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오늘 아침에 눈을떴는데 어차피 8시30분, 아버지는 항상 새벽부터 일나가시고 어머니는 어디계신지도 모른다.
왠지 열받아서 핸드폰 알람을보니 7시30분에 끈 흔적이 있다. 아무래도 알람을 그때 끈 기억도 잊어버리고 잘 정도로 피곤했나보다.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
반에서 존재감없는 반장으로 애들은 나를 쉬는시간 점심시간 앉아서 책읽고 공부만하는 재미없는애로 알고있지만 난 내가 여러면에서 재밌다고 생각한다.
근데 행실에대한 기대는 전교1등 못지않아서 관심밖이던 내가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반애들은 그걸 놓치지않고 파고픈다 나약한건지 감수성이 풍부한건지 그런 야유가 쉽게 잊혀지지않는다.
그렇게 침대에서 눈감은채로 누운채로 생각만하다 8시40분, 아침자율학습시간에 문을열고 들어가봤자 나는 웃음거리가 될 게 뻔하고 분명 또 야유를 받을게 뻔하다. 그래서 다시 눈을 감았다. 잠도 안오지만...눈을감고 뜬눈으로 다시 눈을떠보니 9시다, 1교시 시작이다.
몆초동안 주체할수없는 화가 들끓어올랐다, 아마 나에대한 실망일것이다. 반에서 존재감없는 반장,만날 노력해도 중하위권인 놀림거리 반장,야유먹여도 맨날 병신같이 미소만보이는 호구같은 반장.
그런 반장이 오늘 갑자기 학교가 가기 싫어졌다. 상습적으로 안가던놈이면 이런 말 할 자격도없지만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가고싶지않아졌다.
그래서... 딱히 불러낼 사람도없고 단체나 모임에 소속된것도 아니고 남들 학교있을시간에 나가서 뭘 한다는것도 웃기는노릇이기에 나는 거의 불가피하게 컴퓨터에 앉았고 학교에선 드럽게 안가던 등하교 7시간이 집에서 컴퓨터로는 1시간만에 지나간듯하다.
베란다로나가서 창문을열고보니 친구들이 모두 하교를 하고있다. 나는 빤쓰차림에 머리도 안감은 꾀죄죄한 모습, 갑자기 항상 열등감에 휩싸여사는 내가 전교권을 앞다투는 애들 얼굴들이 스쳐갔다. 굳이 공부라서가 아니라, 내가 오늘 하루를 밀렸다는, 낭비했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화나게한다.
재미도없지만 할수밖에없는,아니 이것밖에 할것없는 컴퓨터로 또 직행한다. 전혀 즐겁지않다. 그래도 한다. 계속한다.
시간이 벌써 5시다 창밖을보니 어둑어둑하다 이제 겨울이라그런지 해가 참 빨리진다.
중학교 3년 빨리간다는말 다 다른사람들만 속하는 얘긴줄 알았는데 하루하루를 합쳐보니 3년이되었다. 내 중학교 3년 내신은 인문계를 겨우 갈 성적이고 특목고를 가겠다던 1학년때 기개와 객기는 온데간데없어졌다. 나는 그냥 가정환경탓,세상탓만 존나게하다 내 스스로 결국 열등감을 극복해내지못하고 위축된 찌질이였다.
아버지가 왠일이신지 일찍 들어오셨다. 내가 오늘 학교에 안갔다는걸 아셨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으셨다. 아무말도....
저녁 6시, 아버지는 저녁만드시고 씻고 얼른 다시나가서 일을 하셔야한다고 했다. 저녁을 함꼐 우리 부자는 들었고 나는 평소보다 빨리먹었다. 품은뜻이 있어서다.
아버지가 저녁을 드실동안, 나는 그 어느떄보다도 짜릿한 스릴을 느꼈다. 아버지의 외투에서 도둑질을 하기로 마음먹은것이다.
외투를 소리없이 뒤져서 돈2만원과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담배는 펴본적도없지만 왠지 반드시 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내 속에 뭘 집어넣고 싶었다. 그러고싶었다 꼭 그러고싶었다 아니면 미칠것같았다. 그래서 꺼냈다. 그리고 도망치듯이 집을 뛰쳐나왔다.
아버지는 날 잡지도 부르지도 않으셨다.
