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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완결]
게시물ID : panic_239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꿈벌
추천 : 11
조회수 : 196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01/28 02:28:28

“너야 사람이니까 그렇지, 너와 나는 이렇게 지금 대화하고 있지만 엄연히 다른 종족이야. 

너는 인간이고, 나는 너희 식으로 부르는 학명 바퀴이고.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사는 

방식이 있는 거라고.”


상당한 충격이었다. 그전부터 꽤 오래 알고 지냈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고, 오히려 나는 이 녀석을 귀찮아했지만 그래도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리고 다시 나의 지적호기심이 살아났다고나 할까? 

“할머니를 보면 손목을 잘보라구.. 친구” 바퀴는 마치 선심 쓴다는 듯이 나에게 말했다.

궁금했다. 과연 바퀴는 어떤 식으로 생존을 해왔는가? 그 맛좋은 생고기를 차지했는가?


다음날 아침 옆집 대문을 슬쩍 살펴보았다. 할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좀 더 과감하게 고개를 밀어 넣어 보았다. 이리저리 고개를 휘저어 안을 

살펴보았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아예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다시 고개를 문밖으로 뺀 순간 대문이 열리며 할머니가 나왔다.


“총각? 웬일이여?”

“아예 지난번에 이집으로 택배가 잘 못 배달되었다고 해서요. 한번 물어보려고요.”

“그런적 없어.”

할머니는 짧게 대답하고는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집을 나왔다.

“어디 가시게요?”

“병원에를 좀 가보려구.. 며칠 전에 넘어져서 팔을 좀 다쳤는데 이게 좀처럼 낫지가 않네.”


그러면서 손목을 내미는 할머니를 보면서 나의 동공이 커짐을 느꼈다.

분명 상처다. 피가 난 흔적이 있었고, 

그 피가 굳어 딱지가 진 것도 보였다. 평상시라면 그냥 넘어진, 평범한 상처였다. 

하지만 나는 깨달았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바퀴는 이런 식으로 생존을 해온 것임을.

지구역사상 가장 오래된 생물중 하나라는 바퀴는 그 미각을 음미하며 2012년인 지금도 

생존해 있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부러운 현상이었다. 





나는 곧 나만의 고기섭취계획을 세웠다. 

역시 도구가 다 마련되어 있는 알바 하는 가게가 안성맞춤이었다.

나는 좀 더 과감하게 대상을 힘없이 늙은 노인이 대상이 아닌 좀 더 젊고 맛있어 보이는 

대상을 물색했다.

첫 번째는 가게 사장이었다.

 흠. 맛면에서는 떨어질지라도 일단 눈에 보기 싫었기 때문에 선택했다. 

가게 사장은 키는 컸지만, 덩치가 호리호리 해서 마치 길거리의 바람인형 같아 보였다. 

나이는 30대 중후반이었고, 얼굴은 약간 길어 바람인형에 더욱 어울렸다. 

특유의 음흉한 웃음을 지으면 광대뼈가 도드라져 보였고, 머리는 곱슬이었는데 적당한 수준이

어서 그나마 머리가 얼굴을 커버해주는 정도 였다. 아무튼 가게에 있는 고기를 손질하는 

도축용 칼을 이용해서 사장을 찔렀다. 의외로 도축용 칼이 너무 잘 들어서 여러 번 찔렀다. 

가게는 이미 포화상태라 이야기꽃을 피운 손님들로 시끌벅적했고, 

사장의 외마디 신음정도야 나에게도 안 들렸다.

그다음은 나 말고 다른 알바 생이었다. 내가 오래전부터 다른 의미로 눈독들이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대할 줄이야. 

뭐 처음부터 이럴 생각은 아니었지만 이왕 시작한 거 알바생도 처리하기로 했다. 

열심히 서빙 하던 알바를 잠깐 불렀다. 

내가 부른 곳에 온 알바생은 눈이 커지고 온몸을 떨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곳에는 이미 내장이 밖으로 나와 있고, 피가 흔건히 바닥을 적시고 있는데 일조하는 사장이

 널브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알바생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기 전에 간단히 이번에는 목을 노렸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근데 도축은 역시 어렵다. 괜히 마장동 도축시장상인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니다. 

힘든 만큼 보상을 받는다는 것을 느꼈다. 

“여~ 나는 왜안불렀어? 완전 파티구만 파티” 바퀴는 언제 왔는지 신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나름대로 손질한 고기를 먹으면서, 분위기가 한참 무르익은 테이블에 서비스로 몇 점씩

 돌렸다. 손님들은 좋아라했고,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손님들이 하나둘 자리를 일어날 때쯤. 한 여자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런...내가 손질한 고기들을 봤나보다.













00일보 2012년 0월 0일
싸이코패스로 의심되는 한 청년. 자신이 일하는 곳의 사장과 점원 살인 후 인육 먹어.

00시 00구 00대학 옆의 번화가 한 식당에서 끔찍한 살인이 벌어졌습니다. 

피해자는 가게주인 0모씨와 점원 0모양으로 그들은 평소 함께 일하던 동료 박모군에게 

끔찍하게 살인당하고, 박모군은 피해자들의 인육을 생으로 먹었으며 가게 안의 손님들에게 

까지 나눠주는 비상식적인 일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식당손님 000씨의 외마디 

비명으로 알아차린 다른 손님들은 재빠르게 경찰에 신고하고 출동한 경찰은 그 자리에서 

현행범으로 박모군을 체포 후 현재 구속수사중인 것으로 경찰 측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또한 경찰은 그가 범행 며칠 전 자신의 옆집에서 살고 있는 한 노모를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

하여 집안에는 시체악취가 들끓고 있는 것을 추가로 밝혀냈습니다. 

시체에는 특이하게 손목부분이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고 경찰은 발표했습니다.

박모군은 조사관계자에게 자신은 전혀 잔인한 살인을 한 것이 아닌 한 종족으로써 당연한 

생존본능을 실행한 것이라며 주장하고 있고, 조사 관계자는 현재 박모군의 정신상태가 

매우 불안정하고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는 것 같다며 정신감정을 의뢰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박모군은 정신감정이 끝나는 대로 현장검증을 할 것이며 검찰은 기소예정입니다.










이곳은 정신병원이다. 참나.. 내가 정신병이라니..

도대체 잔인의 기준은 무엇인가.

“인간은 바퀴보다 못하다는 거야 뭐야? 안 그래? 바퀴는 호위호식하며 살아가고 인간은 그 

규제에 스스로 얽매여 자멸하는 꼴이라니..”

나는 바퀴에게 물었다.


“내가 인간보다 못났으면 아직까지 살아있을순 없겠지..?”

바퀴는 대답했다.


“그렇군. 결국 인간은 스스로 잔인함의 잣대로 이리저리 각종 제한과 규제를 만들어 자기 

자신을 옭아 메어 멸망할 것이다.”

나는 실제로 나의 말대로 될 것이라 생각했다.

“나도 지금까지 살아오며 그런 종족들을 많이 만나봤지. 결국에 살아있는 한 파멸의 길로 

가는 거야.. 후후후..”

“근데 내가 너보다 뛰어난 것도 한 가지 있지.. 뭔 줄 알아?”

나는 바퀴에게 물었다.


“그게 뭔....”

-찍....-

나는 바퀴를 밟아 죽여 버렸다.

“나는 아직 잔인함을 잃지 않았다는 거야..”

나는 유유히 병원복도 끝을 향해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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