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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정한 도둑일까요? - 짝퉁제조업자의 인터뷰
게시물ID : sisa_241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멋진남자
추천 : 13
조회수 : 449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06/09/15 20:19:49
[쿠키 사회] “정말입니까,명품 가방이 그렇게 비싸요? 그럼 그 사람들이 진짜 도둑 아닌가요” 

지난 11일 일명 ‘짝퉁’ 가방을 제조한 혐의로 서울 광진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된 배모(41)씨의 입에서는 거의 비명같은 물음이 튀어나왔다. ‘입에 풀칠 하기 위해’ 11살때부터 가방만 만들어 왔다는 그는 명품 가방 하나에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을 호가한다는 말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명품 가방을 모방해 만들었지만 그는 단 한번도 명품을 구경하지 못한 영세민이었다. 가방도매상 장모(26·구속)씨가 그에게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샘플로 두고간 명품 가방도 알고보니 짝퉁이었다. 

배씨는 지난 5월1일부터 4개월간 서울 중곡2동 자신의 집 지하 40평짜리 공장에서 총 1648점(정품 가격 17억3000만원)의 짝퉁 가방을 종업원 2명과 함께 만들었다. 이들은 하루 10시간씩 10여점의 짝퉁 가방을 만들었다. 가방은 원단과 액세서리 등 부재료를 다 합쳐도 원가가 1만원을 넘지 않았다. 그는 가방 개당 1만3000원을 받고 늦은 밤 오토바이 택배를 이용해 장씨에게 물건을 넘겼다. 

배씨의 가방 제조 솜씨는 뛰어나 그의 손을 거친 짝퉁 가방은 전문가도 가려내기 까다로운 ‘A급’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배씨는 “30년간 가방만 만들어서 대한민국에서 가방 만드는 것 만큼은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며 “난 그냥 장씨가 갖다준 가방하고 똑같이 만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에만 나같은 실력을 가진 사람이 수백명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배씨는 이어 “내가 만든 9000원짜리 짝퉁과 수백만원짜리 명품은 품질 차이가 거의 없는데 명품은 왜 그리 비싼지 이해할 수 없다”며 “명품만 찾는 세태가 자신을 범죄자로 몰았다”고 한숨 지었다. 

“평생 가방만 만들었는데 이젠 일거리가 없어요. 사람들은 튼튼한 가방 대신 명품 딱지가 붙은 것만 찾습니다. 우리 같은 영세 제조업자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배씨의 하소연은 끝 없이 이어졌다. 

검찰은 초범이고 짝퉁 가방 제조에 단순 가담한 영세제조업자인 점을 들어 배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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