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머리입니다.
혹시나 절 기억하는 이들을 위해 간단 글.
제가 이미지 몇장과 유학을 간다는 글을 끝으로 많이 하지도 않은 활동을 잠시 접었었습니다.
마침 오유에서 시끄러운 일이 터져서 잠잠해질 때를 틈 타 오겠다 생각하기도 했고
제가 입시 관련된 일로 다시 공부를 하느라 바빴기도 합니다.
짧게 말슴드리자면 유학 입시를 다시 준비중입니다.
나름 좋은 조건으로 대학에 합격했긴 하나, SVA라는 대학에서 교수님 몇분과 연락이 닿게 되었고
제 작업들에 대해 굉장히 흥미로워 하셔서 메일을 주고받던 중 이런 저런 사정으로 다시한번 입시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저에 대해 더 관심있어 하고 평판이 높은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저에게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고 다시 영어공부에 손을 대고 있는 중입니다.
매우 답답하지만 그래도 고3시절보다는 많이 여유가 생겨 게임도 하고 영화도 보면서 지냅니다.
봄 학기를 목표로 준비중인데, 봄이 한참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으면 떨어졌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도 한번 합격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전보단 용기도 나고 두렵지 않습니다.
항상 작업물이 마이너성향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생각 외로 더 많은 사람들이 흥미로워 한다는 사실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또, 고3이 지나면서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가장 큰 깨달음은 제가 예술가 기질이 있다거나 예술가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이때까지 미학을 배워왔지만 그것에 흥미를 느낀다거나 몰두하진 않았습니다.
제가 그 공부를 좋아한다는 것은 제가 미술을 하기 때문에 흥미를 느껴야 한다는 강박관념때문에 착각을 해 왔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몇 작품을 제외하곤 세계의 명화나 현대미술, 일러스트들에 큰 영감을 얻는다거나 감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화려하다, 예쁘다' 정도의 감상이 전부였습니다.
사실 제 주위의 미술학도들이 어떤 작품을 보고 감동하는 것에 크게 동감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제가 정말 흥미가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역사 속에 쓰였던 무기들과 갑옷들이었죠.
지역과 시간에 따라 변하는 양식들이 정말 흥미로웠으며 묵직하고 카리스마 있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예쁘기도 하더군요.
현재는 일본 갑옷 오오요로이에 대해 개인적으로 살펴보는 중입니다.
아무튼, 저는 미술에 관심이 있다기보단 제가 구상한 것을 표현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것 뿐입니다.
제 목표는 만화가이고 몇년 전부터 준비해온, 제가 반드시 만화화하는 것이 목표인 시나리오가 있는데
그 시나리오를 만화화하는데 역사나 무기, 여러 갑옷들에 대한 지식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래 5장은 그 시나리오의 극초반 부분을 프롤로그화 한 것입니다.
비록 5장밖에 되지 않고 아마 이해가 되지 않는 분도 있을 테지만 각 페이지의 오브젝트들은
후에 본편에서 어떤 의미인지 밝힐 생각입니다.
물론 정말 만화화된다면요...
(읽는순서⇒)
프롤로그
2014.5.3
2014.6.15
2014.6.29
2014.8.3
2014.8.3
+추가로 제가 현재 보완중인 포트폴리오에 수록된 작업물 하나입니다.
만물의 아버지
(아래는 그림에 담긴 짧은 이야기입니다.)
"태초에, 차가운 수면 아래 어둠만이 자리하고 있던 시절,
'그'는 바다를 떠도는 작은 먼지에 불과했소.
아주 조그마하고 한없이 흩어지기와 모이길 반복하는 흔한 먼지 덩이에 불과했소.
움직임은 물론, 생각조차 없었던 쓸모없는 그 먼지들 사이에
어느 날, 수면 위에서 거대한 불덩이가 거센 파도와 캄캄한 어둠을 뚫고 날아왔소.
