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약자 석에 앉아 적반하장으로 큰소리치는 지하철 막말남에게 큰 덩치로 위엄포스를 날려주거나, 게임하는걸 보고 꿀밤도 모지라 헥토파스칼싸닥션으로 장애아를 울리는 나이만 먹은 아저씨풋에게 반박하는 논리라던가...
이런 용기는 누구나 생각하는 당연한 일이면서도 대단한 일이다. 나 역시 이런 뉴스를 접하면 나도 저 상황에선 저런다-라는 식의 냉소와 나도 저렇게 되야지-하는 존경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저그런 병풍이되었다.
친구가 쏜다기에 한달음에 달려온 대학로는 경제때문인지 금요일 밤임에도 화려하다는 생각이 들지않았다.
친구가 추천이라며 끌고간 선술집안 미닫이 문앞에 왠 할머니 한분이 서 계셨다. 우리는 그 할머니께서 자리를 옮겨 주시고야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봤을 때 난 할머니가 주인이구나-했는데 ㄷ자로 놓인 조리대겸 테이블 가운데에서 주인 아저씨가 어묵을 체우며 계란말이를 굽고 계셨다.
그리고 할머니는 굽으신 등 만큼이나 초라했다. 안그래도 추운 밤바람에, 부산의 차디찬 바닷바람까지 이겨내기엔 그 잘난 눕시자켓이 모자랄 판에 할머니께선 이 추위를 덜어줄만한 윗도리하나 걸치지않고 계셨다.
괜시리 끌리는 시선에 죄송스러워 메뉴판을 살피는 중 "장난하냐"라는 장난같지않은 소리가 들렸다.
내가 앉은 자리서 바로 마주보이는 칠성파 행동대장같은 아저씨가 할머니를 보고 외쳤다. 친구로 보이는 동행인이 말리는 와중에도 몇마디를 계속 해댔는데 할머니의 모습은 그 짱돌의 말에 압사 당할 듯 두손에는 껍질이 벗겨진 양파들이든 망을 양손에 쥐시고 괴로이 서 계셨다.
술주정하듯 몇번이고 반복적으로 외치던 말을 들으니 자신이 농산물쪽에서 일하는데 할머니께서 파는 저 껍질 벗겨진 양파는 농산물 시장 상인들이 야간선별작업을 거쳐 상품가치가 없고 상한것들을 버리는데 그걸 할머니들은 자신이 힘들다며 도와달라는 핑계로 가게를 돌아다니며 팔고있다고 말했다.
그만하세요. 라고 하고싶었다. 할머니 제가 다 살께요. 라고 하고싶었다.
하지만 난 포토샵이나 다루는 돈없어 친구에게 빌붙어먹으러온 체구약한 디자인과 학생일 뿐이였다.
내가 힘이들어서... 내가 어려워서.. 라며 자기변호하시던 할머니깨서는 더욱 허리를 굽히고 차가운 금요일 밤 거리로 나가셨다.
할머니께서 나가시고도 그 아저씨의 이야긴 그칠줄 몰랐다.
내가 불편한 표정을 짓자 친구녀석은 저런 사람 성질건드리면 못쓴다고 걍 가만히 있는게 상책이라며 위로아닌 위로를 해줬다.
믈론 아저씨가 자기가 농산물을 파는 입장에서 다른사람이 피해보지않기 위해 그런것일 수도 있다. 자기 직업에대한 의식이며 정의 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늙으신 분을 몇번이나 되내이며 면박을 줘야만 했을까?
정의란 무엇일까?
하지만 나는 그 누구에게도 뭐라할 수 없다. 난 그저 그자리에 가만히 있었을 뿐이다.
조금전 겪고 집으로와 자기전에 생각나서 써봤어요. 블로그에 늘 일기형식으로 쓰는데 정말 정의가 무엇인가 생각하다 한번 올려보아요. 정의란 무엇이며 나는 성공해서 우리부모님 저렇게 추운 거리로 내몰지말아야겠다 라는 생각까지.. 많은 생각이드는 밤이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