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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황혼에 지는 긴 여로 돌이켜 보면
자네를 보존한 정신적 특질이 여태껏 숨 쉬는 까닭이기에
늙고 괴로우나 멈출 수 없는 이 심장의 박동 따라
남들 다 괜찮을 거라던 세월은 되려 독으로 병으로 쌓여만 갔소
내 몫의 수명 떼어주지 못해 한이 된 인연이시여
그리움에 나약한 천성이 이토록 아린 탓은
백발 되가 수많은 밤 지새고도 는 것은 눈물이라
그만치 반짝이는 이별엔 아직 어리숙하기 때문인 겐지요?
비록 앳되디 여린 감성은 전부 지난날에 묻은 거처럼 담담해 보인대도
사랑 하나 되뇌는 것만큼은 막 피어난 꽃과 다를 바 없으니
꿈속을 걷는 듯 초점 없는 눈동자로 항상 먼 하늘 지키며 자네를 그리워했소
시대가 노망에 빗대 주책없다고 쓴소리 허지만
늘그막 안갯속에서 더 간절히 지표로 삼은 건
임자와 정조를 맺고 짝을 이뤘던 기억, 그 큰 기쁨 뿐이오
운명을 초월한 삶의 크기를 본 것이고
과분하게도 턱없이 행복한 시절이었으니
다 갚지 못해 남은 생 나는 것으로 생각하리다
그래도 그도 곧 막을 내려 먼 길 떠날 때가 됐는가
언제부턴지 무상한 바람도 외로운 자의 위로가 되리니
쓰라렸던 추억조차 불어오면은 왜인지 아픔이 씻겨지는 거 같구려
다음에 그 바람 그 느낌 그대로 또 오면
모두 다 감기는 억새처럼 제자리서 고개 숙일 터이니
마지막 소원 하나 먼 곳까지 나르기를 나지막이 속삭여 보겠소
가는 길이 당신과 닿기 바랄 뿐이라고요
출처 | 김광석 60대 노부부 이야기에 감명 받고 쓴 것인데 좀 더 인생 다 산 느낌으로 적고 싶었지만 연륜이란 게 역시 쓴다고 되는 게 아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