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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롤 모델 - 독일
게시물ID : sisa_1614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aru2u
추천 : 4
조회수 : 610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12/01/16 23:34:55
무언가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공산주의 몰락이후 한없이 밝은 미래를 상상하며 폭주하던 신자유주의도
쌍둥이 부채를 감당하기 위해 전세계에 끊임없이 달러를 뿌려대던 FRB도
EU통합의 장미빛 청사진을 꿈꾸던 유럽인들도
7-4-7 경제발전과 집값 상승을 꿈꾸다 쪽박찬 우리들도,
(그나마 10년 이상의 장기불황과 자산의 더딘 감가상각을 견디어 낸 일본만이 ... 이미 그 한계 속에 있었다)
이른바 경제가 정치에 변화의 동력을 제공하는 국면, 2012년.

롤 모델은 항상 있어왔다.
지난 시절 미국의 헐리웃이 제공한 꿈들에 젖어 미국에 대한 환상을 꿈꾸었으며
박정희의 경제발전 계획은 당연히 19세기 말 일본의 성장모델에서 그 원형을 차용하였으며
어느정도 성장이 이루어진 후에는 선진 경영기법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모델들이 무차별 적용되었다.
메켄지를 비롯한 컨설팅펌이 국내 대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의 로직을 경영자들에게 합리적으로 제공하였고 
미금융의 공격적 자금 운용을 답습하며 금융 안정성을 해치고 수많은 시민들의 코묻은 돈에서 뽑아낸 이자소득으로 (상당한 외국인들에게) 엄청난 배당을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 게임의 룰은 완전히 바뀌어버렸고 우리가 옳다고 신봉하던 것들은 대부분 실체를 드러내고 말았다. 적나라하게...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세력은 없다.
나꼼수는 이 거대한 게임의 룰을 지배하는 공룡들에게 아주 털끝만한 상처도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는 그나마 일본 경제와 가장 유사한 편이고 실제로 약 10~20년의 시차를 두고 유사한 사회-경제적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IMF이후, 1980년대 일본의 경제와는 분명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고
1990년대 (장기불황으로 인한 통화수축 분위기에서) 대규모 투자 타이밍을 놓친 일본의 전자회사들을 한방에 날려버린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을 갖게 되었다. 주식과 부동산도 일본처럼 한큐에 박살나지 않고 아직까지는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동산 가격은 가계 대출로 뒷받침되고 있으며 주식은 저하를 막기 위해 연기금에서 엄청나게 쏟아붓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risk는 교묘하게 국민전체에게 분배되고 있을뿐이다. 이 분배과정은 필연적으로 향후 성장 포텐을 갈아먹을 것이고 현재 상황을 보면 일본과 유사한 장기불황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장하준 교수와 복지를 얘기하시는 분들은 스웨덴을 자주 언급하지만 인구규모와 산업구조 등에서 너무 차이가 커서 롤 모델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
금융에 대해 강조하며 영국을 언급하신 분들, 런던에 가서 살아보시라. 패딩턴 역에 3열로 1km 늘어져 있는 택시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외국관광객들에게 사기쳐서 돈 몇 푼 더 벌어보려는 런던 택시기사들이 측은할 뿐이다. 
미국?
실제 우리나라는 미국을 롤모델로 생각하는 위정자들에게 지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국과 유사한 경제가 가져올 미래는 ... 지금 미국 중산층들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경각심을 기본적으로 잊으면 안된다. 우리의 20~30년 후 미래는 그들과 '분명히' 달라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부터 변화의 시발점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 

난 ... 단연코 독일을 롤 모델로 삼아야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무너져내리는 EU를 붙잡고 있는 마지막 버팀목, 
미국 FRB의 양아치 짓거리에 대하여 부분적으로 저항하며 나름의 한 축을 구축하였고
제조업 최강국으로 중국등 후발국과 기술적 격차를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이 국가의 근간이 되고 있고
정치적으로도 기민당과 같은 중도 우파의 집권하에 안정적 복지도 동시에 실현되고 있는, 
실제 프랑크 푸르트나 엘랑겐의 Siemens 사무실, 슈투트가르트의 Fichtner사무실에서 그들이 일하는 모습, 여유로운 생활을 보면 우리나라의 미래도 이렇게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하게 됨. 

즉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도 아니고 건설도 아니고 제조업이라고 생각함.
금융은 빈부격차를 심하게 하고 우리와 같은 중규모 국가는 거대 세력들에게 양털깍이기 비일비재이고
건설은 이미 고용 유발 효과가 낮고(외국인 노동자로 대치되어) 내부시장도 포화상태임
제조업만이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무역수지에 도움이 되고 동시에 실질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사회전체의 안정성이 강화됨.  
(기타 IT나 문화예술, 기타는 비전문분야라서 제조업에 초점을 맞추어 전개함)

수많은 공장이 높은 인건비 때문에 이미 외국으로 나가버린 정황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논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난 여전히 제조업 외에는 국내 고용과 성장, 사회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라고 확신한다. 
오바마가 미국에 제조업을 다시 불러들이겠다는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꿈을 꾸고 있는 이 시기에...

화력 발전소에서 Siemens engineer와 일하다가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었음.
우리 회사에서 공급한 기기의 컨트롤 로직이 잘못되어 있다고 Siemens engineer가 지적하였는데
난 당시 담당자가 없어서 오면 다시 얘기하자고 하자 그것도 모르냐고 비난함
그래서 난 입사 3년차인데 난 mechanical engineer이고 이부분은 회사에서 배운적이 없다고 하자
회사에서 가르쳐줘야 아느냐고 이런 건 혼자 공부해서 알아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재차 비난함
그러면서 자기는 전기 엔지니어인데 직접 공부해서 I&C (컨트롤 제어)쪽도 스스로 마스터했다고 함.
나이를 물어보니 28살임 (18살 고등학교때부터 해서 일하면서 대학 다니고 경력 10년임)
난 당시 30살이었는데 27살때까지 내가 플랜트 설계 관련 일을 할줄 몰랐음. --;;

결국 국내 교육 시스템과 군대로 인한 대학시절의 공백으로 인해 우리나라 사회초년병들은 경쟁국에 비해 약 3~5년, 독일 같은 국가에 비해서는 거의 10년까지 시간을 손해본다는 말이다. 이 손실은 생각보다 심각하나 국내에서 이슈화되고 있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군대 편제 재편으로 소수정예화(모병화) 하는 것이 국가경쟁력에 급선무이며, 누누히 얘기되어 왔지만 실업계 고등학교와 중소기업 연계, 대학교와 대기업 연계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다음, (이 이분법은 논리의 단순화를 위한 것이니 오해하시지 말기를) 그리고 저것을 하려면 사학과 기업들의 강한 저항과 로비에 대항하고 주무를 수 있는 정치력이 필요한 것이다. 
쓸데없는 안보위기 조장으로 수십만 젊은이들의 피같은 시절이 낭비되고 있는데도 아무도 얘길 안하니 원 정말 답답할뿐이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군대 안가면 실업률 엄청 오르고 사회불안이 더 가중되려나? 아니...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함, 오히려 시간 로스 없이 고등학교때부터 장기 계획 세우고 대학 1학년때부터 좀더 주도적으로 살아가지 않을까?)

참고로 Siemens 얘들보다 일 잘한다고 네덜란드 컨설턴트로부터 칭찬 받은 한국인임.
독일깔데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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