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제가 하루나 이틀 꼴로 소설을 올리는데, 제가 남달리 소설을 빨리 쓴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저는 모든 여가 시간을 작문에 쓴다는 것을 밝힙니다.
플롯. Plot. 구성을 말합니다. 쓰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른데, 저는 누가 주인공이고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느낌이 어떻고 그때 장면은 어떻고 그런 것들을 써놓습니다.
이건 제 단편소설 파수꾼(http://todayhumor.com/?pony_20447)이라는 소설의 플롯입니다. 소설을 쓰는 도중에 표현 하나를 끝내면 해당되는 플롯의 문장을 지우는 버릇 때문에 성한 플롯이 이것 말고는 없네요.
대개 첫 구상은 며칠 전부터 합니다. 다른 단편소설 전설 같은 경우는 몇 개월 전부터 구상한 것이지만 이게 특수한 것이고, 대개 길면 일주일에서 짧으면 하루이틀 전부터 시작해 마칩니다. 평소에 머릿속으로 이렇게 전개할까? 하는 것을 몇 시간 동안 작성합니다. 플롯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게끔 공책에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편의상 그냥 한글에다 씁니다.
열심히 생각하여 플롯을 짜고 삭제하고 추가하고 보완하고 덜어내며 완성한 다음에 소설을 씁니다. 뼈대를 미리 구해놓고 살을 붙이죠. 묘사나 대화 등 여러 문장들이 추가됩니다. 이미 정해져 있으니 그것을 구체화하는 것은 그렇게 시간이 오래 들지 않습니다. 장편에서, 제가 통상적으로 연재하는 사천 자에서 육천 자의 소설은 약 두세 시간이면 완성됩니다. 양이 두 배 세 배 되는 단편소설의 경우는 시간도 두 배 세 배가 되겠죠.
플롯이 있으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 우선 글이 산으로 가는 일이 없습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고 두서 없이 쓰고 싶은 것들이 늘어져 있으면 소설이 산으로 갑니다. 그것들을 딱 정해놓으면 그럴 일이 없습니다. 해야 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어 수행함에 지장이 없지요. 제가 자신을 가지는 것으로 글 장악력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죽 일관되니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뒤가 계획되어 있으니 앞에서 한 표현이 뒤와 들어맞지 않는 일이 드물고 상황의 반전 역시 뜬금없지 않고 개연성이 있습니다. 특히나 장편을 쓸 때에 플롯은 더욱 필요합니다. 저는 좋은 장편소설은 치밀한 계획에서 생긴다고 생각하는 작자인데,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처음에 누구를 죽였는데 나중에 살리고 싶다? 그래서 살린다? 이러면 큰일이 날 수가 있습니다.
소설은 자체로 하나의 생명이고 문장과 문장, 문단과 문단의 상관관계는 손가락과 손과 손목과 팔과 어깨의 관계와 같습니다. 죽었다면 그 후로 그 인물이 죽었다는 바탕을 깔고 여러 표현이 나왔을 테고 우울해진다거나 원수여서 기뻐한다거나 하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고 등 글의 흐름이 정해지는데 나중에 가서 이것을 억지로 바꾸면 어색해집니다. 전에 쓴 표현이 묵살되고 서로 맞지 않게 될 수도 있죠.
장악 말고는 별다른 장점은 없습니다. 사실 쓰는 시간이야 얼마나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고 상상력 창의력 어휘력 문장력 등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잘 쓴다고 빨리 쓰는 것이 아니고 못쓴다고 느리게 쓰는 것이 아니니 큰 상관은 없습니다. 다만, 멍하니 있다가 부랴부랴 쓰기 시작하는 것보다야 미리 생각해놓고 풀어두었다가 쓰는 것이 더 적은 시간이 들겠죠.
사실 플롯을 써서 생기는 단점도 있습니다.
우선 글이 길어집니다. 제가 플롯을 꽤 세세한 표현까지 써서 그런 것도 있지만 문장이 길어져 양이 많아집니다. 저는 예전에 길게 쓰지 못해 엽편만 쓰던 때가 있었는데, 플롯을 짜고부터는 엽편을 쓸 수가 없네요. 플롯을 생략하고 바로 써도(http://todayhumor.com/?pony_23345) 사천 자가 되고야 맙니다. 꽁트로는 불합격이죠. 물론 이건 정말로 사소한 거예요.
가장 큰 단점은 즉흥적인 매력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재미가 줄어들죠. 계획하는 것이니 예상하기 쉬워집니다. 장편 같은 경우야 무수한 인물과 사건으로 그런 것을 가릴 수 있겠습니다만 단편소설은 그러기 힘들죠. 뻔히 아는 소설 만큼 지루한 것도 몇 없는데 말입니다.
제가 글에 유머를 섞는 것을 싫어하는 탓도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제가 계획한 소설들은 웃음이 없습니다. 위트니 뭐니 하는 것들은 다 죽었어요. 많은 분들이 웃어 즐거워하셔서 놀란 소설(http://todayhumor.com/?pony_23521) 있는데 저는 억지로 우스꽝스럽게 포장하려 애쓰면서 조금도 웃지 않았습니다. 해석본이라도 올려야하는지 원. 어쨌든 이것 역시 세세한 것까지 계획한 것이라 딱딱하고 차갑습니다. 어 그래. 소설에 감성적인 맛이 없어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성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습니다. 감정마저 만들어내게 됩니다. 생각하는 감성? 글쎄요.
두서가 없네요. 이 글을 쓸 때 플롯을 정해놓고 써야 했는데...
요약
1. 플롯이란 글의 설계도입니다.
2. 플롯은 자연스럽고 밀밀한 전개를 돕습니다.
3. 주제와 분위기가 따뜻하고 감성적일 경우, 간략한 줄거리만 쓰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