동네를벗어나 시내를 방황했다. 저녁 7시, 완전히 해가 져버렸다.
내가 간 시내는 유흥가가 도사리고있는데 쿵쾅쿵쾅소리에 네온사인이 팡팡 터지고 청춘을 한창 만끽하는듯한 짙은 화장에 술집여자같은 여자들과 건달 양아치같은 오늘이 최고인 남자들이 전부였다. 그외에 부류는 안중에도 없을정도로 바글거렸다.
나는 그들과 눈도 못마주치고 땅만보고걸었다 그리고 내 잠바 주머니에 손을넣어 왼손으론 왼쪽 주머니에 2만원을, 오른손으론 오른족 주머니에 담배갑을 꽉 쥐었다.
그리고 시내 으슥한 건물 골목으로가서 담배를 꺼내 피웠다. 기침만 존나게 나오고 아무 느낌도 안났지만 뭔가 기분이 좋았다. 내가 일탈을 했다는 쾌감일까?? 범접할수없는 영역에 발을 들였다는 짜릿함? 그렇게 2개피만피우고 골목에서나오려는순간 같은학교 양아치들이 지나갔다. 옆에는 내가 눈도 못마주칠정도로 예쁜년들을 끼고있었다. 수준도 알만하고 가랭이 쉽게 벌리는 년들일게 뻔하지만, 장래가 어둡다고 판단될정도로 평소에 한심하게 봐오던 부류이지만 내가 더 한심하게도 나는 그런 여자애들을 끼고있는 애들이 부러웠고 그 여자애들에게 욕정을 품었다.
그러나 나는 통 면바지에 등산 운동화에 회색 오리털잠바, 머리는 어중간하게 자라버린 스포츠머리,검정색 뿔테안경...별볼일없다. 키는 178이고 덩치도있지만 몸집이 다는 아니다. 크든 작든 이런놈은 이렇고 저런놈은 저렇다.
정말 당당하게 공원에 모여서 담배를 피우더라. 여자애들이 그 고사리같은 손으로 그 곱상한 얼굴에 붙은 입구녕에 담배를박아서 쭉쭉 빠는 모습과 침을 찍찍뱉는 모습은 숫기없는 나한테 정말 충격적이였다. 남자애들이야 학교에서 하도 많이봐온 모습이니 별 느낌도 안났지만 여자애들이 그짓을한다는게 나는 물이 다르다는걸 체감했다.
나는 다시 오른손으로 오른쪽주머니에넣은 담배를 꽉쥐었다.
화가났다.
아 나는 병신이구나 나는 1개피 피는것도 무서워서 골목에 몰래 들어가서 혼자하고나와서 뿌듯해하고있는데 이게뭐야
물론 내가 이런걸 부러워하는 철부지는아니다
담배를 당당하게 폈다가 부러운게아니라 옆에 곱상한 여자애들을 꼈다는게 아니라 즐거워보여서 부러웠다. 오늘이 최고로 사는 쟤네가 부러웠다. 나는 항상 입시에서 살아남기위해 내일을위해 오늘을 소모하는 삶을 살았는데 인터넷에서 눈팅을해오면서 글들로 그들을 부러워하면 속으로 병신~ 호구~ 이랬지만
직접 내 눈으로보니 내가 얼마나 별볼일없는놈인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자존심은 하늘을 찌르는데 자존감은 바닥을치니 돌아버릴 지경이였다.
정신이 멍해져서 시내를 어슬렁거리다 왼쪽주머니에 2만원을 자각하고 영화관에 들어갔다. 물론 혼자다, 배가고파서 내친김에 팝콘과 콜라도 샀다. 이게 저녁이다. 카운터에서 아무거나 상관없으니 잘나가는걸로 달라는 내 말에 성인이냐는말에 내가 삭긴 삭았구나라는것을 다시한번 체감하며 학생이라고 말했고 겉만 성인이지 말하는거나 목소리는 학생이였기에 믿어줬다.
완득이가 제일 잘나간다길래 그걸로 정했다. 영화내용을 구구절절 쓸 생각은 없다. 다른 내용 다 제쳐놓고,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도 가정형편이 찢어지게 안좋고 어머니가 안계시고 공부도 못한다. 여기까진 나도 주인공이다. 근데 얘는 열등감에 젖어서 나처럼 병신같이 아버지 돈과 담배를 훔쳐들고 시내를 혼자 방황하는 병신이아니였다.