뜨거운 그 빛덩이에 고요한 심연은 미친듯 울렁거리기 시작했고, 떠밀려가지 않은 먼지들은
그 빛에 닿는 순간 심연의 차가움과 빛의 뜨거움을 느꼈으며 그 순간 비로소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소.
'그'들은 이제 먼지가 아니었소.
그들에겐 앞을 볼 수 있는 눈과 날카로운 집게다리들과, 거대한 날개, 어떤 것에도 단단히 버틸 수 있는 갑주가 주어졌소.
그들은 자신의 눈 앞의 동족들과 무수히 떠다니는 먼지들을 자비없이 삼켰소.
사실, 그 시절은 자비는 물론이요 우리가 매 시간 느끼는 감정 따위가 존재하지 않았소.
단지 굶주린 속을 채우기 위해 입을 벌리고 보이는 것을 삼킬 뿐이었소.
집게다리를 가진 단단한 '그것'들은 결국 마지막 하나밖에 남지 않았소.
그러나 먹혔던 그것들의 잔해에서 연약하고 조그마한 무언가들이 헤엄쳐 나오기 시작한 게 아니겠소.
연약한 생명체들은 단단한 '그'와 달리 커다란 집게발을 들지도 않았고 단단한 갑주도 입고 있지 않았소.
그 조그마한 생명체들은 기다란 지느러미와 부드러운 비늘을 가지고 있었소.
단단한 '그'는 그것들을 삼키기 시작했소.
이전과 달리 연약한 생명체들은 아무리 삼켜도 그 수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소.
오히려 더욱이 늘어났으며, 그 생김새도 끝없이 늘어나기 시작했소.
연약하던 그것들은 어느새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기도 하고, 단단한 갑옷을 입기도 하였소.
그러나 '그'에 비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소.
(중략)
어느날, '그'는 이제 굶주림을 느끼지 않게 되었소.
눈 앞에 움직이는 모든 것들을 삼키던 그는 그점을 의아하게 여겼소.
배고픔에서 벗어난 그는 차차 수면 아래의 조그마한 생명체들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소.
수면 아래의 원시적인 생명체들은 과거의 자신과 같이 굶주림에 의해 행동함을 알게 되었소.
그러나 '그'는 발견하였소, 자신이 당시 느끼던 호기심과 같은 일체의 감정이 없는 대신
그들 사이에는 거대한 '공포'라는 것이 있었던 것을 말이오.
'그'는 공포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소.
그러나 '그'는 그것 때문에 연약한 생명체들이 자신을 피해 도망친다는 것을 이내 깨달았소.
그리고 이내, 자신이 뜨거운 빛에 의해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을 당시 느꼈던 죽음의 공포를 떠올렸소.
그는 잡아먹힘의 공포에서 해방된 지 오래라, 공포가 무엇인지 잊고 말았던 것이오.
그는 그것에 대해 유심히 생각했고
곧, 그는 다른 수만가지의 감정들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느꼈소.
그는 우리가 느끼는 사랑과 슬픔, 기쁨에 대해 무지했소.
그러나 그의 내면의 가득 찬 호기심이 그것들을 향해 다리를 놓아주기 시작했고,
그 호기심 덕분에 지금 우리가 이곳에서 살아 움직일 수 있게 되었소.
가히 만물의 아버지라 불려 마땅하오."
- 동쪽 고산의 야타, 늙은 현자 아르쿰·야시라
2015. 7. 21
4절지 크기에 일일히 어둠을 메꾸느라 토나올뻔한 작업물입니다.
톨킨의 반지의 제왕같이 나름 급조한 판타지 세계관을 짜 보았습니다.
후에 계속해서 세계관을 확장할지도 모르겠네요.
아마 이 글을 읽어도 왜 만물의 아버지인가 하시겠지만 후에 나올 작업물에서 확실히 아실만한 묘사가 나올겁니다.
물론 제가 그린다면요....
아무튼 긴 글과 작업물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로 절 모르시는 대다수의 분들을 위한 설명. 재료는 오직 제도펜입니다.(컬러부분에선 유성매직,아크릴 물감)
그럼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