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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금단현상
게시물ID : sisa_1592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aru2u
추천 : 11/5
조회수 : 742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2/01/09 19:45:48
미치겠다. 
어제 하루종일 팟캐스트와 딴지라디오 홈페이지 새로고침을 수백번 하다 새벽 3시가 넘어서 잠들었고
오늘도 칼퇴근하여 지금껏 기다리고 있지만 ... 올라올 생각을 안하네. 
기다리다 기다리다 말라 죽을꺼 같다. 

마이클 조던의 복귀 경기도, 
메탈리카 내한 공연도, 
온게임넷 임진록도, 
전역날짜도, 
중동 6개월 파견 복귀일도 그랬지만, 
이거에 비견될만한 기다림이고 목마름이다. 

이거 연구대상이다. 
비정치적 인간이었던 날 이렇게 바꾼 어준이 형에게 그 책임을 묻기 전에
어준이 형 말대로 내가 왜 이렇게 나꼼수에 빠지게되었는지 성찰의 시간에 들어갔다. 

여친이 없다. 애도 없다. 
나름 괜찮은 직장에 다니면서 크게 불만은 없다. 
열심히 살아왔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엘리트 코스를 달려왔으며
동시에 하고 싶은 건 많아가지고 밴드, 방송부, 학생회, 축구부, 농구부, 당구, 스타, 만화, 영화, 기타 등등
할 수 있는 것 중 돈 많이 안 들어가는 건 다 해본거 같다. 그것도 꽤나 깊숙히 몸을 담구었던 것. 
이 모든 건,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이었다. 
내가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이 두 가지에 focus를 맞춘 삶이었고 그것 자체로 좋았다. 
항상 내 가슴을 뛰게 할 issue들을 찾아서 'Carpe diem' 정신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4년전, 사귀다 헤어진 여자친구가 자살을 한다. 
회사에서 만났다가 그녀는 비정규직으로 회사를 나갔고 
만남을 이어오다가 집안의 반대가 예상되고
결혼하자는 얘기에 계속 부담이 되서 (결혼할 마음이 없었던 시기)
헤어졌는데 ... 한 달 후, 자살을 한 것이다. 
내가 당시 묶고 있던 회사 오피스텔에서...
찾아와서는 못가겠다고 해서 싸우고는 가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고 하고 잠들었는데 
그 다음날 일어나보니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직접 장례도 치르고 직접 묻었다. 장례비도 내가 다 치르고.
하지만 ... 내 인생에서 이 사건에 대한 죄책감은 절대 씻겨지지 않을 것이다. 

처음 1년은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고 얘길할 수가 없었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그 광경이 떠올라 항상 안절부절하지 못했고
밤이면 그녀의 영혼이 내 옆에 있는 것 같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러다 우석훈 씨의 책을 보았고
거기에 지방 전문대 출신 여성이라는 존재가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를 
이후 난 비정규직 직원이 근무연한과 재계약이 안되는 이유, 
그리고 그로 인한 수많은 사람들의 절망과 고통, 그리고 체념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국제 금융세력, 미국 군수업체, 다국적 기업 등의 탐욕에 의해 일반 중산층의 삶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정말 ... 진지하게 살펴보기 시작했지. 

더불어 내가 얼마나 개인주의에 젖어 이기적으로 살아왔는지 
남에 대한 관심과 배려보다는 내 목적과 취향에 맞추어 얼마나 기회주의적으로 살았는지 반성하였지만
이건 그것대로 내 삶에 아로새겨져서 쉬이 바뀌지 않더군.

일에 정신없이 빠지고 나름 설정한 목표를 파고들면서...
세상이 다르게 보이더군. 
2000년, 노암 촘스키의 '누가 세계를 지배하는가?'에 적힌 미국 리비아 공습 시간은 TV 프라임 타임에 맞추어서 기획됐다는 얘기를 음모론으로 생각했었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 다 큰 밑그림을 바탕에 두고 치밀하게 계획된 일보일보이더군. 
베트남전도,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와 석유파동도, 일본 장기불황도, 아시아 금융위기도...
미국 대통령 임기중 사망률이 노르망디 상륙작전 참전 군인 사망률보다 높다는 것도 상징적임. 

그러던 차에 나꼼수가 나온 거지.
올해 6개월 해외파견갔다가 돌아와서 처음 들은 나꼼수는...
대학교 1학년, 스타크래프트 배틀넷을 처음 했을때의 그 느낌 '이건 나를 위한 게임이다.'과 비슷했어.
나를 위한 방송이더군. 

한없이 외로웠던 4년, 공교롭게도 각하임기와 정확히 일치하는, 
혼자 겨우겨우 버티어내던 나를 위한 방송을 총수가 만들어주었더라고.
아마 그녀를 절망시켰던 것 중에 대부분은 나의 배신이었겠지만
일부는 각하 임기 초반의 사회 분위기, 약자를 깔아뭉개고 업신여기고 개인의 책임으로 치부해버리는, 
도 일익을 담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지극히 빌어먹을 나도.

블랙 스완,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대로인 날 위로해주는 유일한 방송인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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