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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이 뭐꼬. 간첩잡는 카메라가 더 급하데이
게시물ID : humorbest_2397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피식...Ω
추천 : 61
조회수 : 2653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9/07/17 11:14:08
원본글 작성시간 : 2009/07/17 09:11:05
잠수함 증강계획 ‘잠수’탄 까닭은? 
  
  
정부, 국방개혁 2020계획 수정
북 특수전 대비 더 급하다며
항구마다 간첩잡는 카메라 설치 
미래 안보·전쟁 억제력 위한 
해·공군 첨단장비 도입은 미뤄
“전작권 환수뒤 전력공백 우려” 

2004년 7월, 미국을 비롯한 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호주) 등이 참가한 환태평양(림팩) 훈련에서 한국군의 배수량 1200t급 디젤잠수함 장보고함은 ‘유령’으로 불렸다. 장보고함은 청군과 황군으로 나눠 벌인 가상 전투에서 미국의 최신 항공모함인 존 시 스테니스와 미국의 이지스함, 그리고 일본의 구축함을 어뢰로 명중시키면서도 단 한 번도 탐지되지 않았다. 존 시 스테니스는 10만t급 핵추진 항공모함으로 당시 참여했던 미국해군 전력의 핵심이었다. 1992년 대한민국이 처음 도입한 정규전용 잠수함인 장보고함은 이 훈련에서 잠수함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잠수함은 현대전에서 가장 은밀하면서 가장 경제적인 무기로 꼽힌다. 인공위성의 촬영 능력이 땅 위에 놓인 골프공 크기의 피사체까지 잡아낸다고 해도 아직 바닷속은 10m 깊이도 들여다보지 못한다. 군사위성의 감시를 피하는 유일한 무기가 잠수함인 것이다. 보이지 않아 격침시키기 쉽지 않은 이 은밀한 무기는 덩치는 작아도 엄청난 펀치력을 가졌다. 533㎜ 구경 어뢰 한 발로 1만t급 순양함을 단박에 침몰시킨다. 잠수함은 그래서 ‘현대전의 다윗’으로 불린다. 

이런 속성 때문에 잠수함은 모든 나라가 항상 도입 우선순위에 두는 무기다. 한국군은 1992년 독일에서 209급(1200t) 장보고함을 처음 인수한 이후 지속적으로 잠수함 전력 강화에 힘써왔다. 2000년에는 214급(1800t) 잠수함을 라이선스 생산했고, 참여정부 시절 마련한 국방개혁 2020계획에서는 3500t급 잠수함을 2018년부터 자력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집어넣었다. 해군 산하 잠수함 전대도 2013년 잠수함 사령부로 승격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군이 추진해온 이런 잠수함 전력 강화계획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흔들리고 있다. 3500t급 잠수함 도입 계획이 연기된 것이다. 정부가 전시작전권 환수 등을 연기할 방침을 세우고 있고,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 2020계획을 대폭 수정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잠수함사령부 출범도 연기됐다. 국방부는 대신 북한과의 특수전 대비를 위해 항만감시체계에 예산을 돌리기로 했다. 이 때문에 군 내부에서 ‘잠수함 대신 간첩 잡는 철조망’이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보를 중시하는 우파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이명박 정부에서 잠수함 전력 증강 프로젝트가 멈춰 선 것은 예상 밖이다. 잠수함 전략은 왜 갑자기 물 건너갈 지경이 된 걸까? 





배수량 100t 돌고래급에서 시작한 한국 잠수함 

한국군이 그동안 잠수함에 들인 공은 눈물겨운 것이었다. 북한은 이미 1970년대 중국에서 로미오급(1400t급) 잠수함을 도입했지만 당시 한국군은 잠수함을 들여올 예산조차 없었다. 1983년에 이르러서야 한국은 독일이 2차 세계대전 때 개발했던 202급(100t급) 잠수함을 개량한 배수량 130t짜리 돌고래급 잠수함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 잠수함은 배수량이 적어 정규전에는 쓸 수 없고 기뢰 제거 같은 특수전용으로만 운용됐다. 

한국군은 1987년 본격적인 잠수함 도입 계획 ‘장보고1(KSS-1) 계획’을 세웠다. 1987년 독일의 하데베(HDW)조선소와 209급 잠수함 건조 계약을 체결했고 1992년 한국군 최초의 본격 잠수함이라고 할 수 있는 장보고함을 획득했다. 독일 설계와 부품을 바탕으로 대우중공업에서 209급 잠수함 8대를 제작해 모두 9대를 실전에 배치했다. 

이 209급을 운용하면서 노하우를 익혀나간 한국군은 2000년 한 단계 높은 214급을 도입하는 장보고2(KSS-2) 계획을 수립했다. 그 결과 2006년 첫 214급 모델인 손원일함이 선보였다. 214급은 올해까지 2대가 추가 생산되며 2018년까지 모두 9대가 양산될 예정이다. 

그다음 한국군이 세운 목표가 중형 3500t급 잠수함을 보유하는 장보고3(KSS-3) 계획이다. 2018년까지 3500t급을 독자 기술로 설계해 3대를 제작할 계획이다. 참여정부는 이를 위해 예산 2조6천억원을 배정했다. 


왜 3500t인가? 

현재 3000t급 잠수함을 운용하는 국가는 호주와 일본 정도다. 중국도 2500t급 이상의 디젤잠수함을 운용하고 있지만 중국 잠수함의 주력은 4500t급 이상인 원자력잠수함(원잠)이다. 따라서 한국의 장보고3에 비교될 수 있는 현역 잠수함은 호주의 콜린스급(3000t급)과 일본의 오야시오급(2700t)이다. 일본이나 호주는 모두 연안 해군이 아니라 미국의 동의아래 동북아와 남태평양에서 미국과 함께 전략적 군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대양 해군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일본은 오야시오급을 대체할 2900t급 차세대 잠수함을 계획중이다. 

