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일이네요 아마 고등학교를 졸업한 년도일겁니다. 저희 아파트가 복도식 아파트인데 제 방에서 창문을 열면 복도가 다 보이는 그런 구조입니다. 하루는 저녁에 집에 혼자있는데 창문을 열고 (그당시는 흡연을 해서 연기 빠지라고)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었음죠. 근데 복도로 누가 휙 지나가더군요 (저희집이 복도 맨 끝에서 두번째 집입니다.) 그러면서 제 방을 한번 쓰윽 보고 가더군요. 그냥 별 신경 안쓰고 계속 게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창문으로 누가 "저기요" 하더군요. 놀라서 예?! 하니까 옆집 사람인데 게임 좋아하시나봐요?라고 물어보더군요. 몇년을 살면서 옆집에 누가 있는지도 몰랐고 인사도 안하던 사이었는데 갑자기 아는척을 해서 당황했었죠. 그래서 그냥 예라고 대답하고 어정쩡하게 있는데 그사람이 가지도 않고 계속 창문에 붙어서 뭔가 어물어물하더라고요 괜히 두리번 거리기도 하면서 계속 안가고 제방 창문에서 서성이더군요. 그래서 저도 무슨 할 얘기 있으세요? 라고 물어보니 갑자기 뜬금없이 저희 집에서 과일이라도 먹으면서 얘기라도 좀 하실래요? 라고 하더군요. 솔직히 이상하지 않습니까? 몇년을 모르고 지내던 사람이 뜬금없이 초대해서 과일을 먹자하는게.... 그래서 제가 멍하게 쳐다보면서 예? 라고 다시 물어보니까 그냥 과일 대접해 드리고 싶어서요.. 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더라구요 그러면서 아.. 날이 너무 추운가? 눈물 날 정도로 춥네.. 하면서 어색한 혼잣말을 하고... 다행이 창문에는 방범창이 있었기 때문에 들어오는건 불가능했었습니다. 저는 그냥 거절하고 창문을 닫고 게임을 계속했지요. 물론 문은 계속 잠궈놓은 상태였고요 그이후로 옆집에 신경도 쓰이고 부모님한테도 옆집 조심하라고 얘기하고 했었죠. 그러고 제가 직장을 얻어서 나가살게 되었는데 언젠가 주말에 집에 돌아오니까 옆집 사람이 자살했다고 하더군요 투신해서... 알고보니 그집에 장사하다 망했는데 여기저기 돈을 많이 빌려썼었나봐요. 어머니도 사채업자같은 사람이 우리집 두들기면서 옆집 사람 혹시 모르냐고 막 물어보고 그랬었다고.. 자살한 사람은 저한테 말걸었떤 사람 아버지라고 하더군요. 그러고 그 집은 몇년째 비어있었는데 얼마전 그 집에 다시 누가 살고있네요... 뭐 솔직히 귀신도 무섭지만 궁지에 몰린 사람이 더 무섭다고 생각합니다.