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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readers_241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선녀냥
추천 : 3
조회수 : 520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6/02/22 09: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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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문을 열자 예리한 냉기가 살을 파고든다.

방한복을 수십 겹을 걸친 것만큼이나 보온이 잘 되는 옷을 입었음에도

전신 곳곳에 침투하는 냉기를 막지는 못 했다.

그만큼 이곳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춥기 때문이다.

영하-167도 거의 액화질소에 온몸을 담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과연, 천왕성이군.'


그가 있는 곳은 지구로부터 약 27억 2천만 km가 떨어진 곳.

인류가 발견한 태양의 성좌중 가장 끝에 위치한 행성인 천왕성이다.

이곳에서 이상한 형태의 구조물이 발견되었다는 보고서가 제출되고

약 40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미합중국은 막대한 재화를 바탕으로 천왕성

탐사계획을 추진했다. 수없이 많은 이론과 연구가 이루어졌고.

세계각지에서 임무를 완수 할 수 있는 탐사 원들이 모집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태어난 '김태한'은 탐사대의 리더로서

천왕성에 가기 위한 트레이닝을 3년간이나 받았다.

결국 최첨단 과학기술의 힘으로 완성된 '보이자'호는 탐사 원들을 싣고 안전하게 천왕성까지 도착시켰다.

그리고 방금 전 김태한은 보이자호의 문을 열고 처음으로 천왕성의 땅을 밟는 순간이었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투명하지만 너무나 깊어서 어두운 광채를 뿌리는

땅과 지평선너머에 보이는 뱀처럼 꿈틀대는 오로라의 모습. 하늘은 대기의 성분 때문인지

음울한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저 멀리에서는 산의 형체로 보이는 무언가가 보인다. 하지만 천왕성의 시계는 너무 어두워

근방 1KM를 바라보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산인지는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통신채널 open. 리더 김태한이다. 지금부터는 베이스캠프의 건조에 들어간다. 통신 조는 천왕성으로부터 발산되는

전파로부터 통신채널의 수신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정찰을 위해 갈드, 네이비는 나를 따라온다.


-yes.


-yep, sor.


그와 함께 3년간 혹독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수련을 받았던 동료들이다.

그렇기에 실전에서도 그들은 능숙하게 움직였다.

정찰조로 거명된 갈드는 190cm의 건장한 몸을 가진 멕시코계 흑인 남성으로

김태한과 리더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유능한 부관이다.

네이비는 슬라브계의 러시아인이었고 뛰어난 미모를 가진 게 특징이며

NASA에서 달 탐사대 NAVI 에 속해 근무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 우주비행사였다.

그들은 처음 천왕성에 발을 디딘 상태였지만 김태한은 자신과 그의 동료를

믿었다. 우스갯소리로라도 그들과 함께라면 지저에 있는 싱크 홀에 빨려 들어가도 살아 돌

아올 자신이 생긴다.


-천왕성에 온 걸 환영한다 제군들. 우주의 냉동고를 본 소감이 어떤가?


김태한의 말에 갈드가 뒤따르며 말했다.


-내 생각이 맞다면 우리는 지금 우주최초의 냉동인간이 되고 있겠군.

잘 보존된 형태로 수백 년이 흐르면 어디 박물관에 안치될지도 모르지.


네이비가 슬며시 끼어들며 맞장구를 친다.


-그리고 푯말에는 '통풍이 잘되는 방한복을 입은 우주인'이라고 써있을걸.


-그래.. 망할 과학자들! 대체 방한복을 어떻게 설계했기에, 맙소사! 벌써부터 발에서 감각이 사라지고 있어.


갈드는 추위를 타지 못했지만 그래도 트레이닝 중에는 추위를 견디는 훈련도 있었기에 잘 참고 있는 중이다.

김태한도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방한복을 뚫고 들어오는 냉기의 바늘이 쓰라렸지만 정찰조의 1순위 목표를

내버려두고 되돌아 갈 수는 없기에 그들 모두가 참으면서 조금씩 전진하는 중이었다.


-뭐, 내가 살던 곳은 항상 추웠으니까. 이 정도라면 견딜만한 수준이야.


-네이비, 러시아는 그럴지 모르지만 내가 살 던 곳은 1년 동안 20도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던 곳이야.

아마 그곳에 살 던 사람 중 건축물인지 단순한 얼음구조물인지도 모를 것을 찾기 위해 영하 174도에서

걷고 있을 미친놈은 나밖에 없을 거야.


갈드는 추운지 어깨를 움츠리며 김태한에게 슬쩍 다가와 몸을 부딪친다.

김태한과 네이비는 쓴웃음을 지으며 갈드를 양옆에서 감쌌고 걷는다.

그들이 100m쯤 걸었을까. 시계가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우주선 레이더에서

확인한 착륙 지점으로부터 약 150m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첫 번째 포인트가 보이기 시작한다.



40년 전, 우주를 관측하던 허블망원경에 포착된 정체불명의 구조물들.

그것은 갑자기 나타났다. 분명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생겨나자

내로라하는 과학자들 사이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다.

우주인의 발견이라는 말과 단순히 천왕성의 기상이변으로 만들어진

자연적인 구조물형태의 얼음덩어리다고 추측하는 말들.

하지만 후자의 발언에 힘이 실렸다면 탐사계획은 진행도 되지 못 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전자의 상황에 힘이 실렸기 때문에 지금의 탐사선도 있고 그들이

있을 수 있었다.

