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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흣 백일장 이런 글이면 되나요?
게시물ID : readers_238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18
추천 : 2
조회수 : 46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1/31 22:29:34
2000년대 중반 쯤에 인기 있었던 글 스타일로 써봤습니다.
제가 본 건 네스퀵이 우유곽 찢는 거였던 듯...


이제 그 자리에는 거친 손길에 의해 벌어진 입구와 부서진 몸, 그리고 하나의 비닐봉투만이 남았다.
황량하게 벌어진 입구에서 스며드는 차디찬 바람에, 뿌셔뿌셔는 온몸을 떨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그녀를 떨게 만드는 것은, 선 채로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는 양념스프의 집요한 눈빛이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하지."

양념스프가 천천히 자신의 입구를 찢으며 말했다.

"때로는 서로 엮이지 않는 편이, 서로에게 있어 좋을 수도 있다고 말이야."

그가 집어던진 비닐봉투의 일부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그 안에 고여있던 내용물이 바닥에 흩뿌려졌다.
뿌셔뿌셔는 알 수 있었다. 생전 처음 맡아보는 냄새였지만, 본디 그것이 자신을 더럽히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그 섭리를 피해갈 수 없다는 사실을.
뜯어진 봉투를 부여잡으며, 뿌셔뿌셔는 가혹한 운명의 장난을 새삼 실감했다.
이제 양념스프는 완전히 바깥으로 드러나 있었다.
인공적인 감미가 첨가된 화학적 합성물. 하지만 거기서 흘러나오는 달콤한 향기는 입구를 부여잡고 있던 뿌셔뿌셔의 손에서 힘을 빠져나가게 하기에 충분했다.

양념스프가 뿌셔뿌셔의 앞에 섰다.

"하지만 그건 이성으로 본능을 억누르려 하는 자들의 궤변일 뿐이야. 너도 이젠 알고 있겠지. 어차피 너와 나는 하나가 될 몸이었다는 걸. 크큭."

뿌셔뿌셔는 절망에 빠졌다. 자신의 짝은 응당 바베큐맛 스프일 것이라고 멋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허니버터 양념이 풍기는 진한 향에 몸도 마음도 이끌리고 있었다.
애써 정신을 차려보려했지만 소용없었다. 그것은 이미 양념스프가 봉투를 잡아 뜯으며 거칠고 추악한 속내를 내보일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파들거리는 뿌셔뿌셔의 면빨이 양념스프의 차가운 눈초리를 받아 더욱 희게 빛났다. 양념스프는 가늘게 떨고 있는 뿌셔뿌셔의 봉투를 거칠게 휘어잡았다.

"이젠 돌이킬 수 없어. 너도 알테지. 그냥 얌전히 받아들이라고."

그는 뿌셔뿌셔에게 몸을 바짝 들이댄 채로 자신의 내용물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아아..."

길고 긴 탄식. 뿌셔뿌셔는 자신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비릿한 한숨에 놀라고 말았다.
그것은 체념, 비관, 절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음양이 자연히 하나가 될 때의 강렬한 충족감.
그렇게 양념스프는 뿌셔뿌셔를 물들이고 있었다.

"크흣..."

마지막 남은 가루마저 다 털어낸 양념스프는, 이제 공허한 빈 껍데기에 가까웠다.
온몸에 끼얹어진 스프의 과립들, 거기서 전해져 오는 충격적인 쾌감에 뿌셔뿌셔는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런 그녀에게 양념스프가 다가왔다. 제왕의 자세, 자신의 소유물이 자신의 일부와 동화되어 점점 제 모습을 잃어가는 것을, 양념스프는 탐욕스런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격렬한 체험 후에 찾아오는 권태감에 젖어있던 뿌셔뿌셔를, 양념스프가 잡아 일으켰다.

"어이쿠, 벌써 쓰러지면 곤란해. 스프가 봉투 밖으로 새잖아."

이미 껍데기만 남은 양념스프는, 그녀가 쓰러진 자리에 조금 흩어져 있던 자신의 분신들을 정성스레 주워 그녀의 입구에 털어 넣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어."

양념스프가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 뿌셔뿌셔는 난생 처음 느끼는 강한 완력에 깜짝 놀라면서도, 지금부터 자신에게 벌어질 일들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없었다.
수치심에 양념스프의 시선을 외면하는 뿌셔뿌셔에게 그가 말했다.

"크큭...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흔들어야 맛있어지거든..."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양념스프는 뿌셔뿌셔를 데리고 짙은 어둠 너머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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