이들 국가는 왜 3000t급 잠수함을 운용할까? 군사전문가들은 3000t급은 원잠 바로 전 단계의 잠수함으로 3000t급 잠수함을 운용하면 바로 원잠 운영의 노하우를 획득할 수 있다고 한다. 1800t급이 연료전지를 이용해 보름 정도 잠항이 가능한 반면 3000t급은 연료전지를 더 많이 실을 수 있어 30일 이상 잠항이 가능하다. 무제한 잠항이 가능하지만 승무원의 건강을 위해 한 달 정도만 잠항하는 원자력잠수함과 비슷한 잠항 능력이다. 또 3000t급이면 수직발사관(VSL) 장착이 가능해 장거리 지상 타격 능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차세대 잠수함에는 이지스함처럼 함대지 미사일 현무2(사거리 300㎞) 장착이 가능하다. 기존 한국 잠수함은 533㎜ 어뢰 발사만이 가능했다. 곧 장보고3 프로젝트가 추진하는 3000t급 잠수함을 갖추면 적국에 대한 선제 타격력과 전쟁 억제력을 갖추게 된다. 


차세대 잠수함 원자력잠수함이었나? 

이런 3500t급 잠수함의 군사적 의미 때문에 2006년 방위사업청이 SSX 프로젝트를 밝혔을 때 잠수함의 추진 방식이 원잠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비핵화선언을 한 한국에서 원잠 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뭘까. 해군 출신 잠수함 전문가들은 “진정한 잠수함은 원잠밖에 없다”고 말한다. 

디젤잠수함은 디젤엔진으로 구동되는게 아니라 디젤엔진으로 충전시킨 축전지로 구동된다. 그러나 이 축전지는 최고 속력인 20노트로 잠항하면 하루면 바닥난다. 이를 다시 충전시키려면 적의 눈을 피해 공기흡입구를 수면으로 올려 디젤엔진을 돌리는 스노클 방식으로 충전을 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 대잠항공기는 잠수함에서 올라오는 안테나마저 잡아내는 정밀 레이더를 가지고 있어 이 방법은 적에게 노출되기 쉽다. 이를 피하기 위해 공기가 불필요한 연료전지(AIP) 시스템이 개발됐지만 수소를 안정적으로 저장하는 방법 등 개선 여지가 많다. 

반면 원잠은 원자력으로 터빈을 돌려 구동하기 때문에 따로 충전할 필요가 없다. 또한 디젤잠수함의 경우 20노트 속도로 잠항하면 축전지가 하루면 바닥나지만 원잠은 잠항 기간 내내 30노트 속도로 달릴 수 있다.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전쟁이 났을 때 가장 먼저 포클랜드 군도에 도착해 전장 상황을 알린 것은 영국의 공격형 원잠 스파르탄이었다. 스파르탄은 10일 만에 포클랜드 해역에 도착했다. 반면 비슷하게 출발한 디젤잠수함 오닉스는 5주가 걸렸고 이미 전쟁은 막바지였다. 원잠은 또한 안전지대로 빨리 이동할 수 있어 공격 이후 적의 구축함과 대잠항공기가 오기 전인 1시간 이내에 도피가 가능하다. 잠수함의 타격력과 은밀성을 위해서는 원잠이 최선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원잠 도입은 핵연료 구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원잠 논의가 과연 진행됐을까라는 관측이 많았다. 한-미 원자력협정으로 핵연료의 독자 확보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어 한국이 고농축 우라늄을 원료로 구동되는 원잠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 안보 책임자였던 한 정치인은 “원잠 도입 계획은 말도 안 되며 검토된 바도 없다”고 말했다. 


차세대 잠수함 대신 간첩 잡는 카메라나 달라고? 

이렇게 논의되어 오던 차세대 중형 잠수함 계획은 이명박 정부 이후 2년 연기됐다. 국방부가 대신 해군에 제시한 것은 적 잠수함에 대비한 항만 감시 체계 강화였다.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항만감시체계란 주요 항구에 적외선 카메라 음향센서 등을 설치해 항만으로 침투하는 적 잠수함과 수중 침투자의 공격을 방어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국방부는 지난 5월 참여정부의 국방개혁 2020이 중복 투자가 많아 예산 낭비 요소가 있다며 총 621조원으로 책정한 원안 대신 22조원을 줄이는 599조원으로 편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감축 대상에 차세대 잠수함이 포함된 것이다. 

국방부의 잠수함 도입 계획 변경은 국가 미래 안보에 대한 고려보다는 북한의 후방 침투와 같은 특수전 대비가 더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첨단 울타리라고 볼 수 있는데, 그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잠수함 계획이 갑자기 이 계획으로 바뀌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말들이 많다. 한 군사 전문가는 “대북한뿐만이 아니라 중국·일본 등과의 안보 분쟁 억제력 차원에서 고려됐던 차세대 중형 잠수함이 북한 간첩선을 잡기 위한 적외선 카메라 따위로 바뀌는 것은 코미디”라고 정부의 계획 변경에 아쉬워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육군은 북한의 재래무기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전력 차질 없이 예산이 편성됐지만 전작권 환수 이후 가장 공백이 우려되는 해공군의 전력 향상을 순연시키는 것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국방개혁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특히 북한의 잠수함 수가 우리보다 6~7배나 많고 중국과 일본이 대양 해군을 꿈꾸며 잠수함 전력을 강화하는 현실에서 잠수함 전력 증강이 연기되는 것은 안보 면에서 큰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이에 대해 “3500t급 잠수함 도입은 2년 순연된 것일 뿐 도입 자체가 취소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권은중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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