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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개 이야기
게시물ID : animal_120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_Blossom
추천 : 20
조회수 : 214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1/08 12:19:16


베오베에 있는 인간의 오랜친구 개 글을 보고
오랜만에 우리 멍멍이 생각이 나서 끄적여봐요



이름은 땡이. 

아빠는 집에서 학생들을 과외해주는 일을 하셨었어요
그 학생중 하나가 개를 키우다가 이사를 가면서
새끼때부터 키우던 개를 이모?집인가 친척집에 줬다고 해요
그 집엔 치와와가 있었고 그 치와와가 좀 앙칼지고 질투가 많았대요
그래서 느닷없이 굴러온 돌 같아서인지 땡이를 무지 미워했대요
어느날 그러다 땡이를 물어서 눈가가 찢어졌고,
원래 주인인 학생이 땡이를 찾아와 어쩌지하다가 아빠한테 땡이말을 했대요
상담식?이었는지 키워달라 한건진 모르겠지만
아빤 자기가 키우겠다고해요.




그날 엄마가 퇴근하니까 집에 왠개가 있더래요
엄만 개키울맘도 없었고 키워본적도 없어서
정색하고 소파에 앉아 얘기하려했는데
앉자마자 애가 엄마 발치에 오더니 그렇게 살갑게 굴더래요 
그게이뻐서 엄만 또 반해서 키우기로 했어요



2년뒤 제가 태어났고, 다행히 우리 친가 외가 모두 개를 좋아해
누구도 애기 있는집에 개가 있는걸로 문제삼지 않았어요
그도 그럴게 우리 땡인 진짜 순해서 짖지도(수술한거 아니에요) 않았고
이빨은 밥먹을때만 구경할수있는 그런애였거든요 
어릴때 사진보면 이불위에 내가 자고있고, 땡이는 옆에 앉아 쳐다보거나
같이 자거나 하는 사진이 무지 많아요 


 


애기때는 진짜 땡이는 최고의 친구였어요
맞벌이인 부모님이 집에 없을때 땡이 끌어안고 티비보면 무섭지도 않았고
엄한 아빠한테 혼나 훌쩍거리고 있으면 옆에 조용히 와서 앉아있어줬죠
잠안오는 밤에도 땡이를 침대로 데려와 옆에서 자면 귀신도 안무서웠어요 
기저귀차고 기어다니는 나도 본 땡인데, 
난 내가 더 크니까 누나다 싶어 맨날 "땡! 누나한테와, 누나가해줄게!"하고 
생각해보면 땡이는 그럴때 오면서도 
그래그래,우쮸쮸우리애깈ㅋㅋㅋ 싶었을거같아요 



땡이 눈의 상처는 아물었고, 나중엔 털로 덮혀서 티도안났어요 
어릴때 소파에서 뛰어내리다 다쳐서 땡이는 다리도 절었어요
그래도 산책은 좋아했고, 우리 따라 바다도 놀러가고
주말엔 같이 산책나가 돌아다니고 공원에서 엄마랑 제가 배드민턴치면
잔디밭에서 뽈뽈뽈 .. 




11살쯤 넘으니까 땡이가 조금 귀찮았어요
다른집개들처럼 공놀이도 못하고, 같이 뛰어놀지도 못하고
늙어서 맨날 그냥 ..
그렇다고 싫어한건아니고 그냥 그런맘 있잖아요
사춘기때 철없어서 엄만구식이야, 라거나
할머니가 밉거나 그런 마음 비슷한 느낌으로 ..
습관적으로 땡이가 다가오면 만져주거나 했지만
더 어릴때처럼 땡이만 찾진 않았어요 




13살이 되었는데 땡이가 자주 아팠어요
미용하러 병원에 가서 귀청소를 하다,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고 가끔 소화를 못해 토하기도 했어요 
몸에서도 냄새가 많이 나기시작했고 
집에서도 자는 시간이 길어져갔어요
그래도 워낙 평생 함께 했던 엄마나 아빠처럼 당연한 가족이라
사라지거나 죽거나 그런건 단한번도 상상못했어요 