물론 영화라는점을 감안했지만 나름대로 꿋꿋하게 살아갔고 남들 비위맞춰가며 적당히 살거나 공부를 성공의 수단으로 독하게 공부하거나 그런 스타일이 아니였다. 얼핏보면 오늘을 최고로 살기위해 사는 가엾은 하루살이같았지만 당당했다. 시발 싸움도 잘했고 나름의 그 소질을 개발해서 킥복싱을 다니더라 나는 덩치만크지 사람을 치는걸 못해서 항상 욕을먹어도 병신같이 미소만 보이는게 전분데 이새끼는 영화주인공새낀데 나랑 똑같은데 너무 달라서 내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영화가끝나니 11시다
그냥 하늘을보고 땅을보고 아무생각도, 아무생각도 안하고 그냥 걸었을뿐인데 시간이 왜이리 빠른건지..
불현듯 집에서 고입을 준비하고 고등과정을 공부할 쟁쟁한 친구들을 생각하니 또 열등감이 나를 휘감았고 분노가 폭발할 지경이였다. 근데 몆초만에 맥이풀려버렸다. 나는 지금껏 열등감으로 나를 채찍질하면 좋은 당근이되어 나를 훌륭히 달리게될 당나귀로 생각했지만 열등감이 도가 지나치다보니 그 채찍을 견디지못해서 지레 겁을먹고 더이상 채찍맞기가 두려워 길바닥에 나앉아버린 당나귀였다.
공부도 존나 어정쩡하게 병신같이 못하고 그렇다고 싸움을 존나잘하거나 그런방면에 도가트여서 일진도 아니고
이도저도아닌 병신, 그게 나다.
원래 알고있었지만 직접 내가 나를 생각해보니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밤 11시, 근처는 유흥가, 나랑은 맞지않는 뭔가에 찌들어보이는 무서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이 길에서 내가 있을 자리는 없었다.
나는 더 걸음을 옮겨 근처 작은 아파트 놀이터에 앉았다. 오른쪽주머니에 담배값을꺼내 살펴보니 담배가 10개피나있다. 하나가 둘되고 둘이 넷되고, 기침도 이제 별로 나오지도않고 아무생각없이 쭉쭉빨다보니 한갑을 다펴버렸다. 담배는 다폈지만 일어나고싶지않앗다 꽤나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켰다. 아무생각도안했다, 신세한탄도 원망도 안했고 내가 불쌍하단 생각도 안들었다. 그냥 아무생각 안했다.
벌써 시간이 12시다 이상하게 배가고파서 근처 24시 맥도날드에서 상하이 스파이스 셋트를먹었다. 물론 혼자.
맥노날드를 나와보니 갑자기 비가 주륵주륵내리더라 우산도없던터라 난감해야했지만 난감하지않았다. 왼쪽주머니에는 아직도 만원 가까운 돈이 있었지만 택시를 타고싶지않았다.
거리를 활보하며 나댕기다보니 집까지 걸어서 1시간 남짓 걸리는 시내까지 와버렸다. 택시를 안탔다, 비를 맞는 나를보고 태워주려고 근처로 와주는 택시는 많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빨간불의 빈차 표시가 또렷이 보였다. 그래도 타지않았다. 비가 많이 내리더라, 비를 흠뻑 다맞았다. 나도 몰랐는데 병신같이 질질짜고있었다. 큰 도로였는데 키 180다되가는 덩치큰놈이 갑자기 뭐가 불만인지 뭐가 맺혔는지 갑자기 신생아같이 뺵뺵 울어쌋다 소리도 질렀다 눈물이 계속났다.
집에있는 아빠를 생각해서일까 밝은세상에서도 어두운세상에서도 이도저도아닌 병신같은 나떄문일까 이런 생각과 한탄밖에는 할수없는 도로에서 울고있는 내 모습 떄문일까
참 내가 내스스로 생각해도 오글거리고 영화찍고 자빠진 모습과 생각들이였다. 그렇게 1시간동안 질질 짜면서 우리동네로 이르렀다, 새벽1시, 동네교회로 들어가서 빗물이 뚝뚝떨어지는채로 교회 의자에 앉아서 잠시 눈을감았다. 코를 먹어가며 흐느꼈지만 이내 몆분내로 그쳤다. 기도를 했냐고? 평소 교회를다녔지만 기도를 안했다. 하고싶지도않았다 믿음이 없었다 왜냐면 한번도 내 기도를 들어준적이 없으니까.
