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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지 않는 거야말로 가장 편한 순간이었을 테다
고동과 심연이 한 데 뒹구는 길고 긴 꿈속에서
고통의 오행 그 모든 감각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지 못한
그냥 단세포로 엉겨 있던 상태,
그것만이 전부인 게 썩 좋았을 테다
이윽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가
모성에 감싸 안겨 뼈와 살이 조화를 이뤘고
원죄의 시작인 아귀가 다섯 조각으로 갈라졌지
작은 심장 안에 피가 흐르고 있단 걸 느꼈겠다.
얼마나 달콤했을 텐가?
빛을 보지 말고 딱 거기까지면 좋았을 것을
탯줄에 목이 감겨 질식했어야 할 것을
태어났기에 이루지 못한 소원은
삶 그 자체를 부여받지 않는 것뿐
탄생은 자연의 위대한 시도며 축복받을 일이라고?
아니. 비극적인 윤회를 되풀이할 고문의 첫 바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