봄에 땡이가 소화를 너무 못해, 토하고 설사하고 해서 병원에 갔어요
의사선생님은, 땡이가 많이 살아서 이제 간이 너무 늙었대요
간이 1/3만 정상적이어도 희망은 있는데, 땡이는 그것도 안된다고 ..
수술도 불가능하고, 안락사를 시키래요 ..
우린 당연히 안된다고하고 집으로 데려왔어요 ..
땡이는 이제 담요에서 잠만 잤어요
난 그제야 미안해져서, 그동안 귀찮아한게 너무 큰 죄같아서
한시간에도 몇번씩 땡이한테가 말을 걸고, 쓰다듬어줬어요
똥오줌도 못가리고, 몸도 못움직일정도로 아픈데도 내가 그러면 
눈을 뜨고, 꼬리를 아주아주 미세하게 움직였어요 .. 



그러기를 몇주, 방에 누워 책을 보는데 엄마아빠가 부엌에서 안락사 어쩌구 .. 하더라구요
뛰어나가서 안된다고 울고불고 하는데
아빠가 그러는거에요
평생 왕자처럼(털이 풍성하고, 애가 조용하고해서 이웃이나친척들이 다 왕자같다구 그랬거든요)
실수도 한적없고, 그렇게 살던애가 저렇게 똥오줌도 못가리고
이젠 파리까지 꼬이는데, 너 그거 땡이한테도 정말 좋은일이라 생각하냐구 ..




엄마가 병원에 데려가기로 하고, 난 따라가지 않기로했어요
엘리베이터에서 꼭 끌어안고 계속 쓰다듬으면서도 울면안된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내딴엔 아무렇지도 않은척하면서 
보조석에 상자(땡이 차타고다닐때 쓰는, 담요 깔아둔 낮은 상자가 있어요)에 
땡이 내려놓고, 머리 쓰다듬어주는데 절 빤히보면서 눈물을 흘리는거에요.
정말, 그렁그렁한게 아니라 막 눈가 털이 젖어오는거에요
보는데 아, 땡이가 아는구나..싶더라구요 
눈물은 맺히는데 우는건 보이기싫고.. 괜히 무서워할거같아서 .. 
엄마 차문닫고 엄마차 나가고 
주차장에 주저앉아서 한참을 울었어요
산책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귀찮아만 말고 자주 데리고 나가줄걸 .. 
이렇게 일찍 헤어질줄 알았으면 그냥 친구들이랑 놀지말고
땡이랑 매일매일 더 있어줄걸 하고 ..




으악 ㅋㅋㅋㅋ쓰다보니 눈물이 나네요 
너무 보고싶네요 
그래도 엄마랑도 아직 땡이 얘기 많이 해요 
그래도 우리 그때 많이 놀러다닐때라, 땡이 데리고 바다도 여름마다 가고
소풍이니 여행이니 같이 잔뜩 간거 다행이라구 ..




그래도 내가 못해준게 많아도 우리 땡이는 행복했을거에요
엄마말대로 같이 추억도 많고
내가 못나게 굴었어도, 사실 정말은 땡이 너무 사랑했고
엄마야 뭐 말할것도 없는 땡이바보였고 
아빠는 성격상 대놓곤 안그래도, 사실 땡이 엄청 이뻐했으니까..
워낙 의젓하고 속깊은애라 우리가 다 표현잘못해도 알아줬겠죠?..사랑한거?
그래도 표현할걸 싶긴하네요 ..




아, 베오베글보고 대낮부터 생각나서
눈가 축축해져선 글썼네요 ㅋㅋㅋㅋㅋㅋㅋ..챙피; ㅜㅜ..아 




내 제일 친한 친구, 의젓한 내오빠,
내가 제일 많이 사랑한 우리 멍멍이 
너무너무 보고싶구, 너무 많이 사랑해 


(이게 컴에 가지고 있는 유일한 사진이에요
앨범엔 많지만, 저것도 그냥 달랑 앨범에서 제가 폰카로 찍어서 컴으로 옮긴거..
이 사진에 사실은 저게 이불위인데(하늘색) 왼쪽에 제가 자고있고 
오른쪽에서 땡이가 제 옆에 서있다가 사진찍는 아빠 돌아보는 그런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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