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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art_23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갤럭시4s
추천 : 1
조회수 : 42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01/04 14:47:46
1.

연우는 전화기를 손에서 놓지 못 했다. 전화를 걸까 하는 마음과 전화가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동시에 들어서였다. 혹시나 소라가 나올까 텔레비전을 틀지 못했다. 아무리 쳐다봐도 묵묵부답인 전화기를 괜스레 원망했다. 여름날의 단칸방은 몹시 더웠다. 커튼을 쳐도 햇살은 기어코 방 안을 습격해왔다. 물을 아무리 마셔도 목이 탔다. 그리고 목이 타는 것과는 또 별개로 오줌이 마려웠다. 몇 번씩이나 화장실을 들락날락해도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전화기를 놓을 수가 없었다.

연우가 그리움을 느끼게 된 것은 얼마 전이었다. 하나였던 연우는 또 하나가 되길 바랐다. 합쳐진 하나가 아니라 분리된 하나. 즉, 소라와의 이별을 원했다. 그리고 이별을 했다. 하나가 다시 둘로 나뉘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반 개와 반 개로 나뉘어졌다. 반 개가되어 찢어진 연우는 처음에는 홀가분했다. 족쇄를 떨쳐낸 느낌.온전한 별개의 개체가 된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텔레비전을 틀면 나오는 소라 역시 웃고 있었다. 그래서 괜찮다고 느꼈다. 그렇다고 느꼈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반 개는 어디까지나 반 개였다. 연우가 자신이 반 개라는 것을 깨닫자 그리움이 햇살처럼 몰려왔다. 제아무리 커튼을 쳐봐도, 기어코 들어오는 햇살처럼 몰려왔다. 어쩌면 그리움이 햇살처럼 몰려와서 연우가 자신이 반 개라는 것을 깨달았을 수도 있었다. 연우는 반 개에서 한 개가 되어가고 있었다. 잊기 위해 느끼는 그리운 감정은 지독한 독감보다 더욱 지독했다. 그야말로 지독히도 지독했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학교에도 갈 수 없었다. 사실 잠도 잘 자고 학교에도 잘 갔지만,자는 것이 자는 것이 아니었다. 분명히 살아는 있었다. 대중 가요처럼 너 없다고 죽는 것도 아니었다. 연우는 그저 그리웠다. 그리고 그리워하면 그리워할수록 황폐하게 회복되어 갔다. 반 개는 점점 한 개가 되어갔다.‘추억’이 되어버린 그 과정들이 그리운 건지, 하나였던 ‘소라’가 그리운 건지 모를 정도로 지독한 열병 같았다. 열병이래도 힘든 건 아니었다. 다만 그저 그리울 뿐이었다. 여전히 전화기를 놓지 못 했다. 의자에 주저 앉아 그녀의 생각을 했다. 그녀도 자신과 같을까 하는 생각. 그런 생각들이 더욱 그가 온전한 한 개가 되는 것을 도왔다.

그리움에게 물을 줄 뿐이었다.

눈물이 펑펑이던 주르륵이던 무엇이건 간에 어쨌든 나오지 않았다. 목이 탔다. 햇살은 커튼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방 안을 채웠다. 눈이 부셨다. 햇살도, 그리움도 그 좁은 틈새로 비집고 들어와 그를 괴롭혔다. 병에 걸려 아픈 것은 나아간다는 신호다. 연우는 그리운 것도 잊어간다는 신호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과연 이게 낫기는 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엄지 손가락은 통화 버튼 언저리를 맴돌았다. 문득 배가 고파졌다. 냉장고를 열어봤다. 다시 닫았다. 찬장을 뒤져봤다. 다시 닫았다. 무엇을 열어봐도, 그 안에는 그리움만 있었다. 피워본 적도 없는 담배가 피우고 싶어졌다. 온전한 형태의 불온전한 존재는 그렇게 온전해져 갔다. 연우는 그렇게 온전해져 가는 와중에도, 온전해지길 원했다. 스스로 한 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둘이 합쳐진 한 개가 되고 싶었다. 반 개 둘이 합쳐서 한 개가 되는 것이던, 한 개와 한 개가 합쳐져 한 개가 되는 것이던, 그냥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지나간 추억들이 정말로 지나가는 것이 지독히도 싫었다. 지독한 그리움보다 더욱 싫었다. 그러나 전화는 오지 않았고, 반 개는 전화를 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도통 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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