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에만 246억원 출금…다른 정당 유입도 `의심' 중수부 대선자금 수사 `부실ㆍ축소' 논란 예상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현대차그룹이 한나라당에 전달한 100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에는 이 그룹 계열사인 글로비스가 조성한 비자금 70여억원이 포함된 사실이 18일 확인됐다.
특히 2002년 한 해 동안 246억원의 비자금이 출금됐다는 전직 현대차 직원의 진술에 비춰 불법 정치자금이 다른 정당에도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아 그동안 검찰이 성공작으로 평가했던 대선자금 수사의 부실 및 축소 논란이 예상된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18일 브리핑에서 "현대차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한나라당에 전달된 100억원에 글로비스 비자금 70억원이 포함됐던 사실이 드러나 정몽구 회장을 구속기소하면서 업무상 횡령 혐의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불법자금 전달 혐의를 처벌할 수 있는 공소시효 3년이 완성돼 정자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했으며 이 혐의를 업무상 횡령죄에 포함시켰다"고 채 기획관은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대선을 앞둔 2002년 한나라당에 100억원, 노무현 후보 캠프에 6억6천만원을 전달한 사실이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드러나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이 불법정치자금 제공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정치권에 제공된 100여억원의 불법자금 출처가 현대캐피털 비자금 및 고 정주영 회장의 개인돈이라는 검찰의 수사 결과와 달리 글로비스 비자금 70억원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부실 수사'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선을 앞둔 2002년 9월부터 12월 사이 글로비스 금고에서 매달 20억∼50억원의 뭉칫돈이 빠져나가는 등 2002년 한해 동안 246억원이 출금됐던 것으로 확인돼 불법자금이 정치권에 더 제공됐을 것으로 의심된다.
이에 따라 검찰이 정몽구 회장을 사법처리하지 않기 위해 수사 범위를 고의로 축소한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오고 있다.
한편 현대차 비자금 조성 사실을 검찰에 알렸던 현대차 출신의 제보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2년 대선 무렵 글로비스 금고에서 70여억원이 두 차례에 걸쳐 빠져나갔다. 이런 비리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 지난해 6월 한 지방검찰청을 찾아가 비자금 조성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이 제보자는 또 "3∼4쪽의 비자금 관련 회계자료를 전달했으며 작년 6월 초부터 7월 중순까지 검찰지청을 6∼7차례 방문해 글로비스 비밀금고 위치와 사무실 구조 등을 상세히 설명했고 같은 해 12월께 사건이 커서 대검으로 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채동욱 기획관은 "현대차 비자금 사건이 작년 12월 일선 지청에서 대검 중수부로 이첩됐으며 내사 과정을 거쳐 수사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채 기획관은 "제보자의 신변 보호와 비밀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올해 6월 28일 국세청에 현대차그룹 탈세 혐의를 통보한 후 보상금 지급 협조를 요청했고 같은달 30일에는 제보자에게 청렴위 보상금 신청 안내공문을 보냈다. 보상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