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이맘때쯤
자대에 첫 전입온날
별들 앞의 병사마냥
상, 병장 사이에서 완전 얼어붙어 있던 내게
처음으로 말 걸어준 형
"너 모닝구무스메 아냐?
모른다는 말에 뒤돌아가는 형의 어깨가 왠지 무거워보여서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어.
생활관 내 책장에 처음보는 형태의 책이 있길래
봤는데 재밌더라고. 그게 형이 갖다놓은 어마금 라노벨이란건 나중에 알았어.
사실 입대전에 만화를 보긴 했지만 그냥 좀 유명한 것들만 보던 애였는데
라노벨같은건 처음보는거였어.
중간중간 삽화도 구닌의 욕망을 채우기에 좋은 그림이 많아서 보고 있는데
형이 보기엔 내가 좋아하는걸로 보였나봐.
암튼 형 덕분에 군생활 중 생활관 생활은 참 편하게 같아.
티비가 올레티비로 바뀌면서 다시보기 서비스에 애니가 있을때
형은 마치 원하던 모든 것을 다 얻은 아이마냥 행복한 표정이었지.
주변에서 이상한 사람이라고 가까이하지 말랬지만 난 싫지 않았어.
어쨌든 형이 나 데리고 애니 볼때는 나도 재밌었거든.
그때 형이 실세라는 상꺽이었으니까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지
물론 없을때 난 따로 불려나가 종종 까이긴 했지만..
그동안 형이 모아오던 어마금 라노벨을
뭐 이런 그림이 있는 책을 군대에 가져오냐며 행보관이 찢어버릴때
형은 정말 서럽게 울었나..?
형이 전역하면서 내게 준 조금 꾸겨진 어마금 삽화들
그때 나는 말로 표현을 못할 뜨거운 감동을 느꼈어
그건 마치
무림 고수가 세상을 뜨기전에 숨겨오던 비급을 후계자에게 주면서
너야말로 이 세상에 희망이다 라고 말하는 동시에
너도 이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라는 듯한 표정이었어
형은 그 찢어지고 구겨진 삽화들 중에 그마나 멀쩡한것들만 모아서 지금까지 지켜온거잖아.
그걸 건네받는 순간 그 인고의 시간을 지켜온 형의 고통이 느껴지더라고.
형의 바람대로 지금의 나는 어쨌든 덕후가 되었어.
형도 지금 열심히 덕질중이겠지.
설마 이 바닥을 떠나진 않았을거라고 믿어
근데 형 미안
그 삽화들은 잃어버렸어....
좀 비슷하지만 묘하게 다른 상황의 어떤 만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