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중심의 세계사는 가짜다. 출처 : 경향신문 - 2003년 03월 07일 리 오리엔트 = 다시 동방으로 !!!
저자 프랑크는 유럽중심주의의 잘못된 시각을 수정 하고 세계사에 관한 사고의 틀을 완전히 재정립할 것을 요구한다. 2000년 미국사회학회로부터 ‘올해의 책’으로 선정 된 바 있는 이 책은 서구의 발전과 세계체제의 기원에 관하여 근본적인 재인식의 기회를 제공하는 혁신적이고 흥미진진한 프랑크의 역작이다. ※이 책의 제목 ‘리오리엔트’는 유럽중심주의 일변도의 잘못된 역사관을 바로잡는다는 뜻 과 동양이 세계사의 중심으로 복귀하고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지금의 세계사는 대부분 유럽 중심주의로 서술됐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서양과 백인 우월주의가 팽배한 현 세계사의 요지는 "서양의 발전한 기술과 문명이 낙후한 동양을 이끌어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세계사를 배울 때 분명 가장 먼저 보았던 것이 있다. " 오리엔트" "빛은 동양에서". 세계 문명의 근원은 동양 이었고 동양 역사의 시작이 곧 세계 역사의 시작 이었다. 군더 프랑크의 [리오리엔트]는 이러 한 "엄연한 사실"을 강조하며 유럽 중심주의에 빠져있는 역사관과 세계사를 수정 하기를 요구한다. 우선 프랑크는 유럽 중심주의에 대해 거세게 비판한다. 그에 따르면 유럽이 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0년 남짓이다. 그 이전, 그러니까 1800년 이전까지는 아시아가 세계를 주도 하고 있었다. 1800년 이전 변변한 자원도, 풍부한 자본도 없었던 유럽은 아시아의 풍부하고 질 좋은 물건들을 앞다퉈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신항로 개척은 질 좋은 아시아 상품을 보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자원과 자본이 넉넉지 못했던 유럽이 아시아의 상품을 대량으로 들 여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물론 신항로 개척과 식민 지배도 한 요인이었지만 이를 통해 아시아의 은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 유럽을 부유하게 만드는데 가장 큰 힘이 되었다. 아시아로부터 확보한 은으로 유럽은 아시아의 우수한 상품들을 마음놓고 입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원과 자본뿐만 아니라 기술 역시 1800년 이전 유럽은 아시아의 기술에 미치지 못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금속활자가 구텐베르크 보다 우리나라가 200년 앞서 있다는 사실을 보아도 프랑크의 주장은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결국 유럽이 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한 계기는 산업혁명기를 거치면서 급속도로 발전한 기술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기술 발전도 저자에 따르면 노동을 절약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야 하는 "절박한 이유" 에서 비롯한 것이다. 인구가 많은 아시아는 노동력을 감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힘 을 쏟기보다는 노동력을 더 투입하는 것이 훨씬 쉬웠고 반면 인구가 적었던 유럽은 고비용 노동력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야 했다. 과학자가 아닌 현장 기술자들이 기계 발명을 주도했다는 사실은 이를 효과적으로 증명한다. 서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유럽은 신대륙의 화폐로 아시아 열차에 오르는 승차권을 샀을 뿐이다." 유럽의 경제 성장은 유럽 스스로 달성한 것도 아니며 더욱이 유럽의 합리성-제도-온난한 기후-기업가 정신 등으로 촉발된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말한다. "유럽 중심주의"는 "반역사적이고 반과학적인"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유럽은 <아시아 경제>라고 하는 열차의 3등 칸에 달랑 표 한 장 을 끊어 올라탔다가 얼마 뒤 객차를 통째로 빌리더니 19세기에 들어서는 아시아인을 열차에서 몰아내고 주인 행세를 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아시아 중심의 세계사를 펼쳐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어디까지나 지금의 유럽 중심주의를 극 복하고 "글로벌학적(globological)" 관점을 활용, 모든 종류의 인종 중심주의나 지역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세계 역사와 경제를 아우르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모든 지역이 평등하게 교류하면서 공존하는 "다양성 속의 통일성"이라는 인류 보편적 이상을 추구하고 있다. (안드레 군더 프랑크 지음, 이희재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