가르쳐 줄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냥 무시해버리고 노는 겁니다.
저도 그 때 그랬어야 했는데....... 그놈의 어른 공경때문에 제가 알려드리기로 했지요.
지금은 아니지만, 당시에는 착한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ㅎㅎ
그 놀이터 바로 옆에 경로당과 어린이집이 있었는데, 지하에 화장실이 있었어요.
그래서 알려드린다고, 따라오시라고 했죠. 
할아버지가 참 착한 아이라고, 예의바르다고. 

그러다 지하로 반 층 정도 내려갔을 즈음에 갑자기 저에게 속옷을 내리라고 하는 겁니다.
제가 그때 빅버드(세서미스트리트 노란색 새)가 그려진 빨간 원피스를 입고있었는데,
아래로 쑥 손을 넣어서 팬티를 벗기더라구요.
진짜 너무 당황해서 순간적으로 말도 안나왔어요.
그러면서 계속 착한 아이는 어른 말 잘 들어야 돼. 이딴 말을 씨부리는 겁니다.
심지어 그 할아버지 인상착의까지 모조리 기억나요. 너무 충격적이어서.
고무신신고, 시골에서 갓 상경한 듯한 옷차림 (회색 개량한복같은 거), 그리고 노란색 중절모까지.
근데 얼굴은 기억이 안납니다. 그건 정말 이상해요. 세세한 건 기억이 나는데......
여튼 성추행을 당할 뻔했으나, 어머니의 훌륭한 교육으로 저는 그 때 이미 성범죄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그런 일이 발생시 큰 소리로 도움을 청하거나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말을 하라고 교육받았었습니다.
호신용으로 태권도도 배우고 있었구요.

그자리에서 바로 할아버지를 계단 아래로 밀어버리고 미친듯이 도망쳐서 나왔습니다.
바로 전까지 놀던 놀이터로 가는내내 펑펑 울면서, 동생이랑 같이 집으로 돌아왔어요.
엄마한테 말하니 엄마는 놀라서 실신할 뻔 하셨고(잠깐 나가서 놀라고 한 뒤 30분만에 그런 일이 일어
났으니), 저는 바로 응급실로 갔습니다.
엄마랑 저랑 둘이서 펑펑 울면서, 정밀 검사를 받았어요.
실제로 당한 것은 없으니, 안심해도 좋다는 의느님의 말을 듣고 무사히 집으로 왔습니다.
(근데 좀 씻으라고 하시더라구요ㅋㅋ..)

그런데 그 불쾌한 느낌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밤에 악몽도 가끔 꾸고요.
고등학교 이후론 줄었지만..... 혐오증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일이 있고 난 후에 오히려 더 피해가 커졌었습니다.
어머니는 그저 저와 같은 사례가 없도록 아파트 주변에 그런 못된 새끼가 있다고 알렸는데,
그 소문이 아줌마들 사이에서 이상하게 퍼진겁니다.
처음에는 미수였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만졌다던가, 이미 시집갈 수 없게 됐다던가......
온갖 소문이 퍼졌습니다. 
한 번은 저에게 대놓고 묻대요. 그런 일 있었담서? 어떡하니, 시집도 못 가겠다...
어머니가 그 일로 너무 화나셔서 당신들이 상상하는 일 없었다고 하니까
"그렇게 믿고 싶은 거겠지" 라고 일축하더군요.
심지어 제가 어느 날 집에 오더니 어머니께 
"엄마, 이 몸으로 어떻게 살아?" 라고 물었다고 하대요.

이게 초등학교 2학년에게 할 짓입니까??
어떤 사람들은 여자가 성추행, 또는 성폭행을 당하고도 신고를 안 하면 멍청하다고 욕합니다.
감방에 쳐넣어도 시원하지 않을 사람을 왜 그냥 냅두냐고.
그런데 이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단순한 성추행 미수로 그친 일도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는데, 직접 당했다면 어떻겠어요?
게다가, 그런 일을 당했다고 신고하는데도 주변의 그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사고 자체도 악몽이지만, 주변의 시선은 더 했어요.

전 그래서 성폭행 당하고도 신고를 하고, 범인이 형벌을 받는 걸 끝까지 보는 여성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성추행 미수도 이리 길게도 절 붙잡는데, 직접 당한다는 점은 상상도 못하겠어요.
가끔 우울한 밤마다 생각나는 악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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