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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든 몇 가지 생각
게시물ID : baby_24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수없다,
추천 : 6
조회수 : 74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8/01 21:43:05
 
 
 
 
 
 
 
 
  1.
  어제는 아기 2차 예방접종을 한 날이었다. 주사 세 대, 먹는 약 하나. 주사를 놓을 동안만 불타는 불량감자 얼굴이 되어 울음을 터트렸고, 먹는 약을 먹을 때는 '이것은 무엇인가?'하는 사뭇 진지하게 파악하는 듯이 인상만 썼을 뿐 아프거나 열이 나는 일도 없이 잘 지내고 있어줘서 고마운 우리 똥똥이.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한 내게 고기는 신의 선물이나 마찬가지. 서방과 함께 고기를 먹으러 가서 두 번째 판을 갈았을 때. 드디어 터진 똥똥이의 울음. 아이를 안고 달래고 유축한 맘마를 먹여도 그치지 않는 울음. 벌써 고기는 혼자 다 드신 서방. 나도 고기가 고픈데. 주문했던 갈비찜은 먹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젖을 물리니 그제야 울음을 그치고 잠든 아이.
 
  배부르고 마음 편하니 좋지? 엄마도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네 세상과 엄마의 세상은 서로 다르니 엄마는 네가 아픈 주사도 잘 맞고 잘 먹고 잘 자서 정말 고맙단다.
 
  엄마 세상의 아빠는 아오, 완전 빡쳐!!!
  어떻게 그 큰 고깃덩어리를 한 점 먹여주지도 않고 자기 혼자 홀랑 다 먹을 수가 있느냐고!!!! 아오!!!
  아, 진짜 애기가 제대로 못 크면 다 서방 탓이다!!!!
 
 
 
 
 
  2.
  예방 접종 후에는 아이가 하루 이틀 정도 기운이 빠져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어제도 먹고 자기만 하고 보채지도 않았던 우리 똥똥이. 오늘도 잠깐만 놀고 종일 먹고 자고 싸고만 반복하고 있다.
  어른이 보기에는 놀랍도록 단순한 생활일지 몰라도 아이에게는 이 세상의 모든 것들과 교감하고 소통하기 위해 온 신경다발을 길게 길게 외부로 뻗고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힘든 여행을 쉼없이 계속하는 중일 게다. 아기에게는 부모가 모르는 험난한 시련을 겪는 중일 수도 있을 테고.
  잠을 자다 가끔씩, 혹은 자주 으아앙~하는 소리와 함께 무서운 듯 잠꼬대하는 아기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어떤 꿈을 꾸고 있을지가 궁금해진다. 아기들은 끊임없이 추락하는 공포를 자주 느끼고 떨어지는 꿈을 잘 꾼다고 하는데 제왕절개로 태어난 우리 똥똥이는 허공에 붕 뜨는 꿈을 꿀까?
  다만 꿈동산에서 나쁜 일진들을 만나 갈굼 당하고 모유셔틀 당하지만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제 내가 고기 몇 점밖에 못 먹었다고 했던 말이 걸려서일까. 서방이 소고기를 2Kg이나 사서 보냈다. 아이 잘 키우라는 의미겠지. 고기, 없어서 못 먹지 버리지는 않는다. 며칠이 걸리든 두고두고 다 먹어줘야지.
  지금은 일 때문에 떨어져 지내고 있는데 아침에 수유를 하다 심각하게 어지럼증을 느껴 헤맸더니 서방도 놀란 듯하다. 아기보다 내 건강부터 생각해주는 서방이 고맙지만 왜 같이 있을 때는 내가 보는 아기가 둘로 늘어나는지 모르겠다. 정말 힘들다. 차라리 말이라도 못하는 아기라면 훨씬 나을 텐데. 아오!!!
 
 
 
 
 
  3.
  이제 아기를 키운 지 61일째.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 봤다. 아기가 나를 힘들게 한 날들은 하필이면 내가 무척이나 피곤하거나 아픈 날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내가 아프고 피곤하기 때문에 아기 돌보기가 더 힘들었다는 말이리라. 내가 피곤하고 힘들면 아무래도 아기에게 한 번이라도 덜 웃어주고 덜 안아줬을 테다. 아이는 세상의 논리와 상대의 입장 같은 것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니 아이에게 오늘만 얌전히 있어 달라 해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아이는 자신의 요구가 충족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신호를 보내고, 지리하게 들어줘봤자 아이의 요구사항은 그때 마다 달라지기에 어른인 엄마가 느끼기에는 꽤나 피곤하고 힘들게 한다고 느끼게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힘들고 아프거나 짜증날 때, 아이의 요구가 귀찮아 피하고 싶을 때마다 생각하기로 했다. 아이가 힘들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힘든 것이고 아이는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기 전까지는 계속 보챌 테니 덜 힘들기 위해서라도 빨리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자,라고.
 
