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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다니기 쪽팔리지만 않으면 돼
게시물ID : gomin_2366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청화백자
추천 : 0
조회수 : 191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1/11/17 01:51:00

소개팅 주선 몇 번 해본 경험있는 사람이다보니
제목과 같은 저런 얘기를 많이 듣게 되네요.
저게 소개팅 조건 중 액기스죠, 사실... - -);;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저런 것도 신경쓰지 않고 
'성격 좋고 꿈있고 자신을 잘 아낄 수 있는 사람'에 매력을 많이 느끼게 되더라고요.
제가 우유부단 _-_ 하다보니 결단력 있는 사람도 멋있게 보이고.. 
(고작 밥 메뉴 하나 고르는 것에서도 망설이거나 고민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멋져 보일 정도로)

그런데도 사람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존재기 때문에 아무래도 어렵대요... (....)

아주 아끼는 가방(엄마가 직접 만들어 준 것) 
아주 아끼는 옷이(엄마가 직접 떠준 스웨터)
아주 아끼는 신발(엄마가 골라준 것)
그런데... 너무 아껴서 항상 끼고 살다보니 많이 헤졌어요.

헤지고 낡아서 그런지 저는 더 고풍스럽고 소중하게 느껴지는데
주위사람, 그리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그렇게 안 보더라고요.

'새옷 좀 사라, 신발 좀 사라, 여자가 가방이 그게 뭐냐...'

얼굴도 아끼기 때문에 _-_ 굳이 화장도 안 하고 다니는데 그걸로도 갈굼먹고..ㅋㅋ

여자가 좀 꾸며야지, 비싸게 굴어야지, 비싸게 보여야지 사람들이 함부로 안 한다.
너처럼 아끼고, 다른 사람들한테 잘 웃고, 다른 사람이 하자는 거 어지간하면 따르고,
거절하는 것에 죄책감 느끼고 이런 모습 되게 '만만해 보인다.'


저는 저 나름대로 제가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었어요,
우유부단한 게... 제 행동이나 말로 인해서 다른 사람이 실망하는 게 싫다보니
그렇게 된 것도 있어서 단점이지만...; 꽤 크다.. -_ㅠ


그러다보니 뭔가 주동적으로 주체적으로 하려고 하거나 제안을 하면
'ㅋ 니가 뭔데?'
이런 반응이랄까? -_-
무시당하기 일쑤에.. 만만하게 보이는지 사람이 말을 해도 듣는 사람도 많이 없고... 

아아아


그런데 돈지랄 좀 하니까 사람들 태도가 훽 바뀌긴 하더라고요. ㅎㅎ
가진 것이 값비싼 것들이고, 누구나 알아보는 것들이다보면...
그리고 잘 웃지도 않고 도도하게 굴면.
길 물어보는 사람도 없고 (평소에는 나가면 꼭 두 세명씩 제게 길을 묻거나 해요.)
말 거는 사람도 없고, 말을 걸더라도 엄청 정중하게 한달까? - -)
어딜 들어가나 누굴 만나나 태도가 달라질 정도에요...

기분 탓인지 몰라도..

잘 차려입고 매장에 들어가면 직원들이 난리를 치고...
평소대로 하고 다니면 직원들이 아래 위로 훑어보곤 '어차피 못 살 사람이네'라고 생각하고
눈길도 안 준 달까.

전에 사귈 뻔 했던 남자분이 계셨는데..
대화도 잘 통하고 그래서 참 마음에 들었었거든요.
그래서 어느 날은 아끼는 낡은 청바지에 아끼는 낡은 운동화를 신고 나갔더니ㅋㅋ...
어디 다니는 내내 표정 안 좋더니 연락이 끊깈ㅋㅋㅋㅋ


친한 친구랑 길에서 이단옆차기 모션 취하거나 큰 목소리로 '너 이좌식'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걸
안 친한 사람이 봤었나 봐요 ㅎㅎ

'니가 그렇게 천박한 애일 줄은 몰랐어'

ㅋㅋ... '이런 18세 끼많은 청년' 이런 식으로 얘기한 것도 아니고... 친구랑 장난 친 정도에도
천박해 지는 현실이 씁쓸..(...)

-같이 다니기 쪽팔리지 않으면 돼. 


아무튼 어쩔 수 없긴 한가봐요. 사람이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데 어떻게 자기 쪼대로만
하겠어요... 이것 역시 우유부단한 걸까?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 진정 아름답다는 사실은 변함없이 믿고 있어요.
그러나 외면이 인정을 받아야만 내보일 수 있는 게 내면이라는 게 살아가는 데에
약간의 지장을 주네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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