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승섭 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야권후보단일화의 향배를 결정할 호남에서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고,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친노(친노무현)참모그룹이 퇴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당 안팎에서는 인적쇄신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해찬-박지원 사퇴론이 재점화 된 상황이지만 호남에서 박 원내대표의 역할이 있는 만큼, 사퇴론에 응할 수도 그렇다고 인적쇄신 요구를 마냥 덮어놓고 모른 채 할 수도 없는 처지에 놓였다.
문 후보는 자신이 열겠다고 한 다섯 개의 문(과제) 가운데 하나인 새로운 정치의 문을 열기 위해 새 정치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위원장은 공석인데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국회의원 정수 축소 등을 화두로 던지면서 정치쇄신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는 모양새다.
문 후보는 현실성과 거리감이 있다며 안 후보의 혁신안을 반박하고 있지만 안 후보 측의 '기득권'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문 후보의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는 안 후보와 양분하고 있는 호남민심을 어떻게 하면 자신에게로 돌릴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문 후보는 출마를 결심했을 때부터 가장 공을 들여온 것이 '탈(脫)노무현'이었고 선대위를 꾸리면서도 호남민심을 의식해 이낙연 의원(담양군 함평군 영광군 장성군)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앉히고 또 선대위 산하 민주캠프와 특보단 등에 과거 국민의정부 출신과 DJ맨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그러나 추석직후 실시된 호남 표심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와의 야권후보단일화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 차이로 추격했다가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벌어진 상황이다.
지난 21일~22일 리얼미터가 호남지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단일후보 적합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2.5%포인트)에서 문 후보는 23.8%의 지지율을 얻어 62.4%를 얻은 안 후보에 38.6%포인트 뒤졌다.
앞서 리서치뷰가 지난 18, 19일 실시한 여론조사(휴대전화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문 후보는 35.2%, 안 후보는 60.2%였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문 후보가 호남에 내려가 열린우리당 창당에 대해 사과하는 등 호남민심을 다독였지만 여전히 서운함이 가시지 않은 점, 문 후보 말고도 이명박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대안 후보가 있다는 점 등으로 호남에서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당내에서 재점화 된 이해찬-박지원 퇴진론도 문 후보의 고민을 깊어지게 하고 있는 요인이다.
박 원내대표의 사퇴가 현실화될 경우 호남에서의 표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친노가 주류로 득세하는 민주당에서 호남출신으로 DJ맨인 박 원내대표가 지도부에 입성해 활동하고 있는 사실상 유일한 케이스라고 호남인들이 여기고 있다는 게 문 후보 선대위 고위관계자들의 판단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26일 "이해찬-박지원 사퇴를 주장하는 이들은 실상 문 후보가 정권을 잡았을 때 당의 요직을 차지하려는 차원에서 쇄신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지금은 문 후보 당선이 우선이다. 지도부 인적쇄신 확률은 제로 퍼센트다"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는 이미지가 아닌 철저한 표계산으로 이뤄진다. 박 원내대표를 퇴진시키고 광주에 가서 매 맞을 일 있느냐"며 "만약 퇴진시킨다면 새누리당이나 안 후보 쪽에서 '그것 봐라 친노가 득세하고 다른 계파는 다 쳐낸다'는 말이 나올 것이다. 친노 참모그룹은 그들이 표와 직결되는 인사들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후보단일화의 향배는 물론 대선승리를 위해 꼭 얻어야할 호남민심인 만큼, 문 후보가 28일 텃밭에 내려가 민심을 돌리기 위한 공약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문 후보 선대위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광주의 경우 시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광주를 문화예술의 도시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며 "이에 문 후보는 광주를 문화예술로 설계하기 위한 구상과 예산을 뒷받침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또 "전북에 가서는 참여정부 때 추진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지지부진해진 새만금, 식품클러스터, 탄소산업과 같은 공약들을 새만금개발청과 특별회계 설치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지금 호남의 민심은 확실하게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사람, 호남을 확실하게 배려해줄 사람을 뽑겠다는 것"이라며 "이번에 호남에 내려가 민심을 문 후보에게 돌린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야권후보단일화 주도권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문 후보는 당초 야권후보단일화를 위한 '아름다운 경쟁'을 강조하며 비판을 자제해 왔지만 후보등록일(11월 25일, 26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마음이 다급해진 상황이다.
특히 안 후보가 출마선언을 한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단일화 논의에 뛰어들고 단일후보로 새누리당과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측했지만 최근 들어 안 후보가 완주 의지를 내비치면서 전략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문 후보 측은 그동안 '개인 안철수'를 상정하고 단일화 논의를 꺼내왔지만 이제는 안철수 후보를 포함한 중도 무당파층인 '안철수 세력'을 단일화 대상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문 후보는 25일 대구·경북 선대위 발대식에 참석, "단일화를 넘어서 세력 통합을 이루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해 지금까지 주장해온 '민주당 입당론'과는 다른 자세를 보였다.
정치혁신을 주도해 나가는 것도 힘에 부치는 형국이다.
지난 21일 새 정치위원회를 출범시키고, 22일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의석 배분조정 등 정치쇄신안을 내놓았지만 안 후보가 다음날 △국회의원 정수축소 △정당에 지원되는 국고보조금 축소 △중앙당 축소 또는 폐지 등을 밝혔다. 그러자 정치권의 화두와 갑론을박은 안 후보 쇄신안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문 후보 선대위에서는 정치권의 반발을 '기득권의 반발은 예상했던 것'이라고 대응하는 안 후보측과 계속 대립하다가 자칫 기득권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결국 문 후보로서는 호남 지지율, 정치 혁신 등 이슈 선점, 친노 프레임 및 당내 혁신 등의 과제를 돌파할 묘수를 찾아야 하는데 이마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이에 문 후보는 새로운 정치위원회 위원장 영입을 가능한 빨리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위원장이 계속 공석으로 남아있을 경우 위원회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없는데다 적어도 새누리당의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 급의 인사를 영입하는 것이 안 후보와의 정치혁신 주도권 경쟁을 하기에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또 최근 호남지역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문 후보와 호남간 스킨십 부족이 지적된 만큼 문 후보가 호남지역을 자주 찾는 것을 비롯해 수도권 지역 호남향우회 관리에도 더욱 힘을 기울기로 했다.
국민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행보를 보인다면 10월 말 이후 지지율이 요동칠 것이라는 문 후보 캠프의 낙관론만으로 현 상황을 돌파하기가 녹록치 않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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