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한 한자 카드게임을 만들면서 한자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한자 카드게임 만들기를 마음먹자 다음과 같은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한자공부를 처음 시작한다면, 어떤 한자부터 배우는게 좋을까?”
제가 어렸을 때, 한자공부는 천자문, 명심보감으로 보통 시작했습니다.
시대가 발전하면서 어려운 한자보다는 상형자 위주의 쉬운 한자, 교과서 등재 기준 등으로 기준이 나오면서 좀 더 아이들이 처음 시작하기 쉬운 한자들이 정리되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요즈음은 한자검정시험을 통해 단계적으로 나아갈 수 있게 체계화가 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기관별로 급수별 배정한자가 상이하다는 것이죠.
중국과 일본의 경우, 정부에서 주도해서 한자의 서체(번체,간체), 음훈 등을 어느정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훌륭한 우리글자인 한글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한자에 대한 체계화의 필요성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낮았나 봅니다.
현재까지 한자와 관련하여 국가자격시험은 아직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민간기관이 주도해서 입문단계부터 최고단계까지 급수를 나누고, 급수별로 적정 한자를 검정할 수 있도록 발전해왔습니다.
이렇게 민간기관이 알아서 발전시켜오다보니....
2018년 5월 현재...
한국직업능력개발월에 등록된 민간자격의 한자검정시험은 68종,
국가공인 민간자격이 있는 기관은 9곳.
(와....그냥 학습지나 시킬 껄...ㅠㅠ 아이용 카드게임 하나 만들어주려던게....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성격탓으로 샅샅이 조사했습니다... 하아... 힘들다..)
모든 기관을 비교할 순 없고, 국가공인자격을 받은 9개 기관의 검정시험을 조사하였습니다.
기관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볼까요?
이 9곳의 검정시험 중 YBM은 입문단계는 따로 없었습니다.
시험기관의 한자검정 취지가 "직장인 및 취업 준비생을 위한 한자 능력평가"이므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죠.
그래서 YBM을 제외한 8곳에서의 입문단계의 한자는 어떤게 있는지 비교하였습니다.
- 기관별로 8급 또는 9급 단계가 입문이었습니다.
- 보통이 50자, 좀 쉬운 곳은 30자였으며, 가장 많은 한자를 사용하는 곳은 8급이 60자였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기관별로 한자의 대표 훈음에 대해서는 어떻게 차이가 있고, 시험 채점 시 어떤 것을 정답으로 인정하는지도 조사하였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사진 자료가 많아서 제 블로그에 올린 글로 링크드립니다. 모바일로 작성하다보니 그림올리는 작업이 어렵네요.
A. 과거와 현대의 용어 쓰임 차이1
- 女 : 계집 vs 여자
- 母 : 어미 vs 어머니
- 父 : 아비 vs 아버지
제가 어렸을 때 배운 위 한자의 음훈은 계집 녀, 어미 모, 아비 부 였습니다.
당시에도 "계집"이라는 말은 어감 상 부정적인 느낌이 들었던 용어였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어린이를 위한 한자교육서적에서 女의 음훈에 "여자 녀"로 표기되어 있는 것을 보고
세상이 바뀌어 가는구나란 생각했었죠.
하지만, 제가 가진 용어의 느낌만을 갖고 아이에게 제한적으로 가르치는게 맞을까?하고 알아보았더니
답은 쉽게 나왔습니다.
제 느낌만이 아니라 사전적으로도 '계집', '어미', '아비'는 '여자', '어머니', '아버지'를 각각 낮추어 부르는 말이었습니다.
남에게 자신을 낮추어 부르는 것이 예절이라고 관점에서는 통용할 수 있겠지만, 현재는 스스로도 존중받고 다른 사람도 존중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B. 과거와 현대의 용어 쓰임 차이2
- 山 : 뫼,메 vs 산
- 兄 : 맏 vs 형
A도 과거와 현대의 쓰임차이이기는 하지만, 사람을 낮잡아 부르는 말과는 다른 방식이기에 분리하였습니다.
