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에 우리 말로 번역하면 '내적 망명'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잉느레 미그라찌온'이라고 얘기하는데요. 독일어하시는 분들은 '잉느레 미그라찌온'하면 자기 내면으로의 도피, 이주, 이런 말입니다. 내면으로 도피하는 것..
이게 어디서 나온 말이냐하면, 바이마르 공화국이 무너지고 나찌가 등장하는 과정.. 제가 한나라당을 나찌라고 하는게 아닙니다. 그냥 역사 얘기를 하는거죠. 일차대전이 끝나고 독일 제 2제국이 붕괴되고, 그리고 혁명이 일어나서 최초의 민주 정부가 섰습니다. 그게 바이마르 정부, 바이마르 공화국 정부입니다. 그때 바이마르 공화국 정부의 집권당은 사회 민주당이었죠. 이른바 베른슈타인류의 수정주의를 따르는 의회주의자들이 집권을 했습니다. 그것이 이제 사민주의 우파, 말하자면 계량주의자, 또는 수정주의자라고 불리웠던 우파 사회주의자들이 집권을 한겁니다.
그리고나서 1920년대 내내 1차대전 패전 배상금 치르고 러시아와 미국 이런데서 기계 다 뜯어가버리고 전쟁 배상금을 갚으려면 수출을 해야되는데 수출을 할 수가 없으니까 화폐 발행을 하게되고, 이렇게 해서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생깁니다. 뭐, 돈을 리어카로 싣고 가야 콜라 한병 사는 이런 사태가 생기게 되죠. 독일 마르크화, 제국 마르크화가 완전 휴지값만 못하게 되는 이런 사태가 생기게 됩니다. 실업자는 많고, 민생이 파탄난 그런 상황이 되었죠. 그리고 그 기간을 통해서 히틀러가 맥주홀 폭동을 일으키는데 이르는 수구보수 네트워크, 제국시대의 보수 네트워크가 그 기간 동안에 새롭게 전부 연결돼서 위로 올라오게 됩니다. 히틀러는 폭력으로 정권을 잡은게 아니고 선거를 통해서 1933년도에 평화적으로 집권합니다. 히틀러가 선거에서 이기고 나서 한 첫마디가, '공익은 사익에 우선한다.' 이런 말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굉장히 흥분했고, 좋아했죠. 왜냐하면 바이마르 공화국 내내 집단적 시위와 투쟁이 끊이질 않았고, 노조는 밤낮없이 파업했고.. 뭐 그랬습니다, 여하튼. 사회가 혼란스럽고 무질서하고. 그리고 '공익은 사익에 우선한다' 이러니까 그러면 각자 사익을 위해서 자기 마음대로 했던 사람들이 '이제 공익을 위해서 이제 마음대로 못하겠구나' 이렇게 생각했으니까 매우 신선한 이야기였죠. 그런데 문제는 히틀러가 말했을때 '공익은 사익에 우선한다'라고 할때 '공익'은 뭐냐? 누가 그것을 규정하느냐? 히틀러가 규정하면 그것이 공익이죠. 사익은 뭐냐? 모든 개인의 정당한 권리가 다 사익으로 취급받았습니다. 그래서 게르만족의 영광이라는 국가 목표를 위해서 개인의 자유, 권리, 인권을 모두 차압하는 전체주의 체제가 들어서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바이마르 공화국 내내 공산당, 말하자면 좌파정당이 한 일이라고는 바이마르 정부, 안 그래도 허약한 정부를 계속 공격하는 일 뿐이었습니다. 공산주의 이념을 앞세워서 사민주의 정부를 계량주의자로 몰고, 계속 비난하고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일에만 10년 내내 매달렸습니다. 사민주의 내부에는 민주주의자가 별로 없었습니다. 민주주의를 어떻게 운영하는지도 몰랐고. 매우 능력이 부족한 민주 정부가 서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그 혼란의 와중에서 제2제국 시대의 수구 네트워크가 부활하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선거를 통해서 나타난 것이 1933년도 히틀러의 집권이죠.
