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장미

나 고백하니

미의 종착에 핀 그 꽃

지금 발견하기까지

너무도 짧은 시간이 흘렀다

평생을 써 일 초만 볼 수 있다 하더라도

너를 안 것은 후회 없는 선택이었으리

믿기지 않는 기적,

함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이 과분한 나날을

어떻게 갚아야 하는가?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받쳐도

그대로부터 느낀 감정 그 감격과 비교하면

어떤 수식어로든 모자라기 끝이 없소

그저 할 수 있는 것이란

순한 열정, 지극한 사랑으로

오직 하나 뿐인 심장에

타오르는 불꽃을 맹세하는 거라오

태워버릴 만큼 너무 가깝지 않게

그대를 호위하는 온기의 중심이 돼

숨 쉬듯 자연스럽게

숨 멎는 그 날까지

당신을 위해 현명함을 추구하고

깨어 있는 삶을 살아가리다

나의 아름다운 군주여

개기식 붉게 오른 달 따라 홍조된 얼굴,

여러 겹 오로라로 속살 감춘 자태 비치누나

내가 아는 장미여

그네 꽃잎은

애욕의 손길 쳐내고 꺾은

지조 있는 갑주로다

빛깔도 참 정열적인지라

안 꺾이려 피 칠갑한 투사의 기백이

흐르는 곡선에 고이 스민 덕이지

마치 소녀 잔 다르크처럼

가련에 핀 용맹을 보는 듯하오

여인과 남성상의 황금비 조화로움에

반듯이 곧게 자란 꽃이시여

고운 윤곽이 더 도드라지는 밤의 저편

영롱한 수신호는 외계서 온 순애보 쯤이련가

초신성이 발한 수억 분광도 사그라져

네 꽃잎 하나의 결마다 담기네

별빛 받은 거기 잎사귀

남몰래 맺힌 이슬의 반짝임은

운명 혹 우연이라 할 거 없이

빛났다 사라지는 미소거니

신들마저 고혹적인 찰나에 매료돼

불멸의 덧없음 깨달을 터

감히 영생을 누린다 하여도

한 꽃만 바라기 택할 것이네

생로병사 번민 따위 신경 쓸 겨를 없는

너 자리한 곳 어디든 낙원이요

그 뜨락에 방목된 나 여린 풀잎이니

스쳐 간 바람에 필요한 모든 걸 건지노라

내가 아는 장미여

그대서 온 시상에 홀리노면

세련된 미를 품은 가시의 아우라가 찔려

영혼 깊은 곳까지 관통상 입지요

마음의 무방비 된 구멍으로 대홍수 같은 사랑이 요동치고

과분한 그 상처에 여태껏 깨닫지 못한 애락이 고인지라

내 몫의 수명 앞당겨 당장 사별의 고통이 뒤따라도

그 아픔은 분명 너를 더 위하지 못해 생기는 것

피가 은하수를 붉게 메운다 하여도 지나침 없으리란 것

그게 내 사랑의 색깔이라면 삼라만상도 하나가 되리란 것

천사, 악마 그리고 궁극의 관념적 존재조차

형이상학으로 탐하는 절대 미화(美花)인 고로

그대가 핀 기억을 어떻게 지우리

달의 이면 속 어둠과 끓는 성애가 조화 이뤘던 순간

육체로 기대 묘하디 습한 향 남긴 너의 숨결을 잊지 못하오

미끈한 넝쿨로 휘감겨 달콤한 감각에 젖은 오, 거룩한 밤이여!

황홀경 이른 심장의 수축과 팽창이

가시적 너머로 사라지는 별의 율동과 일치하고

명상으로 닿은 그대에 안겨 삶의 기쁨을 노래했다

황도십이궁이 비명 지르는 황혼의 문턱까지

나의 손 잡고 데려다 주는 은총과 하나 돼

부질없는 존엄은 사랑과 맞바꾸고

젊은 내 목숨 너를 보아 한 번 죽은 것이로다

나날이 교묘해지는 무질서한 세상 속에서도

한 송이로 비롯된 마법 같은 인력, 무효로 할 것 없기에

한 치의 배신 없는 순백 결속 맹세하고말고

내가 아는 장미여!

달리 형용할 수 없는 그 이름,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속성 또한 청아하기 그지없는 아가씨

음습한 땅 아래 수정 같은 습기 한 방울 찾아 적시는

긍정의 돌기, 뿌리 끄트머리마저 자랑스럽군요

사랑에 관한 나의 역사가

사랑에 대한 모든 사고가

불사르기에 더없이 연약한 한 송이의 일부인지라

기꺼이 꽃 발치에 순종하는 삶을 배우노라

언제나 나의 전부였던 숭고한 장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