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방서 회사다니는 아저씨입니다. 술이 좀 들어갔는데 너무 답답하고 머리가 아파서 오유에라도 털어놔야지 안되겠습니다... 좀만 들어주세요..
제 막내동생이 올해 스무 살입니다. 그 위로 슴넷먹은 예비군 둘째놈 하나 있고요. 이놈도 사연이 많은 놈인데... 뭐... 넘어가고요...
어제 오랜만에 집에 들렀는데 집에 다른 식구들은 아무도 없고 막내 혼자 거실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더군요..
주말에는 외가쪽 가게에서 알바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집에 있길래 왜 안갔냐, 하니까 대답이 이럽니다. 잠바 모자에 털이 없대요... 그 모자 테두리?에 붙은 털뭉치가 탈부착식인데 그게 어디가고 없더라는 겁니다....
뭐라 한 마디 해줘야겠는데 뭐라고 해줘야할지를 도무지 모르겠습디다, 그려... 제가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사실 동생이 고등학교 때 방황이 좀 심했습니다. 담배피고 양아치처럼 하고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그냥 아예 학교를 안 갔어요... 저는 그때 이미 지방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어서 잘은 모르겠는데, 듣기로는 애가 아프다느니 뭐니 하면서 툭하면 밥도 굶고 방에서 나오질 않더랍니다.. 무슨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안 갔대요... 그냥... 제가 물어봐도 그냥이라고만 하더라고요...
저희 부모님이 애한테 그리 잘해주시는 편이 아닙니다. 무심하신 편이라 살갑고 이런 분들이 아니세요. 애가 학교를 안 가도 내버려 두시는데 제 부모님이지만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어찌어찌 졸업은 하긴 했는데 이것땜에 나중에는 친가에서도 애가 걱정이 된다 어쩐다 말이 많아서 결국 상담을 받으러 다니게 됐습니다. 그런데 또 몇 번 가더니 그것도 관뒀다대요?? 일이 바빠서 집에는 못 들르고 전화로만 상황을 들으니 뭐가 뭔진 모르겠고 미치겠더라고요.... 막상 또 집에 들르면 애가 웃으면서 오빠 왔어~하는데 차마 건드리지도 못하겠고... 하..
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모님이 너무 원망스럽고 오빠로서 참 제가 한심스럽네요... 뭐 하나 해준 것도 없고......
며칠 전엔 식탁에 있던 밥을 던졌댑니다.. 밥그릇을 뒤집더니 밥을 꺼내서 밥덩이를 바닥에 던졌대요... 그 전에 어머니가 뭐 애 말하는 거를 비꼬고 하신 것 같긴한데... 어머니가 치우라고 때리고 화내시니까 엄마는 왜 나 안 치워주냐고 그랬답디다... 밥덩이도 널부러져 있으면 치우는데 왜 나는 널부러져 있어도 그냥 내버려 두냐고 그랬다대요...... 밥 지어서 그릇에 담아 놓고 딸이 먹거나 말거나 냅두는 거 보니 낳아놓고 입히고 먹여놓기만 하고 내버려 두는 거랑 똑같이 보여서 보기 싫어서 던졌대요.. 밥을... 자기 꼴이 저 밥이랑 똑같아 보여서.. 근데 밥은 널부러지면 치워준다고, 똑같은 줄 알았더니 저가 밥보다 못하다고 그러더라고 둘째한테 전해들었네요...
아 저얘기 듣고 정말... 화가 나기 이전에 맘이 아팠습니다... 얘가 뭔가 자꾸 신호는 보내는 것 같은데... 하.....
애가 약간 매사가 이런 식이에요.. 지도 자기가 잘못한 거 알아요.. 그런데도 저렇게 자기파괴적으로... 나중에는(밥 던지고) 자기도 물건 집어던지기 싫은데 집어 던지게 된다고 이거 고치고 싶다고 병원에라도 데려가 달라고 우는데 어머니가 돈 없다고 그럴 돈 없다고 그러셨다네요...(일단 둘째놈을 혼냈습니다.. 넌 그걸 그냥 보고만 있냐고ㅡㅡ무서워서 쫄아서 가만히 있었다네요... 이생퀴가..) 너는 지금 뭘 던지는 게 문제냐 그 전이 문제다, 아니 내가 내 감정 조절이 안된다 병원에 가서 내가 정신병자가 되더라도 약을 먹고서라도 이거는 고치고 싶다, 돈없다.... 난리도 아니었답니다..
어릴 때부터 잘한다 잘한다 똑똑하다 소리 듣고 큰 애입니다... 다들 넌 좀만 더 하면 잘 할거라고들 했죠... 실제로도 애가 머리가 나쁜 편이 아닙니다. 차라리 머리가 나빴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기대가 너무 커서인가 애가 노력을 잘 안하려고 해요. 노력했다 실패하는 거를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저랑 잘 안 통하는 부분도 있고, 무엇보다 어디서 어떻게 선을 대서 도와줘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음..오유에 이런 상담글 보면 매가 약이란 소리 자주 나오는데 그런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저희 아버지가 애를 좀 때리시는 편인데 애가... 맞아 죽으면 죽었지 죽어도 맞아서는 굽히질 않아요.. 아버지 성질 때문에 아예 아버지랑은 지금..... 서로가 투명인간이고 아버지가 사온 과자도 안 먹고 한 소파에 앉지도 않습니다... 애가 화나도 며칠 지나면 풀어지고 하는 성격이라 얕봤는데... 아버지랑 저리 된 지 일년도 넘은듯... 하... 심지어 리모콘을 집기 전에 휴지로 한 번 닦더이다... 허허...
어릴 때 나쁜 아저씨한테 좋지 않은 일도 당하고.. 어른들..(자기도 이젠 어른이지만)에 대한 불신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제 사비 털어서라도 병원에 데려 가고 싶은데 제 월급으로는 부모님 뫼시고 둘째 학비 대기도 벅차서.. 하... 그나마 막내는 부모님이 아직까지 책임지고 계십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상담으로는 안 될 것 같고....... 에휴.. 맥주 몇 캔 마시다가 울적해져서 끄적여 봅니다. 참 이쁘고(일단 제 눈에는) 착한 동생인데... 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능하다면 조언도 좀 부탁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