  아이에게 엄마는 신적인 존재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물론 엄마만이 아니라 주양육자를 대명사로 일컫는 말일 뿐이다.
 
  아이는 코마상태에서 깨어난 상태라 생각하고 불안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가에게 끊임없이 엄마가 새로운 자극과 함께 함께 있다는 안도감, 자신이 부족하고 필요한 것이 있을 때 스스로 해결할 수 없으니 요청하게 되고 그 요청을 들어줄 때 아이는 비로소 안심하게 된다.
  엄마가 자신이 귀찮다는 이유로 아이의 요구를 묵살하게 되면 아이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고통과 함께 비관적 체념을 습득할 소지가 크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사물과 피아의 구분이 안 되는 영아기에는 더더욱 엄마의 역할에 따라 아이의 성격과 인성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구분하고 판단할 줄 알 때에는 나름의 거름망을 통해 고통이나 충격을 완화하겠지만 스폰지처럼 있는 그대로를 무조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영아기에는 더 신경을 쓰고 아이의 욕구를 조금이라도 빨리 충족시켜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그렇게 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물론 못할 경우도 있고, 처음에는 자책도 많이 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자책하고 자괴감에 빠질 경우 내 기분이 안 좋고, 내 기분이 안 좋으면 아이가 조금은 밉기도 하고, 그런 나 자신을 보면서 또 아무 잘못 없는 애기를 잠시나마 미워했다는 게 미안해 또 자책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엄마도 사람이다. 사람이라 완벽하려 노력해야 하지만 완벽할 수 없으므로 자신의 모자름을 받아들이고 '그럴 수도 있다'라 생각하면 조금 더 힘이 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 하게 되니 나름 잘 선택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영아기의 아이에게 엄마는 세상이자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생명의 근원이자 만물의 근원이고 이 세상일 테고 아이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키우려면 엄마들이 행복하고 건강해야 한다. 내가 행복하지 않고 건강하지 않으면 아이를 대할 때도 웃음이 줄어들고, 아이를 잘 돌보고 싶어도 몸이 힘들면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영아인 아이가 영아시기에 무제한적으로 받아들이는 지금의 감각, 감정, 느낌 등등은 미술에서 스크레치 기법처럼 기저에 남아 살아가는 동안 그 모습을 불쑥불쑥 드러내리라 생각한다. 아이가 자라면서 더 안정적이고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 사랑받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만큼 내가 힘들더라도 2년만 내 생활은 생각하지 않고 아이 키우는 데에만 신경 쓰기로 했다.
 
  사람에게는 대나무 마디처럼 시기라는 게 있어서 그 시기가 아니면 다시 하고 싶어도 못할 시기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아기를 낳고 영아기를 거치는 시간이 여자가 아닌 엄마로서만 온전히 살 수 있고 살아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초등학교를 다시 다니고 싶어도 못 다니듯이 아이를 다시 키우면 더 잘 키울 수 있을 듯하고,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고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사실 무용지물이다. 그렇게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때는 또 그때의 사정이라는 게 생길 수밖에 없을 테니까. 지금이라는, 순식간에 지나가서 과거가 되어버리고 미래는 항상 저 앞에서만 머무는 듯이 보이나 바로 지금이 되어버리는 이런 시간의 장난에 속지 말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에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고, 하다가 못할 때는 자책하지 않고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아이와 함께 어른으로 부모로 더 성숙해지는 시간을 걸어갈 수 있기를 나 자신에게 바라고 있다.
 
 
  소고기,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소고기가 내일 온단다. 아이를 재워놓고 소고기 오면 구워먹을 준비를 완벽히 해놓고 있었는데.
  배고파서 잠도 안 오고 소고기가 머리 위에 떠다닐 듯해서 나도 아이와 함께 우유나 한 사발 드링킹하고 남은 시간을 잘 보내야겠다.
  소고기, 소고기, 내가 고기를 못 먹은 게 도대체 몇 주가 된 게야. 아, 고기. 내 고기. 내 사랑스러운 고기...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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