그리고나서 히틀러가 잡자마자 모든 민주주의 규칙을 다 무너뜨리기 시작합니다. 제일 첨에 집시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을때, 집시들을 잡아가두기 시작했을때, 사람들은 외면했습니다. 자기 문제가 아니니까. 지금 유럽에서 어떤 유력한 정치인이 동성애자에 대해서 비난하거나 통제하려는 발언을 하면 곧바로 좌우파를 막론하고 모든 정상적인 정파가 다 들고 일어나서 비난합니다. 왜 그런줄 아십니까? 히틀러의 경험 때문이죠. 그 당시에 첨에 집시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할때, 집시는 아주 작은 소수파, 인종적인 문화적인 소수파였기 때문에 누구도 그것을 자기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방관했습니다. 우리하고는 관계 없으니까. 그 다음에 이제, 공산주의자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주의자들은 공산당이 잡혀가니까 나하고는.. 나는 괜찮겠지. 그리고 각각 자기 일에 몰두합니다. '잉느레 미그라찌온' 자기가 하고 있는 작은 일에 몰두합니다. 각자 연합, 연대하는 대신. 내적인 망명을 시작한거죠. 상황이 암담해보이고 막을수도 없어보이고 무력감을 느끼니까. 자기의 내면으로 사람들이 망명해 들어가기 시작하는겁니다. 그러는 과정에 히틀러는 맨 먼저 집시들을 잡아들여서 수용소에 가두고, 그 다음에 공산당을 잡아들이고, 공산당을 다 터치하고 나서는 사회주의자들을 잡아들이고. 그때 자유주의자들은 '우린 자유주의자니까 괜찮지.'하고 있었습니다. 그 다음 순으로 자유주의자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했고, 그 다음에 개신교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로테스탄트 교회들. 가톨릭은 그때까지 '우리들은 가톨릭이니까 괜찮겠지.' 그 다음에 가톨릭한테 손길이 닥쳐왔죠.
이런 식으로 히틀러의 전체주의 사상에 복무하는 자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반대세력을 전부 다 제거하고 전체주의를 완성하게 됩니다. 이것이 사회적 연대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사건 전개였습니다. 저는 지금 우리 사회가 그때처럼 독재체제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으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양상을 비슷합니다. 참여정부는 민주화 세력이 집권했지만, 충분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자체의 역량이 부족한 점도 있었고, 대외적 여건이 몹시 나쁜 것도 있었고, IMF로 우파들이, 보수파들이 IMF로 나라 살림을 거덜내 놓은 상태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그걸 인수받아서 5년간 그럭저럭 위기를 극복했지만 후유증을 많이 남겼고. 이렇게 말하면 또 '경복궁 무너지면 대원군 탓이냐.'이렇게 얘기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10년을 집권하고 계속 IMF 타령이냐.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면 IMF 후유증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카드 신용위기가 배태되었고, 그리고 김대중 정부가 끝날 시점부터 카드 위기가 현실화되기 시작하는 이런 짐들도 있었고.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과의 전쟁, 또는 뭐 권언유착의 단절, 언론 개혁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외적인 어려움, 커뮤티케이션의 어려움을 겪은 것도 있었고. 총체적으로 보면 어쨌든, 국민들을 전부 설득하고 국민들과 잘 소통해서 서로 이해하면서 국민의 이해를 받으면서 국정을 펼쳐나가는데 실패했죠. 그런 역량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틈을 타고 지금 경제 망했다, 망국론, 민생 경제 파탄론, 이런 것들을 내세워서 한나라당의 수구 네트워크가 다 부활해서 청와대, 국회를 남기고 나머지 지방 권력이 이 모든 것들을 다 장악하게 됩니다. 재계, 언론, 지방 권력, 지식인 사회, 한나라당 여기가 광범위한 보수 연합을 이미 형성해서 강고한 우위를 구축했습니다. 그래서 이 선거전에 이렇게 밀리는 것이죠. 사방을 둘러봐도 친구가 없습니다. 사면초가, 사면한갑니다. 사면한가. 사방을 둘러봐도 한나라 노래밖에 안 들립니다. 그리고 민주 노동당을 제가 비난하려는 뜻은 없습니다만, 민주노동당이 4년 내내 한 일은, 참여정부를 신자유주의로 몰아서 돌 던진 것 밖에 없습니다. 어째 양상이 비슷하지 않습니까? 바이마르 공화국이 무너지던 때하고. 정도는 다르지만 양상은 비슷합니다. 바이마르 공화국이 독일 최초의 민주정부, 민주 공화국이었죠.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도 사실 최초의 민주 정부입니다. 이 10년 동안에, 전후 1차 대전 후 독일이 겪었던 것과 같은 민생 파탄은 아니지만 국민들이 주관적으로 굉장히 불만족스러워하는 경제 상황이 계속돼왔고. 히틀러처럼, 히틀러가 경제적 번영을 약속하고 권력을 잡았던 것처럼 747, 7%성장, 대운하 이런 것들을 공약으로 해서 이명박씨가 압도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죠. 이대로 해서 가면 한나라당이 집권하게 될 수 있죠. 그들이 무엇을 할 것이냐, 그 권력으로? 그것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개혁/진보 진영이 이렇게 서로간의 선명성 경쟁을 하거나,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린 가운데 도덕성마저 상실하는, 자기 육신의 게으른 모습을 보여준다면, 대한민국 전체가 완전히 보수 우파, 수구 세력들의 손아귀에 떨어져서 사회 전체가 보수화 돼가는, 이런 일들이 벌어질수도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죠. 너무 무거운 말씀인데, 가볍게 들어주십시오. 작은 관심이 상황을 바꿉니다. 나비의 날개짓이 태평양 건너에 태풍을 일으키는 것처럼, 여러분의 작은 관심, 작은 참여 이런 것들이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