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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그녀는...
게시물ID : humorbest_2397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추억으로부터
추천 : 112
조회수 : 3644회
댓글수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9/07/17 10:57:39
원본글 작성시간 : 2009/07/17 07:43:38
어느덧 시간은 유수와 같이 흘러 지금은 각자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이지만,

아직도 가끔 그녀가 사무치게 그리운 순간이 나의 생활 곳곳에서 숨쉬고 있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아직은 어색한, 지금은 혼자 독차지하고 있는 나의 하루하루를 언제나 함께 호흡했던 나의 반쪽.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어느 누구와, 무엇을 하며 숨쉬고 있을까.

 

내가 사랑한 그녀는...


약속시간에 15분 늦었다고 호쾌하게 쪼인트를 후려찰 수 있는 기술을 가진, 
하지만 본인의 기본 30분 지각은 이뻐지기 위한 희생이기에 언제나 당당했던 그녀.

빨아먹고 있던 사탕이 맛 없다며 꺼내어 내 입에 구겨 넣고 다 먹기를 강요하는, 자비를 베풀 줄 알던 그녀.

껌을 뱉을 때는 절대 바닥에 뱉지 않고 내가 손바닥을 입 아래에 지그시 대주어야 하는, 환경을 사랑할 줄 알던 그녀.

유원지에서 함께 들고 다니던 풍선을 내 목에 걸어놓고는 깔깔 거리며 즐겁게 사진을 찍는, 엽기를 즐길 줄 알던 그녀.

일부러 자기 끙아할 때 전화해서는 괴로워 하는 날 보며 즐거워 하는, 창의성 풍부한 취미를 즐기던 그녀.

심심하면 내게 코를 들이대며 킁킁킁킁... 여기저기 냄새를 맡으며 좋아하는, 강아지 같던 그녀.

역시 심심하면 멀쩡한 내 팔을 콱 깨물며 마구 즐거워 하는, 조금은 새디스틱한 강아지 같던 그녀.

지칠줄 모르는 상상력으로 옆에서 조잘조잘, 끊임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즐거워 하는, 아이같던 그녀.

어머니를 닮아 어쩌다 한번 먹을 걸 준비하면 배 터지도록 많이 준비해서 배 터질 때까지 먹기를 강요하는, 손이 크고 푸짐했던 그녀.

내 나이 27... 키좀 크라며 맨날 우유 마시기를 강요하고 팔다리를 죽죽 잡아 당기는, 욕심많은 어머니와 같던 롱다리의 그녀.

이외에도... 무궁무진한 일들로 나의 일상을 가득가득 풍요롭게 해주었던 나의 보물.


하지만, 무엇보다도 잊을 수 없는 것은,

어둠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내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나중에 이 눈빛이 변하면 죽을 줄 알라고 협박하던...
사랑으로 가득찬 너의 눈빛, 너의 표정, 그 시간, 우릴 감싸고 있던 공기...


당시엔 너무나 익숙해서, 심지어는 가끔 짜증내기도 했던 이런 너의 모습들이, 
그리고 티격태격 거리던 우리의 모습이,
지금은 그런 것들이... 너무나 그리워.


우리, 수많은 사람들 속에 기적같이 만나, 그리고 연인이 되어, 함께 숨쉰 2년 조금 넘은 시간.
널 만나 진정 사랑했고, 많이 웃고 많이 울고, 행복했다.


아직도 내 가슴의 구멍은 쉬이 메꿔지질 않고
메꿔지다가도 바람에 다시 찢어져서는 너덜거리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다들 그렇듯이 언젠간 괜찮아 지겠지.

그보다는 이젠,
진정 네가 행복하기를. 네가 숨쉬는 그곳의 공기가 따스하길.
반짝반짝 빛나는 너의 눈빛을 지켜주길.
안전하길. 건강하길.

                                                                               
추억이 물밀듯이 밀려와 견딜 수 없는 어느 날.
너를 사랑한 내가,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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