정신을차리고보니 새벽2시다 무거운몸을 이끌고 축축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를타고 우리집층에 이르렀다. 엘리베이터 앞 아파트 복도 바닥에서 털썩 앉았다. 오늘을 생각해봤다.
오늘의 난 남들이 볼땐 병신중에서도 상병신이다. 남들 학교있을시간에 컴퓨터를했고 아빠 돈과 담배를 도둑질해서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나돌아다니다가 담배도 뻑뻑 피워싸고 학교 양아치들 꼬라지나 미행하다가 열등감만 느끼고 이도저도아닌 내가 슬퍼지고 비바람이부는 밤에 도로에서 키 180 다되가는놈이 신생아같이 짐승처럼 울어싸면서 비를 다맞아가면서 1시간동안 집으로 걸어가고 그리고 병신같은 오늘 하루를 병신같이 넘기고 싶지 않고 누군가에게 티내고싶어서
항상 힘들떄마다 많은 도움을 얻었다 내가 좋아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이렇게 글을 써제낀다.
나는 곧 고등학생이다. 아니 대가리에 피도안마른게 소설쓰고 지랄하네 라고할수있지만 확실한건 오늘 내가 느낀 감정들은 중2병따위에 하찮은 일탈의 방황은 아니였다. 이래뵈도 꽤나 비싼 느낌이였다.
남들은 입시에서 살아남으려고 (하겠다는 놈들중에서의 싸움이니까) 무섭게 무섭게 학원이다 과외다 선행이다 하는데 저 셋다 나랑은 일체 관계없는말들이고 학교 수업만 충실히해서 100등 초반이라니, 성실성도 부족 머리도 부족인가보다.
결국 돈없으면 지는거라고 생각하고 싶지않았다. 지고싶지않았고 공부가 내게는 탐구의 흥미가아닌 그냥 단순한 성공의수단이였기에 남들보다 일찍 지친것같기도하다 정말 맥이빠져버려도 단단히 빠졌다. 그래서 오늘 학교도 안간건지도 모른다.
하나뿐인 우리아빠 하루라도빨리 호강시켜드리고 어깨에 힘 잔뜩넣어드릴 방법은 이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마저도 이 분야에 병신으로 자리잡혔으니 하 내맘을 누가알까 존나게 기도해도 안들어주는 하늘에계신 하나님이아실까??
공부못해서 짜증나! 가난해서 짜증나! 못나서 짜증나! 안해 씨발 좆같은세상 될대로되라! 이런 패턴이아니다 정말 내가 봐도 한심한 패턴이다.
난 저거랑은 다르다 근데 포괄적으로보면 저거일수도있겠다.
근데 난 정말 갈데까진 간건 아니지만 적어도 저런 축에 끼고싶지않다. 그래서 미쳐버릴것같다.
나는 항상 내가 어렸을떄부터 집은 가난하고 가진것없고 내 스스로도 품고있는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왠지 근거없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어느분야던지 어떤방면이든지 왠지 내가 커서 엄청난 사람이 될 것 같았다. 돈잘벌어 떵떵거리는 엄청난 사람이아니라,
막말로 희대의 살인마가되든 세계를위해 일하는 사람이되든 왠지 뭔가가 될것같았다.
초등학교시절 길에서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담배를피는 형누나들을보면 난 저렇게 되지말아야지 에휴 ㅉㅉ 라는 생각과 두려움만이 앞섰지만 정신차려보니 내가 지금 그꼴이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담배를 피우며 앉아있을떄 나보다 어린 애기들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지나가며 날 봤던 기억이 스멀스멀난다.
무슨생각이 들었을까? 상상만해도 소름이끼친다.
나는 정말 한심하다 한심하다.
근데 꼴에 욕심이 너무 많아서인지 나라는 존재가 항상 가치있길 추구했고 나름대로 잘해왔다고, 잘 쌓아왔다는 생각했는데 내가 얼마나 나약하고 일관성이 없는놈인지 오늘 확실히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