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 응? 말 좀 해줘
게시물ID : bestofbest_2386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반백백마법사
추천 : 250
조회수 : 14206회
댓글수 : 3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6/04/13 01:01:03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4/12 20:14:13
얼마 전 대학선배를 만났습니다

대학 다닐 때 참으로 멋있던 선배였습니다

90년 봄 그 선배를 만났을 때 너무나 멋진 선배였습니다

그 선배는 저에게 87년 민주화 운동 당시의 활약상에 대해 자랑을 했습니다

제가 90학번이다 보니 87년 민주화운동을 간접적으로 경험을 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그 선배는 당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마치 훈장을 받은 듯이 자랑을 했죠

그렇게 세월이 지나서 스물 여섯 해가 지났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그 선배를 만났습니다

이제 중년 늙은이가 돼있었습니다

배는 불룩 나왔고 머리는 벗겨졌습니다

나라 걱정 보다 이제는 가족 걱정을 하는 

이제는 중년이 돼있었습니다

제가 스무살 때는 눈도 마주칠 수 없는 대선배였지만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처지이기에 술잔을 부딪히면서 술을 마시는 그런 사이가 됐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XX아, 내가 그리 잘못 했니?"

"선배, 무슨 소리에요"

"운동권을 왜 이리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니?"

저는 아무 소리도 못했습니다

"나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어. 그런데 이제는 운동권을 청산하자네. 그 기사 볼 때마다 내 청춘은 도대체 뭘 했는지 멘붕이 오더라 우리가 뭘 잘못했는데???"

"선배, 선배의 잘못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고도 저는 그 선배에게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그 선배에게는 그게 자신의 청춘인데 그 청춘을 부정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지요

그냥 술만 마셨습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