'뫼, 메'는 순우리말로서 산을 부르는 말입니다. '맏이'는 여러형제자매들 중 가장 손윗 사람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도 사용하는 단어라서 이게 진짜 옛말인지.... 제가 정말 아재가 되어버린 건지... ㅠㅠ
여러분은 '맏이'나 '메'란 말 쓰지않으시나요?? )
아이가 다양한 어휘를 늘려가게하려면 우리말의 훈과 한자어 음을 접하게 하는 것이 더 큰그림인 것 같습니다.
어려운 한자를 아이에게 가르치려는 목적도 언어 구사력과 문장력을 높이려는 목적이니 그게 맞을 것 같습니다.
C. 수의 관형사와 명사의 표현 차이
- 一 : 한 vs 하나
- 二 : 두 vs 둘
- 三 : 석 vs 셋
- 四 : 넉 vs 넷
한자의 훈음을 동시에 적을 때의 기본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훈과 음 사이를 한 칸 띄우고, 훈이 명사가 아니고 형용사나 동사 등인 경우에는 원형을 밝히지 않고 '~ㄹ', '~ㄴ', '~할'등의 형태로 표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이 점만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면 一, 二, 三, 四에서도 관형사와 수사의 차이가 명확히 보이게 됩니다.
D. 형용사, 동사의 원형 또는 관형사형태로 표현 차이
C에서 기술했듯이 한자의 훈과 음을 동시에 표현할때의 원칙에 의한 표현 차이입니다.
한국교육문화회에서는 훈을 원형의 형태로 표현한 것이고,
다른 검정기관에서는 훈음의 동시표현 원칙에 따라 표현한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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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제가 조사한 한자검정기관에 따른 표제 훈 비교내용입니다.
A~D까지 사항을 이해하셨다면, 제일 위에 작성한 표를 다시 봐보세요.
한자기관별로 각 기관이 내세우는 한자교육 철학이 얼핏 보이게 됩니다.
조사하기 전에는 한국어문회가 가장 보수적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조사하고 보니 상당히 진취적이고 진보적이란 것도 알게되었죠.
그리고, 글이 길어지게 될 것 같아서 기술하진 않았지만,
각 기관에 한자의 음훈을 어떻게 가르쳐야하는 것이 맞는지 8개 기관에 문의도 하였습니다.
직접 전화로 답변주시기도 하였고, 메일로 알려주시거나 사이트 게시판에 답변을 주시기도 하였습니다.
해당 자료는 제 블로그를 통해서 자유롭게 받아가실 수 있도록하였습니다. 상업적인게 아니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이 글은 모든 조사를 끝낸 다음 제가 종합적으로 정리해서 쓴 것입니다.
조사결과로 얻게된 또다른 수확은 각 기관의 채점 방식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알게되었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한자검정기관은 자전에 나오는 훈은 모두 정답으로 인정해줍니다.
다만, 시중에는 오류가 많은 자전도 있으니 가능하면 인정받는 자전을 기준으로 보도록 권고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조사한 자료를 정리하기엔 너무 시간이 부족해서 두서없이 첨부자료로 모았습니다.
한자검정시험을 준비하는 분이시거나 한자공부를 시작하려는 분이시라면, 한번씩 꼭 읽어보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큰 책임이 따르는 것 같습니다. 제 아이 하나 가르치기 위해서 시작했을 때는 잘못된 점이 발견되면 곧바로 아이에게 말해주면 끝날 일이지만, 직접적으로 알지못하는 많은 분들께 블로그를 통해 자료를 공유하게 되니 섣부른 자료는 남겨서 안되겠습니다. 늘 조심하고 제대로 된 자료를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교육에 있어서 그저 겉핥기로 배운 지식을 알려주는 것과 배경지식을 알고있는 상태에서 남을 가르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이번에 준비하면서 깨닳았습니다. 계집 녀(女)를 알려줄 때,- " '계집'이란 말은 나쁜 말이니까 쓰면 안돼. 그냥 여자 녀(女)로 외워"라고 하는 것과- " '계집'은 여자를 낮잡아 부르는 말이란다. 과거에는 계급사회의 분위기가 남아있었고, 스스로를 낮추어 부르는 것이 예절이기때문에 남 앞에서는 저 스스로나 제 가족을 그렇게 불렀어. 하지만 지금은 서로 존중하는 사회이니까 좋은 말을 쓰는게 좋아~" 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몇일 전까지는 전자였다면, 이제는 8급 한자에 있어서만큼은 후자가 되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