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127일이네요. 많이 고마웠고 많이 미안해요. 요즘 연락도 뜸하고 자주 만나지도 못해서 불안했어요. 결국 오늘의 만남으로 우리가 함께했던 날들은 끝이 났네요. 저한테 아무 감정도 없었다고, 그저 제가 좋다고 해서. 그 이유 하나로 만났고, 항상 제가 이끌던대로 따라왔었죠. 제가 가자고 하면 가고, 서자고 하면 섰던 당신. 언젠가는 감정이 생길 줄 알았다는 당신의 말에 저는 무너지네요. 잡고싶어도, 감정도 없고, 여유도 없어 나에게 신경을 써 줄수 없다는 당신의 말에 결국 저는 당신에겐 고맙다는 말 밖엔 할 수 없었네요. 생각해보면 항상 저의 아집대로 당신은 따라왔죠. 어디를 가던, 무엇을 하던, 모두 나의 선택이었던 것 같네요. 그 인내의 끝이 지금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내 이기적이고 부족한 마음을 얼마든지 다독여주고 품어주었던 당신. 정말 고마웠고, 또 고마웠어요. 싸워서 헤어진 것 도 아니고, 당신을 잡고싶어 마지막으로 친구로 지내자 했지만, 그럴 수 있을지 저는 모르겠어요. 가슴이 무너져내려요. 그게 제 마지막 슬픈 집착이었어요.
당신을 보내고 오는 길에 흥얼거렸어요. "생각해보면 영화같았지 관객도 없고, 극장도 없는 언제나 우리들은 영화였지 보고싶다 예쁜 그대 돌아오라 나의 궁전으로 바람불면 어디론가 떠나가는 나의 조각배야 갑자기 추억들이 춤을 추네" 크라잉넛의 명동콜링 이에요. 좋아하던 노래인데 이렇게 와닿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