후자의 발언이 묵살되고 전자의 어쩌면 인류의 역사를 바꿀지도 모르는 발언이

기정 사실된 이유 중 하나는.


-통신부. 리더 김태한이다. 첫 번째 구조물에 거의 도착했다. 수신 상태는 어떤가?


-통신부. 양호. 전파에 문제없다.


-알겠다.


구조물은 한 개가 아니었다. 그들이 허블우주망원경으로 발견한 구조물의 개수는 총 다섯 개.

누군가의 장난이 아니라면 자연적으로는 도저히 만들어질 수 없는 형태의 구조물이 무려 다섯 개나 있었던 것이다.


'거의 도착했군.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는데?'


김태한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인류가 처음으로 탐사한 미지의 영역이다.

시계가 어두웠지만 앞으로 몇 발자국만 더 내딛으면 인류가 그토록 궁금해 하던

미지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갈드와 네이비또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졌다.

그리고 그들은 볼 수 있었다.


-뭐, 뭐야 저건!


-설마... 설마 저거!... 얼굴 아니야?! 아니, 얼굴이 확실해! 대체 이건...


그들은 패닉에 빠졌다. 설마 이렇게 멀리 떨어진 외딴 행성에서 그들 중 아무도

인간의 얼굴 형태의 구조물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기 때문이다.


'뭔가.... 조금 다른 것.. 같긴 한데...'


김태한은 거대한 실루엣사이로 불쑥 튀어나온 얼굴형태의 구조물을 살펴보았다.

대충보아도 둘레가 500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얼굴은 눈동자는 없었지만

마치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듯 한 기분에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김태한은 얼굴구조물로부터 사람과는 다른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건, 사람이라면 당연히 존재할리가 없는 구멍이 눈 아래에 두개씩 생선의 아가미처럼 뚫려있던 것이다.


-더... 가보면 알 게 되겠지. 일단 호흡기가 허락하는 대로 영상을 찍는다. 그리고 절대 주변 50m를 벗어나선 안 된다.

이상한 것을 발견하면 즉시 보고해라.


-아..알았어.


-응..


순식간에 잘못 찾아온 듯 한불길한 예감. 그건 결코 오지 말아야 할 곳은 왔을 때 본능이 필사적으로 경고하는 기분이었다.

이곳을 당장 떠나라고! 이곳에는 절대 우호적인 것이 있을 리가 없다고. 하지만 임무가 그들을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불길함보다는 궁금함이 앞서고 있었다.

그들은 천천히 얼굴형태의 구조물에 다가섰다. 그리고 실루엣이 점차 사라지며 그들은 자신들이 봤던 동상이

아주 작은 일부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네이비는 자신의 앞에 펼쳐진 절벽을 보았다. 우주복에 장착된 강렬한 후레쉬로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후레쉬의 빛이 절벽의 아래로 빨려 들어가는 듯 한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얼마나 깊은 건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리고 깊은 절벽으로부터 길쭉하게 쭉쭉 뻗어있는 돌 재질의 구조물이 보였다. 그건 어떻게 봐도 목의 형태였다.

그들이 봤던 얼굴은 한 개가 아니었다. 다섯 개의 얼굴이 절벽에서 목을 빼꼼하게 내민 것처럼 보인다.

자신들이 처음에 봤던 얼굴은 네얼굴에 비하면 아주 작은 사이즈였다.

다른 네얼굴의 크기는 너무 커서 그 사이즈가 측정이 안된다.

그걸 같이 보고 있는 갈드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대체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네이비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이건. 말도안되. 사람의 얼굴이라니. 그렇다면 우주인이 사람처럼 생긴 건가. 

아니 애초에 지구 말고도 인간이 우주에 또 있다고?

그게 유전적으로 생물학적으로 가능한일인가?



적어도 그들의 상식선에서 가능과 불가능의 영역은 확실했다.

우주라는 환경의 특성상 그 경우의 수는 엄청나게 다양하고 생물이

그런 다양한 환경에서 진화를 거쳐 인간의 형태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확률의 산물인 것이다. 상식적으로 천왕성에서 인간의 얼굴형태의 구조물을 발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김태한은 생각이 달랐다.


-저건 인간의 형태가 아니다. 자세히 봐라.


-뭐라고?


네이비와 갈드는 김태한의 말에 구조물을 다시 찬찬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도 발견 할 수 있었다.

눈 아래 세로로 갈라져있는 아가미 같은 모양의 구멍을.


-발견했겠지. 그리고 그게 전부가 아니다. 우리는 저 밑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그들은 절벽 밑을 내려다봤다. 끝없이 이어진 어둠. 그리고 길쭉한 목.

그리고 그 목이 어디로 연결되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형상이라고 단언하기 힘들다.

갈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인간처럼 보이지만 확실히 다른 것 같아. 하지만 놀라워. 처음부터 외계인의 모습을 짐작하게 만드는 구조물이라니.


-리더, 그들이 아직도 이곳에 살고 있을까?


-글쌔, 어쩌면. 일단 우리는 베이스캠프로 돌아간다. 방금 베이스캠프가 건조가 완료됐다는 연락이 왔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는 대로 장비를 갖추고 다시 온다.


갈드가 말했다.


-알았어, 이거 사람들이 보면 놀라겠는데?


네이비도 고개를 끄덕인다.


-설마 우주에 나와서 지겹게 봐온 얼굴이 지구 말고도 또 있을 줄을 누가 알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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