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제 부탁도 하나 들어주시겠습니까.
오리진씨를 보내기 전에 하루만 시간을 주세요.
생각해보니까 받기만 했지 준 게 아무것도 없네요.
저 때문에 늘 가슴 졸이고 기다리기만 하고 울기만 했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하루만 딱 하루만 온전히 오리진씨한테 쓰고 싶습니다.
환하게 웃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왜냐면 오리진씨는 늘 삭막하고 서늘하기만 했던 제 성에 처음으로 들어와 준 사람이었고,
처음으로 제게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었고,
달라진 눈빛을 단번에 알아봐 준 사람이었고,
나의 이름을 물어봐 줬던 사람이었고,
내가 돌아오기를 가슴 졸이면서 기다려줬던 사람이었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눈사람을 선물해준 사람이었고,
천 마디 말보다 더 위로의 말을 건네줬던 사람이었고,
바라보기만 해도 저를 행복하게만 만들어주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평생 속죄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도 모자랄 상처를 입힌 사람이기도 하구요.
먼 훗날 시간이 많이 흘러서
오리진씨가 나를 잊어갈 때쯤
나를 떠올려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을 때쯤
혹시라도 오리진씨가 과거의 고통으로 괴로워하게 되거든 전해주십시오.
당신이 뭔가를 잘못해서 혹은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서 학대를 받은 건 아니다.
당신은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사랑받아 마땅할만큼 눈부시게 빛나고 미치도록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고.
그러니까 잊으라고. 이제부턴 사랑 받고 살아가라고.
출처 : 디시 킬힐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