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9.10~11) 참석차 핀란드를 방문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9일 퇴임을 앞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대화 제의를 거부했다는 외신보도가 나와, 청와대가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등 한때 소동이 빚어졌다. 이번 해프닝은 한 외신 기자의 질문이 발단이 됐다. 이날 오후 한-EU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질문기회를 얻은 핀란드 기자가 “고이즈미 총리는 자신은 한.중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는데, 문제는 한.중에 있다고 말해왔다. 그래서 예를 들면 가까운 장래에 고이즈미 총리와 만날 의향이 있느냐”고 물은 것.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 말은 미처 듣지 못했고, 그런 제안을 해온 바 없다”며 “아마 조만간 일본에서 새 총리가 선출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질문내용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드리기가 어렵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AP통신은 핀란드 기자의 질문을 ‘이번 ASEM 기간에 고이즈미를 만날 계획이 있느냐’ 것으로 해석해 “노 대통령이 ’고이즈미 총리가 이달말 퇴임하기 때문에, 그와 만나 북핵문제에 대해 논의할 이유가 없다’는 뜻을 시사했다”고 긴급 타전했다.
AP는 ’노 대통령, 일본 지도자와 만날 이유가 없음을 시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전하고 “일본에서 새 총리가 선출된다. 그래서 답변을 줄 수 없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도 덧붙였다.
노 대통령이 차기 일본 총리로 유력시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과 대화하기 위해 어차피 떠날 고이즈미 총리의 대화 제의를 거부했다는 뉘앙스를 주기에 충분한 기사였다.
이에 따라 청와대측은 AP측에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한편 노 대통령을 수행중인 출입기자단에도 문제의 발단이 된 핀란드 기자의 질문 녹취록을 공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핀란드 기자 질문에 북핵이니 ASEM이니 하는 말은 전혀 없다”며 “핀란드 기자가 아베 장관의 최근 발언을 고이즈미 총리 발언으로 착각하고 질문한 것을 토대로 기사를 쓰는 바람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아베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한국, 중국과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